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수리중

2007.09.09 07:28

김영문 조회 수:718 추천:114

    그동안 본의 아니게 돌보지도 가꾸지도 못하고 물도 거름도 주지 않는 사이에 제 웹사이트가 황폐일로를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통한을 느낀바 현재 내부 수리에 들어갔습니다. 카펫도 바꾸고 가구도 새로 들여오고 페인트칠도 하고 메뉴도 바꿀 예정입니다. 다른 데서 저녁 드시고 소주 한 잔 걸친 후 이차로 오시기에 알맞은 업소로 신장 개업할 예정으므로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업 소식이 전해지면 즉시 방문하시어 조회 횟수를 늘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되어 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가급적이면 들어왔다 나갔다를 수십차례씩 반복하셔서 컴퓨터에 기록되는 조회 숫자가 높아지도록 기여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른 데서 소주 한 잔 하신 후 이차로 오시기에 알맞은 업소라고 말씀드렸으므로 현명하신 여러 분께서는 이미 이 업소가 그다지 도덕적으로 모범적인 업소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짐작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또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업소가 빨리 신장개업하기를 은밀히 기대하는 분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오신 분들이 엄숙한 얼굴로 참석하는 그런 모임은 실로 기묘하게도 넘쳐나도록 많습니다. 저희 업소의 분위기는 도무지 그런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저질입니다. 이 업소에서는 바람피운 이야기, 남의 돈 떼어먹은 이야기, 망신당한 이야기, 망신 준 이야기, 남 헐뜯는 이야기, 유언비어 퍼뜨리기, 등등을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왁자지껄 떠들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지나간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의 원대한 계획, 즉, 새로 발견한 여자와 바람피울 이야기, 사기 칠 계획, 잘 나가는 사람 유언비어 퍼뜨려서 흠집 내기, 친한 사람들 이간질해서 갈라놓기, 은행 털기, 내 곗돈 떼먹고 도망갔다가 다시 나타난 놈 살인하기, 등등에 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 의논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완벽하게 만들고, 더 좋은 계획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의견을 경청해서 채택합니다. 그리고는 모든 계획이 완벽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드디어 행동에 옮깁니다. 그 후에는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서 그 실행의 결과를 놓고 떠들게 되는 반복적 절차를 밟게 되는 그런 곳이 될 것입니다. 그 사이에 많은 양의 알콜성 음료를 소모하게 될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정이 되어 업소가 문 닫을 때 되면 집에 못 가겠다고 버티고 앉아서 술 더 가져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불한당 같은 놈도 생기고, 술값 없다고 시계 맡기겠다는 놈, 업소 밖에서 만취하여 문간에다 토역질해대는 놈, 그 통에 그래도 돈 좀 있어 보이는 놈이 있으면 낚아서 데리고 가려고 대기하고 있는 창녀들, 허벅지 위로 삼각 빤츠가 다 들여다보이는 벗은 몸을 흔들며, 즐겁게 해드릴게요, 놀다 가세요. 흐, 흐, 흐, 분위기가 스을슬 잡혀가기 시작하는데요. 흐, 흐, 흐.

    언제 나왔는지 그 유흥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파출소의 순경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나서 얼굴 익고 이미 여러 번 서비스도 받아 본 창녀의 엉덩이를 한 번 쓰다듬고 젓가슴 주물럭하고는 손님 숫자를 눈대중해서 제 수입 부분을 계산해본 후 나타날 때처럼 슬그머니 없어져 버립니다.

    이런 후진 곳에 자리 잡고 이런 추잡한 분위기를 가지고 운영하게 되는 곳이 말하자면 제 업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쪼록 도덕군자 신사 숙녀 여러분께서는 제 업소의 근처에도 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업소는 고매하신 인격과 귀족적 취향을 가지신 분께 어울리는 곳이 아닙니다. 혹시 그런 도덕군자 같은 분이 오셔서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저희 장사하는데 지장이 있으므로 입장을 정중하게거절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중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들어와서 둘러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비난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몽둥이를 들고 쫓아내 버릴지도 모릅니다. 들어와서 같이 마시고 떠들고 입질하던가 아니면 들어오지 말던가, 선택은 둘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한글 워드 프로세서에 다 써놓고 보니까 어떻게 이 웹사이트에 올리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번거롭게도 워드 프로세서에서 프린트를 해다 놓고 여기다 다시 또 타자했습니다. 워드 프로세서에서 이 웹사이트로 글을 어떻게 옮길 수 있는지 가르쳐주실 독지가는 없으신지요? 업소가 열리는 대로 소주 한 병 서비스로 올리겠습니다.

    집안 서재에 앉아서 이런 잡소리 쓰면서 홀짝거리고 마시기 시작한 포도주 한 병이 다 비었습니다. 꽤 취해가고 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내부 수리가 끝나는 대로 다시 인사 올리겠습니다.

    김영문
    (09/09/07 새벽 3시)

추신 : 다 써놓고 "작성 완료"를 누르니까 "카테고리를 선정하여 주십시오"라는데요. 그래서 카테고리를 누르니까 "시, 수필, 소설, 평론"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쓴 글에 해당하는 "공지 사항"이라는 분야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매하신 인격과 귀족적 취향을 가지신 분" 어쩌고 한 부분을 참작하여 "평론"으로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마땅치 않아서 "수필"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수필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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