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수리 중 (2)

2007.09.29 11:28

김영문 조회 수:879 추천:119

                           내부 수리 중 (2)

    처음에 간단하게 생각하고 시작한 내부 수리가 막상 해보니까 그리 쉽지 않네요. 뜻밖의 장애물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서 제 웹사이트 신장개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으므로 막간에 보고 드립니다.
    금방 공사 끝내 주겠다고 손댄 녀석이 선수금만 이백 불 받아서 떼어먹고 행방불명입니다.  그렇게 잘 되던 핸드폰으로도 연락이 안 돼서 이 녀석을 내게 소개한 사람에게 찾아갔지 않겠습니까. 한인촌에서 곰탕집하는 사람인데 그 녀석 이야기를 했더니 글쎄, 나에게 빈 손바닥을 내보이며 미국식으로 어깨만 움칠합니다.
    “아, 그러게 잘 알아보고 일시키라고 했지 내가 언제 책임진다고 했나요?”
    너무나도 맞는 말이기 때문에 나는 한참 씩씩거리다가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속이 부글거리면서 타올라서 이 쌔끼를 어디서건 만나면 늘씬하게 두들겨 패 주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번 돈 이백 불인데 이놈이 그렇게 쉽게 사기 쳐 먹었는지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 노릇입니다. 혹시 이 쌔끼 본 사람 없습니까? 키는 요만하고 몸무게도 고만 정도 밖에 안 나가는데 얼굴이 무지 못 생기고 까무잡잡하고 약간 살짝 곰보에다가 눈만 살아서 쥐새끼 같이 반짝거리는 놈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 쌔끼한테 사기당한 사람이 꽤 여러 명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본 사람 있으면 즉시 전화해 주십시오. 신장개업하는 대로 소주 한 병 서비스로 올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신장개업을 준비하면서 그래도 그 사이에 죽어라하고 써서 새로 단편 소설 두 편 또 올려놓았습니다. 안 써지던 글인데 신장개업을 해야 한다는 목적이 생기고 나니까 과연, 글이 막 써지고 있습니다. 많은 손님이 들어와서 좀 읽어주셔야 할 텐데 이거 영 방문 횟수가 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들어와서 읽고 나서 추천 안 해주는 사람은 이거 뭡니까? 헤밍워이에 버금가는 명작을 읽고서도 그 진가를 모르신다면 그 독서력과 평가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유명한 헤밍워이도 처음에는 인정을 받지 못해서, 네? 헤밍워이가 아니고 헤밍웨이라고요? 하, 참, 저는 본토 발음을 하는 사람입니다. 본토 발음도 헤밍웨이라고요? 글쎄요, 그런가요?, 맞습니다. 제가 헤밍웨이라고 했지 언제 헤밍워이라고 했습니까. 참, 사람 잡겄네. 물론 헤밍웨이가 맞는 발음이라니까요.

    내부 수리 중이라는 공고가 나간 그 다음 날 아리따운 목소리의 여자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겠습니까. 제 업소에 마담으로 일하러 나오겠다는 겁니다. 직접 만나서 쟙 인터뷰를 해야 한다니까 좋답니다. 하, 만사 제쳐놓고 얼른 만났습니다. 글쎄 이게 웬 떡입니까? 내가 미치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스포티하고 탄탄한 골격에 살이 전혀 없는 여자. 젖가슴도 엉덩이도 오동포동 살이 좀 오를 동 말 동한 여자. 니트로 된 까만 원피스에 또 아주 잘 어울리는 굽이 날카로운 까만색 하이힐. 그 구두 앞에 조금 터진 부분으로 살짝 보이는 엄지발가락. 빨간색 페디큐어. 그리고 아래로 챠악 내리깐 눈. 까맣고 긴 속눈썹. 다소 차갑게 보여서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그러나 입가에 살짝 감도는 것 같기도 하고 안 감도는 것 같기도 한 미소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오세요, 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 묘령의 미인이 글쎄, 시키는 대로 뭐든지 열심히 하겠어요, 이러지 않겠습니까. 뭐든지 말이죠? 네, 뭐든지.
    쟙 인터뷰가 몹시 무르익어 가고 있어서 우리는 좀 더 분위기 있는 곳에서 인터뷰를 계속 하기로 하고 그 근처의 조명이 은근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서로 믿고 같이 일하려면 마음이 맞아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마음이 맞으려면 우선 몸부터 맞아야......
    맥주 세 병이 비어갈 때쯤 되니까 서로의 마음이 아주 잘 풀어져서 쟙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내가 그렇게 마주보고 앞에 앉지 말고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자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두 말 없이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자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내 코를 스물거리게 만들고 그 머리카락이 볼에 차갑게 와 닿는 감촉이 나를 혼미하게 합니다. 은근히 팔을 들어 여자의 어깨를 안으니 차분하게 안겨오는데 그 섬세하고 가냘픈 어깨에서 오는 예민한 성적 느낌이 드디어 나를 와해시키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이 여자가 지금 나보고 사과를 먹으라고 준다면 나는 군소리 안 하고 열 개라도 먹어버렸을 것입니다. 에덴동산에서의 그 징벌적인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알콜성 음료가 상당히 작용하고 판단력을 꽤 마비시킬 즈음해서 우리 둘은 부둥켜안고 그 조명이 은근한 카페를 나왔습니다. 마침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모텔 간판이 보여서 우리는 마치 약속이나 되어 있었다는 듯 체크 인했습니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자 나는 여자를 끌어안고 우선 키스부터 했습니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천천히, 천천히 말입니다. 이런 때에 절대 서둘거나 내 기분만 생각하고 난폭해지면 안 되는 것입니다. 즐거움은 같이 나눌 때 배가되는 것이므로 서서히 달아오르는 여성 특유의 성향을 십분 이해하고 거기에 페이스를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여자의 온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만지고 애무했습니다.
    아, 아. 드디어 여자의 숨결이 가빠지고 첫 번째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쟙 인터뷰는 대단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여자에게 내가 보고 있는 사이에 옷을 벗으라고 말하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웠습니다. 여자는 하나씩 벗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다 벗은 여자보다는 마악 벗고 있는 여자가 더 아찔하게 자극적이라고 어느 누드 화가가 말했었는데 그 말이 정녕코 과장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브래지어가 벗겨져 나가고, 오 마이 갓! 옷 속에 숨어 있던 그 보물이 내 눈앞에 출렁하고 그 진가를 나타냈습니다.
    더 이상 참는다는 것은 도덕률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나는 여자를 낚아채서 침대에 눕혔습니다. 허겁지겁 나도 알몸이 되어 드디어 여자의 팬티를 벗겨내고 돌덩어리처럼 단단해진 내 비장의 무기로 그 여자의 깊은 곳을 난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행동은 특별한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아도 곤충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이미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 어느 동물학자의 학설이라는 것입니다. 미친 녀석이 별걸 다 연구랍시고 한 모양입니다.  
    여하튼, 아, 그 황홀한 감촉.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움. 괘락.
    합격. 합격. 쟙 인터뷰는 대단히, 대단히 성공적으로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글 쓴다더니 책상에 엎드려서 웬 낮잠을 그렇게 자요.
    나는 기겁을 해서 깨어났습니다. 아, 이게 그럼 꿈이었습니까?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들여다보다가 나가고 문을 닫지 않습니까. 랩탑 위에 얼굴을 묻고 졸은 모양인지 랩탑 스크린에는 내 코에 눌려서 씌어진 미완성의 글씨가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ㅎ ㅎ ㅎ ㅎ ㅎ ㅎ ㅎ ㅎ ㅎ ㅎ

    내부 공사가 끝날 때 까지 이따금 중간보고 올리겠습니다.  혹시 아까 얘기한 내 돈 이백 불 떼어먹은 쌔끼를 보게 되면 틀림없이 제게 전화 주십시오.

   김영문
   2007년 9월 29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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