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2)

2009.06.28 02:42

이성열 조회 수:1267 추천:87

(전편에서 계속)
( 17 )
결국 양측은 모두 합의에 탐탁해 하지 않고 미적대다가 끝내 결심재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특히 유태인 변호사는 상호가 자신의 수임료 지불에 완강히 거부의사를 보이자 결심에서의 판결이 필요하다는 걸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비용, 노력 등 낭비를 막을 수 있었던 중간합의 기회는 양측의 절대 양보 불가로 무산되었다.
하긴 서로가 그러니까 이 진흙탕의 싸움을 자초하고 있는 게 아닌가. 특히 그녀의 유태인 변호사의 속내는 자신의 수임료를 패색이 짙은 상호로부터 뽑아 내기 위하여 결심공판을 당연한 것으로 밀어 붙였다. 그러니 왓슨 변호사와 상호가 아무리 타협을 받아 드리려해도 상대 변호사비를 순순히 내기 전에는 아예 어려울 것이었다. 왓슨의 노력도 이제 소용없게 돼 버렸고, 양측은 판사의 최종 판결 날짜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 날 왓슨과 헤어져 재판소를 나오면서 상호는 앞이 캄캄해서 보드 불럭을 몇 번 헛 밟고 휘청거렸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바르게 서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어디에선가 읽었던 옛날 동양 현자의 말을 떠 올렸다.
아내를 얻는 것은 재물을 얻는 것이요, 그를 잃는 것은 곧 재물을 잃는 것이다.ä  
그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시내 버스에 올라탔다. 마침 버스는 텅텅 비어서 그는 아무 자리에나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버스가 흔들리는 대로 지친 몸을 맡기고는 하염없이 밖을 내다봤다. 버스를 줄 곳 따라오는 감색 승용차에는 부부로 보이는 아름다운 남녀가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달려오고 있다.
결심공판 일정이 열흘 후로 잡히게 되자, 상호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가 실낱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는 이곳의 사법부에 관계된 어디엘 가나 볼 수 있는 만민에게 공평하다는 대칭저울을 들고 서 있는 여신의 그림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케이스도 그 그림처럼만 공정하기를 바라는 심정이 되었다.
  열흘이 지난 후 상호는 또 다시 시간에 맞추어 법정에 나타나 그 돌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 날은 재판이 있는 날이라 그런지 양측 변호인들도 제시간에 모습을 나타냈고, 모두는 제법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상호는 초연한 듯 그저 돌 의자에 앉아 돌처럼 기다렸다.
법정으로 들어 간 변호사들은 한 번 들어가더니 일체 아무런 소식이 없이 감감했다.
그때 히스패닉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상호 옆에 와서 앉았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이!" 하고 서로 인사를 건넸다. 상호가 보기에 인상이 괜찮았다.  상호는 호기심에 "너도 이혼하러 왔냐?" 하고 물었다.
"유뱃(맞아요)" 그가 대답했다.
"너도 여자에게 많이 빼앗기냐?"
그가 어깨만을 으쓱하고 추슬렀다.
ü내 말뜻은 이혼하는데 돈이 많이 드느냐고?é
그가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é
ü어떻게 당신은 돈이 안 들어?é
ü아 돈 해브 노우 마니(돈이 없는걸)é
노우 마니?é
노우 마니é 이렇게 말하며 그가 양쪽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렇지, 돈이 없는 데야 내어 줄 아무 건더기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있는데 오랜 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던 왓슨이 헐레벌떡 법원 9호실에서 뛰어 나오더니 상호에게 말했다.
"거기서 뭘 하는 거요? 재판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
상호는 그러면 그렇지-어쩐지 조용하더라,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는 못이기는 척 옆에 사나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서둘러 법원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판사가 환히 웃으며,
ü미스터 코맨, 빨리 오시오, 재판이 벌써 시작되었는데-.é 하는 것이었다.
상호는 기대하지 않던 판사의 반기는 기색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법원에 늦게 들어오긴 했어도 판사의 첫인상이 뭔가 잘 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예감일 뿐이었다. 법원은 예감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다. 소위 원리원칙이 지배하는 곳. 아마도 판사는 마지막으로 그를 위로하기 위해 위선적 가면을 쓰고 앉아 있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들어서자마자 권총을 찬 법원 경찰이 모두를 일어서게 하더니 오른쪽 손을 들고 선서를 시키고 있었다.
상호와 왓슨 변호사, 아내 신자와 골드변호사, 그리고 그녀의 통역관 이렇게 다섯이 일어나 손을 들자 경찰이 주문을 외듯 선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부터 이 자리에서 진실, 오직 진실, 진실 이외에는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을 것을 엄숙히 선언하는 바입니다-
선서가 끝나고 각자는 판사를 바라보고 자리에 앉았다. 판사를 상석에 두고 그 아래로 넓은 탁자에 원고와 피고가 각자 변호인을 대동하고 앉아서 판사를 올려다보게 되어 있었다. 오른편으로는 법원 서기와 무장한 경찰이, 그리고 왼편으로는 법원 속기사가 만반의 태세로 판사의 일거수 일투족만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선 그의 말 한 마디가 곧 지엄하신 분부이고 법이라는 걸 모두는 잘 알고 있다는 듯-.
판사가 입을 열었다.
ü내가 양측 진술을 죽 읽어봤는데, 결혼은 한지가 5년 미만이고, 아이들은 없고...그러면 오래 걸리진 않겠군-.
하여간 오늘 심리에선 원고가 제출한 안건 중에 위자료 문제와 변호사 비용문제, 이 두 가지 문제만을 중점적으로 심의 할 예정에 있습니다.
그 밖의 동산의 분할문제, 주거지 렌트 분할문제 등은 변호인들의 합의하에 결정짓기 바랍니다. 요즘 들어 법원이 바빠지면서 척결할 문제들이 너무 많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우선 주택가격의 설정을 년 전 평가한 금액으로 하느냐, 또는 지금 날짜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법원 판례가 현재가로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점 염두에 두고 질의에 들어가기 바랍니다.ü
그는 이렇게 입을 열고 양측 변호사를 보고 고개를 끄덕했다. 먼저 상호의 변호인 왓슨이 상호에게 앞의 증언대로 나갈 것을 귀 띰 했다.
상호는 좀 흥분이 되어 판사가 앉아 있는 그 바로 옆 증언대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상대편 변호사 골드가 상호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ü-피고의 생각에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이 얼마라고 생각하는가?é
ü-본인 생각엔 지난번 법원에서 보낸 감정사가 내린 50만 달러의 가격은 맞지 않는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한 집 건너 이웃집이 1년 6개월 전쯤 매매되었는데 그 가격이 39만 달러였습니다. 만일 제 집의 1년 전 감정이 40만 달러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부동산 시장이 거품이라는 걸 여러 신문을 통해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집의 현재 가격은 이웃집과 마찬가지로 39만 달러 정도라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é  
상호 코맨이 대답했고, 그 내용 일체를 속기사가 부지런히 타자로 기록하고 있다. 다시 골드의 질문이 이어졌다.
?당신은 당신의 부동산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당신이 내리고 있는 평가는 당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남쪽 방향으로 있는 집들을 비교하고 있는바, 그 북쪽의 집들은 훨씬 더 가격이 높게 평가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é
ü-나도 물론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들은 바가 있어 그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예로 든 년 전 매매가 이루어진 집은 불과 두 집 건너 집이고, 그것도 내 집의 북쪽에 있는 집이다.é
대답을 하는 동안 상호는 극도의 흥분으로 말조차 자주 막히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속기사는 이해가 어려운지 자꾸 ü익스큐스é를 요청해서 상호는 했던 말을 거듭 반복해서 했다.
?다음은 당신의 401케이 즉 은퇴연금에 대한 질문을 하겠다. 당신이 직장에서 은퇴연금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é
이제부턴 연금까지도 떡을 자르듯 떼어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상호는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대답했다
?물론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고부터 이다.é
ü-그러면 결혼을 한 후에 그 가치가 얼마나 증식했는지 알고 있나?é  
ü-정확한 건 내 기억을 해 두지 않았으므로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내 생각에 증식은커녕 줄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 아는 바대로 최근 들어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쟎는가?é
?그래도 늘기는 늘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겠나?é
ü-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정확하게 기억에 없으므로 여기서 대답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é
그쯤 하더니 더 이상 질문이 없는지 왓슨을 쳐다보며 어깨를 들썩했고, 왓슨이 내려와도 좋다는 눈짓을 보내어 상호는 자리를 털고 내려왔다.
다음은 원고인 여자 측에서 증언대에 오를 순서였다. 변호사 골드가 그녀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하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증언대 자리에 앉은 그녀가 긴장한 나머지 얼굴 색 마저 하얗게 변했다. 곧 이어 그녀 곁에는 법정 통역사가 따라 올라 갔다. 자신도 차라리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능청을 떨었다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 잠시 후 왓슨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당신은 얼마 전 LA 에 위치한 옷가게에서 일한 사실이 있지 않은가?é
그녀가 잠시 법정통역관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런 다음 다시 통역관에게 말을 하면 그가 대답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통역관이 그녀 대신 말했다.
ü-불과 몇 주 동안 한 적이 있다. 그곳은 미스터 코맨의 친구 가게였다. 도와 달라고 해서 얼마간 나갔을 뿐이다.é
?그곳엔 왜 그만 두었나?é
ü-몇 주 후 비즈니스가 안 되어서 사람을 줄여야 한다고 해서 그만 두었다.é
ü-우리 생각엔 엘에이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 해서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그 동안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러 다니지 않았나?é
ü-일을 하고 싶어도 차가 없어서 다닐 수가 없었다. 남편한테 차를 사달라고 했더니 직장을 먼저 다니라고 했다. 직장도 없이 차만 사면 유지보수하기만 힘드니까 핑계를 대면서 사주지 않았다.é
ü-그러면 영어를 못해도 취직을 하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é
이 때 그녀의 변호사 골드가 ü압잭션!é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었다. 골드는 그런 질문은 구체적으로 그녀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일반적 질문이라고 반대의사를 제안하는 바람에 판사가 ü써스테인드é 하고 그의 의견을 인정했다. 잠시 후 다시 왓슨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원고는 상당한 자신의 돈을 동생에게 맡겨 놓은 적이 있나?é
ü-그런 적 없다. 돈이 필요해서 동생한테 가서 빌린 적은 여러 번 있다.é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상호는 생각했다. 그녀는 분명히 그와의 사이가 좋을 때 그에게 말했었다. 자신이 모아둔 얼마의 돈을 동생에게 맡겨 놓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저렇게 그녀가 하는 거짓말을 재판이 진행중인 지금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아무리 손을 올리고 선서를 하면 무엇 하는가?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판사는 그런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왓슨은 마치 형식적으로 하듯 질문 한 두개를 더 던지고 난 후 자신의 질의를 끝내었다.
( 18 )
잠시 후 소형 계산기를 가지고 열심히 두들기며 무언가에 골똘하던 판사가 그 입을 열기 시작했다.
ü자, 그러면 양측 변호인들은 각자 최후의 변론을 해 보시오!é 하고 원고 변호사 골드에게 그의 눈을 맞추었다. 골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ü유어아너!, 이 재판은 분명한 재판입니다. 원고는 처음부터 연고가 없는 이 미국 땅에 남자만 의지하고 살고자 바다를 건너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결혼은 파탄에 이르렀고 이제는 혼자 살아 가야하는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낯선 타국에서 살아 갈 길이 막연합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도 없으니 당장 직장을 나갈 수도 없으며, 더구나 영어조차 서투른 처지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의 앞날을 보살펴 주어야 할 의무를 가진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그래서 본인은 이 자리에서 피고에게 앞으로 원고가 살아 갈 직업훈련과 아울러 기본 영어교육을 위한 학비보조는 물론 그에 상당하는 재정적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사료되는 바입니다. 그게 바로 인권을 존중하는 공정한 미국사회의 기본 정신이며 법원은 그 정신에 따라 약자인 원고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이 취한 입장입니다......이상으로 저의 변론을 마칩니다.é
다소 장황한 골드의 변론이 있은 후에 왓슨이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그는 최후 변론을 위해서도 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지 잠시 머뭇머뭇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판사님, 이제 이만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할 수 있는 도리를 다 했다고 사료됩니다. 피고는 애당초 원고에게 10만 달러라는 금액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거절했습니다. 잠시 전 언급된 바 원고는 현 지금 상태로 직장에 가 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여기 코리아타운에서 일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일꾼들이 영어를 별로 하지 않고도 생업인 직장에 나가 자신들의 소임을 다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피고는 원고에게 줄 위자료를 마련하기 위하여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재 융자로 이미 오른 월부금을 감당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상태에서 모든 이 재판을 종결짓고 빠른 기일 내에 서로가 다시 희망찬 앞날을 위해 힘차게 살아가길 소망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é
죄의 유무에 따라 생사여탈을 다투는 심각한 재판도 아니고, 겨우 얼마 안 되는 재산 분할을 다루는 이혼 법정이라 변호인들의 변론도 치열하고 화끈한 구석이란 없었다. 이미 결과야 뻔한 노릇이고 단지 누구에게 얼마가 더 가느냐 하는 소소한 판결이기 때문일 터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본인들에겐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생활을 지배하는 대단히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언젠가 왓슨은 상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혼 변호사의 일이 맘에 들거든. 왜냐면 죄의 유무나 생사를 다루는 다른 법정에서처럼 이혼법정에선 그 딱딱한 법조문을 가지고 따지고 들 필요도 없고, 단지 서로가 이기도록 흥정을 잘 해 주면 되는 일이니까......é
이윽고 판사의 판결이 시작되었다.
ü-우선 본 판사는 피고의 부동산 가격이 작년 평가액에 비해 그 동안 올라 있다고 보고, 현재의 나눈 금액에서 1만 달러를 원고에게 더 지불할 것을 명한다.
다음, 현재 피고가 소유하고 있는 저축금 잔고가 4만 달러입니까? 그렇다면 지금부터 앞으로 5년 동안 매 월 1천 4백 달러를 원고에게 지불하여 그가 이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도록 해주기를 명한다......ü
그 때 변호사 골드가 손을 들었고, 판사가 그를 쳐다보았다.
ü유어아너!, 제가 알기론 피고의 현재 저축잔고가 4만 달러가 아니라 5만 달러로 알고 있습니다. 해명을 바랍니다.é
그러자 판사의 얼굴에 금세 노기가 서리며, 변호사 왓슨에게,
?무슨 소리요? 여기 재정 진술서에 4만으로 적혔는데..., 당장 확인을 하도록 하세요!é
그의 노한 얼굴을 보자 상호는 아내가 빌려다 보던 한국 연속 사극에 나오는 왕의 역할을 하는 그 유명한 배우를 얼핏 생각했다.
판사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왓슨이 상호의 허리를 찔러 법원 밖으로 나갈 것을 명했다.
법원에서 판사에게 절절 매는 변호사들의 모습은 왕에게 절절매는 신하들의 모습보다도 더 하면 더 했지 덜한 것 같지는 않았다.
법원 복도로 나온 왓슨이 상호에게 닥달했다.
어찌 된 일이오? 왜 그런 차이가 나는 거요?é
ü난 당신이 저축구좌 만을 묻기에 머니마켓 구좌에 저축한 금액을 빼 먹었어요. 고의는 아니었오!é
이것이 재판을 앞 둔 상호에게 크나 큰 실수가 되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그의 잘 나갈 것 같던 오늘의 예감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어디부터 고쳐 나가야 한단 말인가. 이제까지 들인 공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왓슨이 더 이상 말을 잃고 다시 법정 안으로 들어와 판사에게 고개를 끄덕했다.
유어아너, 5만 불이 맞습니다.é
그러자 판사가 노한 듯 다시 판결문을 읽었다.
ü-그렇다면 지금부터 5년 간 월 1천 4백이 아닌, 1천 8백 달러를 원고에게 지불한다.!é
순간 상호는 낙심하여 고개마저 땅으로 푹 숙이며 판결을 들었다. 화가 치밀어 모두를 포기하고 밖으로 뛰쳐나가고만 싶었다. 판결은 계속 되었다.
ü-피고는 앞으로 4주 이내에 원고 측 변호사비 3만 달러 중 2만 달러를 지불할 것...
이상 양측 변호인들은 판결 내용을 정확하게 서류로 만들어 본인에게 제출할 것- 이상 오늘 재판을 마친다.é
판사가 마지막 판결문을 읽을 때 상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서 속으로 외쳐 대고 있었다. -그 지겨운 상대 변호사 비용조차 나더러 내라니......왜 저 년이 싼 자리까지 나더러 치우라고 당신은 큰소리를 치는가!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누구를 화병으로 죽게 하자는 저의가 아니고 무언가? 이게 무슨 법인가? 어떻게 멀건 대낮에 법이 눈 뜬 사람을 이렇게 구석으로 몰고 가는가? 다 집어쳐라-집어쳐!-
그렇게 해도 그의 속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이렇게 외쳤다.
-당신이 판사일지는 몰라도 제왕은 아니야! 당신이 인생을 뭘 안다고-. 1천 8백 달러가 무슨 농담이야? 나 같은 서민에게-. 당신처럼 월수입이 1만 달러나 된다면 또 모르지-, 당신이 겨우 2-3천 달러 벌어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뭘 안다고 거기에 앉아 멀쩡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느냐고- 이혼이 무슨 범죄라도 된단 말야?-당신 같은 판사가 있기 때문에 오죽하면 사람이 개만도 못하다는 속담이 다 있을까. 왠줄 알아? 개들은 당신처럼 다른 사람을 재판하지 않거든...
판결은 이렇게 끝났다. 판사는 자리를 떴고, 원고 측 변호사 골드는 노골적으로 좋아 라고 자신의 고객인 여자의 손을 잡고 크게 흔들었으며, 상호는 화가 나서 제일 먼저 법원 밖으로 나와서 왓슨을 기다렸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나와 앞도 보이질 않을 정도였다.
잠시 후 왓슨이 나와서 한 마디 했다.
그 저축금의 부정확성 때문에 판사가 우리측을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소. 무척 화가 나는 일이오!é
상호는 그의 변명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잘못은 저축금액 만이 아니었다. 판사가 저축금액을 언급하기 전부터 판결은 이미 일방적이었다. 상호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ü화가 나고 말고요, 이건 이성이나 논리를 저버린 판결이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집까지 저당 잡혀 위자료를 그렇게 주고도 또 5년간이나 매달 주어야한다니-. 거기다가 변호사 비까지-.é
ü논리는 여기서 들먹이지 맙시다. 여기서는 판사 말이 곧 논리요.é
왓슨의 말이었고, 상호는 아무 말도 이미 들리지 않았다.
이혼은 사회적 범죄란 말인가? 그리고 그가 남자라는 게 그 죄를 걸머져야 하는 이유가 되는 걸까? 아니면 그가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이혼으로 야기된 사회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건가? 그래서 그 책임을 모두 그에게 지우는 것인가? 상호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분주했다.
여하튼 법원은 약자의 편에 서서 그를 돕는 것이 공정한 재판이라는 전통을 유지키 위하여 이런 식으로 중산층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모양이다 만, 그 동정적 사회정의라는 것도 백여 년 전 거주 인구가 몇 안 되고 사람들이 양심적이고 선량할 때에 당연히 적용되어야 할 이상이며, 사회정의인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처럼 악의로 가득 한 도시민들에게 천사의 이상을 부여하는 건 돼지 코에다 진주 목걸이를 걸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렇게 별에 별 생각을 다 하며 상호는 법정을 나섰다.
( 19 )
다음날 상호는 직장으로 돌아오니 동료인 테레사가 옆에 있었다. 그래서 서로 대화를 하던 중에 어제 법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채로 재판이 너무나 여자에게 일방적이고 불공평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앞으로 미국이 잘못된 사법제도로 인하여 큰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는 의견까지 피력했다.
ü나는 사법부가 힘없고 약한 자 편에 서서 돕는다는 대의명분은 이해할 수 있다고 쳐요. 하지만 이제까지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낸 이 나라의 서민인 나 같은 사람을 사법부가 내친다면 누가 선량한 백성을 보호해 준단 말이요. 그리고 대개의 경우 약자들이 이 사회에 기여한 게 무엇이며 앞으로도 무얼 그들로부터 기대하겠어요. 그들은 이미 옛날의 선량하고 순수하던 백성들이 아니란 말요. 악랄하게 가진 사람을 뜯어내어 한 몫 하려는 못된 인간들에게 법원에선 순진하게 승리의 월계관을 안겨주고 있단 말요. 그리고 이혼이 무슨 범죄라구 선량한 소시민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안기느냐 말요...세상 물정 아무 것도 모르는 무식한 판사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마구 되지도 않은 판결 명령을 때려 보통사람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짓은 정말 문제인 것 같아요......é
잠자코 듣고 있던 테레사가 입을 뗐다.
ü상호, 당신의 입장은 이해해요. 하지만 사람은 살다 보면 그보다 더 불행한 억울한 경우도 많이 당하고 살게 마련이니까...참아요. 세월은 생각보다 빠르니까 금방 지나 갈 거예요. 어떤 사람은 잘못 범인으로 지목되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거나 사형 선고를 받는 경우까지도 없지 않잖아요? 어차피 인간들이 살아가는 곳엔 부조리가 있게 마련이죠, 그렇죠?é
그녀의 그런 말을 들으니 상호는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ü그래도 그렇지 나는 다시 항소를 할 지도 몰라요. 이건 너무 억울하거든...é
ü참아요, 상호. 내 생각엔 그저 참고 묵묵히 법원 명령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봐요. 지금까지 판사에게 이길 만한 입증을 못 대고 지고 와서, 이제 다시 항소 심에서 이길 수 있는 자료를 대기란 더 어려울 거예요. 그걸 증명하기 위하여 다시 들어야 할 서류,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테고......차라리 그 돈으로 위자료를 내고 마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요?é
그래도 앞으로 그 많은 위자료를 5년간 달 달이 내기란 너무 억울해요. 아이도 없이 아이 부양비도 아니고 말이요.é
ü한편으론 그렇지요. 하지만 상호는 한 여성을 자기 집으로 데려다가 함께 자고,  청소 같은 집안 일을 시키고, 요리를 하게 만들고 한 것을 결코 값싸다고 생각치 말길 바래요. 그 일을 위해서 한 사람을 고용했다 생각해 봐요. 그보다 더 들지도 모르잖아요. 그 뿐인가요. 그녀는 상호의 집에 와서 잠까지 함께 잤다는 사실이 판사가 보기에 그만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보는 걸 거예요. 그러니 방법은 없어요, 몇 년 꾹 참고 마음을 비우세요.é
테레사는 여자니까 여성 편만을 드는 거 군요? 어째서 결혼이 둘이 같이 하는 것을 가지고 남자가 비용을 대서 여자를 고용하는 거로 생각한단 말이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먹고 자고 하는 건데 말이요.é
그러니까 여자 편을 드는 게 아니라 똑같이 생각하자 이거지요. 당신도 이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한 만큼 대접을 받지 않아요? 그러니 그녀도 그만큼의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볼 때 당신 수입의 얼마를 떼어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마도 법원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 거예요.é
상호는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아주 엉터리는 아닌 것도 같고, 항소는 그녀 말처럼 포기하는 편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라 그런지 그녀의 말이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듯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야 누가 옳고 그르다고 분명하게 가를 그런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냥 그 선에서 수긍하고 마는 편이 현명하다고 상호는 생각했다. 어쨌든 그녀도 한 다리 건너 남의 사정이니 마음대로 뱉어내는 말이야 쉽게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상호야 어찌되었던 간에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긴 5년을 견뎌내어야 할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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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내는 이제 그에게서 아주 떠났다. 그녀의 흔적이 밴 모든 것을 가지고 갔다. 본래 결혼 전 상호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모두 버리고 그녀가 다시 장만했다는 이유로 가구며, 냉장고, 식탁, 조리 버너 등도 모두 가져갔다. 심지어 유리창에 걸린 커튼까지도-. 돌연 집은 껍데기로 남아 있었다. 상호가 쓰던 책꽂이와 책상만이 남아 자리를 보전하고 있었고, 그 밖에 모든 것들이 자리를 비웠다. 당장 덮고 누울 이불조차도 없었다.
그는 무심코 책상에 앉아서 서랍을 열어 보았다. 서랍 속에는 예기치 못한 물건이 하나 서류 틈에 끼어 남아 있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 이었다. 아내가 고의인지, 혹은 실수였는지 남기고 간 것이다.
그는 그 목걸이를 아내를 만날 때  프로포즈를 위하여 장만했었다. 다이아몬드가 있는 탓으로 상당히 비싼 목걸이였지만, 그는 좀 무리를 해서 신용카드를 내고 구입했었다. 그리고 그 카드 빚은 결혼 후에도 조금씩 오랜 동안 갚아 왔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카드 빚을 거의 다 갚고 잊을 만 하자 이혼소송이 걸렸고, 이제 그녀에 대한 위자료와 부양비 지급이 그의 목을 졸라왔다.
상호는 돌연 모파상의 명작단편 â목걸이ä를 읽었던 생각이 났다. 거기서도 주인공은 허영심으로 남의 가짜 목걸이를 빌려다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걸 갚기 위하여 고된 일로 청춘을 다 허비하고 말았었다.
하긴 상호도 아내의 위자료 때문에 다시 얻어낸 주택 융자의 빚을 다 갚자면 앞으로 30 년은 더 걸려야 할 것이었다.
이렇듯 고달프기 만한 새 인생이 상호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직장에 가서 부지런히 일해 봤자 봉급은 그 달 지불금 내기에도 벅찼다. 봉급의 절반이 넘게 전 아내의 위자료로 빠져나가고, 그 나머지로 집에 대한 할부 분할 금을 포함한 세금, 보험금 등 다른 공과금을 부담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점점 주머니 사정이 메마르고 나니 어쩌다 먹어보고 싶은 외식은커녕, 마음먹은 대로 사회생활조차 지탱할 수가 없게 되어갔다. 어디라도 사회에 나가게 되면 돈이 따라야하지 않는 곳이란 없었다. 그러니 그는 겉으로나 속으로 다 위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만나서 한 번의 술 접대라도 받으면 다음엔 내 편에서 대접을 해야 마땅한 관계가 지속되는 법이었다. 그런데 상호는 형편이 그렇지 못했고, 이제 누구를 만나기조차 두려웠다.
그래서 2중 직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직장을 다녀오기가 무섭게 파트타임의 일이라도 찾아서 뛰어야 했다. 처음에 그는 가정교사를 찾아서 몇 달을 하게 되었다. 상호는 어려서부터 이곳 미국에서 자랐으므로 영어는 웬만큼 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한국인을 소개받아 몇 달을 뛰었지만 별로 신통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맡은 가정교사라는 게 돈이 좀 있다는 성인을 맡아 하게 되었는데 워낙 기초가 없는 데다 머리가 굳어 있어 그가 가르치는 진도를 따라오지도 못하면서 선생만 원망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들이 주는 돈이 푼돈이어서 상호가 필요한 고정수입이 되질 못하였다.
그는 몇 달이 안돼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했다. 다음에 그가 잡은 일은 부동산 사무실이었다. 거기서 그는 모든 번역이나 부동산에 관계된 서류를 작성해 주는 일 등,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영어가 짧아 못하는 일들을 대행해 주고 그들의 커미션에서 밥값이나 될까 말까할 푼돈을 얻었다. 그러다가 그 일도 곧 순탄하게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끌고 다니던 자신의 승용차가 완전히 고장이 나버린 것이었다.
새차를 한 대 구입해야 되는데, 현재도 이미 과 부하상태로 벅찬 월부금을 더 이상 늘려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에이전트들의 요구에 부응하자면 기동성이 필요한데 그들이 주는 푼돈으로 차를 살수도 없고, 하는 수없이 곧 그 일도 못하게 되었다.
상호는 이제 간신히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 직장이나 가야 했으며, 버스가 닿지 않는 나머지 구간은 걸어 다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하루하루가 고된 나날이었다. 세월이나 빨리 흘러가야 이 고생스런 날 들이 지날텐데, 그야말로 세월은 하루가 3일과도 같은 부지 하 세월이었다.
그렇게 두어 해가 지날 즈음  버스를 타고 마켓엘 가려고 조깅 운동화를 신고 4블록쯤을 활발한 체 걸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검정 색 세단 한 대가 지나가다가 그의 앞에 섰다. 그러더니 유리창 문이 두꺼비 눈꺼풀 벌어지듯 스르르 열리며 누군가가 흰 이를 드러내고 그에게 알은 체를 하였다. 허리를 굽혀 차안을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군대에 있을 때에 상관이던 Mr. 몰로이 씨가 타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길에 서 있는 거야!é
상호를 본 그는 반가움을 금치 못하며 이렇게 소리쳤다.
ü어쩐 일이세요? 난 시내버스를 타고 어디 좀 가려고요...... é
ü버스를 타다니? 차는 어쩌고?é
ü고장이 나서요.é
ü반갑군...우선 차에 오르게나! 어디까지 가는지 내가 태워 줄 테니.é
그래서 상호는 염치 불구하고 차에 올라탔다.
그의 행색을 아래위로 훑어 살피던 몰로이 씨는 상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자네-, 그간 무척이나 많이 변해 버렸군. 아주 팍 늙어 버렸어! 어디 몸이 아프기라도 한 거냐구? 내 말은......
무슨...... 아프긴 요. 세월 탓이지요.é
ü세월이라니......세월은 자네만 세월인가?é
ü아마 그 동안의 내 인생살이가 남들의 몇 배나 고달파서 그런 모양이지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é
몰로이 씨가 상호의 말뜻을 몰라 다시 그의 행색만 살폈다.
그 놈의 위자료 갚아 대느라고 말이죠. 그나저나 이 놈의 세월이나 빨리 가야 할텐데......é
ü아니... 자네 세월 탓 꽤나 하는군. 남들은 세월이 빠르다고 야단들인데......é
ü저에겐 그렇지가 못하군요. 그 저 요즘엔 하루가 3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구요......é
Mr. 몰로이 씨가 상호의 말뜻을 알아듣기엔 얼마간의 시간이 더 걸렸다. 상호는 그의 세단에 앉아 마침 옆에서 달려가는 버스 안에 탄 대부분의 운전을 할 수 없는 노인승객들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젖었다. 자신도 늙어 보인다면 아마도 그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그들을 점점 닮았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들에 비한다면 자신은 아직도 희망을 저버릴 수만은 없는 아직도 새파란 청춘이어야만 했다. 승용차를 타고 그들은 미끄러지듯 내달렸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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