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2009.03.14 06:48

이성열 조회 수:814 추천:96

아늑하던 보금자리도
도둑 한 번 다녀 가면
더 이상 안락한 둥지가 아니다
은밀하게 혼자 가꾸고 다듬던
삶의 터전이
갑자기 발가 벗겨져
길거리에 동댕이 쳐져
언제고 타인 마음먹기에 따라
유린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도둑 맞고 잃은 물건들은
더는 나와는 인연이 없다
남에게 베푼 셈 치고
마음에서 잊어 버릴 수 있다지만
내 마음 흔쾌하게 내켜
스스로 문 활짝 열어 놓고
손님이여, 올테면 오라
와서 필요한 것 실컷 가져 가라
뱃짱 한 번 크게 먹는 날
그런 마음 비울 날이 올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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