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비파주를 마시며

2007.08.21 08:41

성영라 조회 수:1644 추천:133

태평양 건너 온 이십이 일이
친정에 얹혀 지내는 밤

시집간 딸
삼 년 만에 보는 내 아버지
건강에 좋다며
칠 년 묵은 비파주 한잔 따라주시네

어릴적 아버지의 뜰 안에서
함께 자라던 비파나무
빌라 들어선 마당에
더이상 뿌리 내리지 못하고
독주에 노란 몸 담그고서
옛날 이야기 풀어내네

마당가득 피었던 비파나무 꽃
내 아버지 머리 위에 옮겨 앉았네

후다닥 봄밤은 가는데
아버지 오래오래 거기 앉아 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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