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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아 급우였던 신복ㄷ

2016.08.27 03:59

강창오 조회 수:883

혼혈아 급우였던 신복ㄷ
얼마전 꽤나 오래된 Point Cruz 영화 한편을 보면서 오랫만에 적지않은 눈물을 흘렸다. 대략의 줄거리는 1953년 인천상륙작전을 지원했던 Point Cruz라 불리는 미해군함정이 폐허된 인천시의 한 고아원을 지원하던중 문앞에 버려진 푸른눈의 한 혼혈아 (George라 명명되었다가 나중에 Daniel Edward Keenan로 바뀜) 아기를 발견한다. George가 일단 함정으로 보내진후 모든 병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혼혈아로써의 George의 장래를 걱정한 그들은 George를 입양시키자는 제안을 한다. 당시의 상황에서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인 프로토콜이 한국의 고아를 입양하는것을 막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George의 입양이 거이 불가능했던것처럼 보였다. 허지만 그 함정 captain의 끊임없는 노력과 아울러 함정 군목이 군인의 신분으로 입양할수 없다는 조건때문에 그자리에서 자원제대를 하여 민간인의 신분이되어 허락을 받은것이었다. 급기야 Point Cruz가 미국에 도착했고 병사들의 열광적인 환송을 받으며 그 군목이 George를 안고 떠나는 장면이 계속 눈시울을 뜨겁게했던것이다. 영화장면 그이후 시간이 흘러 George/ Daniel가 가정을 이루고 애기아빠가 된후 그 당시의 Point Cruz 병사들과의 해후가 이루어졌고 Daniel이 Point Cruz의 명예병사으로 임명되어 계속적인 해후를 하는 모양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국민학교에서 4년간 같은 반이었던 신복ㄷ가 생각났다. 모르긴 몰라도 복ㄷ 역시 George와 아주 비슷한 시간 비슷한 상황에서 태어났을거라 생각한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때 같은반에 아주작은 키에 하얀색의 피부 그리고 파르스름한 눈과 오똑한 코를 가진 복ㄷ는 금방 우리와 모양새가 다름을 알게되었다. 거이 천명이나 되는 같은 학년에서 그리고 오천명이나 되는 전교에서 그가 유일한 혼혈아였던것같다. 복ㄷ는 흔치않은 이름에서부터 그의 외모와 정서가 우리와는 완연이 달랐다. 못먹고 못사는 시절이기도 했지만 특히 학교생활에서는 선생들로 부터의 체벌이 두려워 어린 우리모두가 다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들이었다고 기억한다. 허지만 복ㄷ는 늘 화통하게웃고 뛰놀며 분주이 움직이는 형이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선생들이 가차없이 매와 벌로 다스리던 시기여서 우리들은 늘 조심조심했는데 복ㄷ는 그런것에 별로 구애를 받지않았다. 그의  외형적인 성격과 정서가 학급 분위기를 자주 흐트렸고 그는 그럴때마다 선생들로부터 매를 맞거나 벌을 받았다. 선생들은 그의 서구적인 성향을 이해하지도 못했겠지만 전혀 고려해주지도 않았다. 그런 복ㄷ는 체벌을 받을때도 마치 연기를 하는것처럼 있는감정을 다표현하며 고성으로 울다가도 체벌이 끝나면 즉시로 그때가 언제였나듯이 환히 웃으면서 본연의 행동으로 돌아갔다. 한마디로 복ㄷ는 직접적이고 외향성이 강한 전형적인 서구인으로써 순하디순한 개구장이였다. 더구나 학교성적도 좋치않아 체벌이 많이 가중되었던것 같다. 언젠가 딱 한번인가 그의 집을 갈 기회가 있었다. 그의 집안배경은 잘 모르겠으나 조그만 오막살이 집 (당시에는 대도시에도 흔했음) 이었고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다. 복ㄷ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지만 늘 뭔가 다르게 행동 (integritous)하고 특이하게 보이는 반응에 깊은 인상을 받으며 그가 체벌을 받을때마다 마음속깊이 안스러운 마음이 들곤했다. 국민학교 졸업후 그동안 헤어져 까마득이 잊고있던 복ㄷ를 다시한번 우연히 부닥치게되었다. 군입대전에 친구들과 회식을 하러가는데 길거리 건물 한 모퉁이에 기대고 서있는 거대하고 윤곽이 뚜렷한 한 친구가 눈에 띠었고 이내 복ㄷ임을 알았다. 어릴때는 그렇게 작더니 장신인 나보다도 5-6 cm 더 큰키에 서양인의 티가 확연했다. 그를 보자마자 복ㄷ 하고 부르니 나를 알아본듯 오랫만이다 하고는 자리를 금방 옮기는 것이었다. 짧은순간의 재회에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형편에 처했는지 사정을 알수 없었지만 그가 서있던 모습이 말해주듯 그의 파란눈빛과 표정은 상당이 외로운 그것이었다. 물론 다 성장한 입장에서 어릴때의 그렇게 활달하고 개구장이였던 모습을 기대할수는 없었지만 순식간에 나타났던 그의 보디 랭귀지에서 모든걸 다 읽을수 있었던것 같다. 어릴때는 몰랐겠지만 성장과정을 통해서 그 자신이 누군란것을 파악했으리라. 자신의 불확실성한 미래에의 도전을 앞두고 아이텐티티에 대한 모든 의구심과 그가 처했을 혼돈의 장벽을 감히 짐작해보았다. 바로 이점이 병사들로 하여금 George 를 미국으로 입양제안하게된 결정적동기다. 그들이 고아원에서 George를 한국인 유모에게 데리고 갔을때 그 유모가 파란눈의 혼혈아를 보고는 혼비백산 하다시피 젖먹임을 거절한것이다.
물론 요즘시대에는 이것이 거이 이슈가 되지않는다. 교포사회는 말할것도 없고 다민족문화에 익숙한 한국에서도 혼혈아가 보편적이지만 그때만해도 혼혈아들이 아이노꾸 혹은 튀기라는 stigma로 견뎌야했을 사회적인 냉대는 대단한것이었다.
아무튼 복ㄷ가 지금 어딘가에 살고있다면 우리같은 할아버지뻘이 되었을테지만 부디 그동안 그런 장벽을 잘 넘고 모든게 잘 이루어져 행복한 삶을 추구해가고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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