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체온
2007.02.01 07:38
남들 자는 시간에 책상에 앉는다는
기숙사에 있는 딸과 통화를 한다
"얘야, 잘 있었니"
다소곳한 대답 “네” 하고
간단히 끝내려하지 않는 딸
그 앤
잔정이 미흡했을까
동네 참새들 곁에서 하루를 보냈을까
앞뒤 순이 뒤바뀐 듯 한 조잘거림
언제까지 들을 수 있으려나
메말랐던 수피에 물기 돌고
주름살 펴이는 소리
그러나
마음에도 없는 나의 말
"얘야, 사람에겐 생체 리듬이란 게 있단다
그만 자거라"
“싫어, 응"
한 눈 가득 딸의 어리광 안겨와
찌릿찌릿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뿌리로
같은 손금 맞닿으면 돌고 도는 수액의 실핏줄
그런 떼거지 쓰는 딸에게
“얘야, 그만 됐다 아빠도 잠자야지"
보채고 달래는 가슴이면 얼마나 더울꼬
(2003)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4 | {수필} 유필은 눈 안에 묻고 (시리즈, 4) [예문 수필] | 박봉진 | 2007.08.21 | 1164 |
| 33 | {특강} 나의 수필창작 관습 (시리즈, 3) | 박봉진 | 2007.08.12 | 950 |
| 32 | {수필} 연서안의 동봉 편지 | 박봉진 | 2007.08.02 | 979 |
| 31 | {수필} 아카시아 | 박봉진 | 2007.07.04 | 1023 |
| 30 | {수필} 두레박 애환(哀歡) | 박봉진 | 2007.04.02 | 1160 |
| 29 | {수필} 날개 | 박봉진 | 2007.03.12 | 1061 |
| 28 | {수필} 머위 연가 | 박봉진 | 2007.03.12 | 1155 |
| 27 | {수필} 해맑은 웃음 | 박봉진 | 2007.03.12 | 826 |
| 26 | {수필} 오리 농장 | 박봉진 | 2007.03.12 | 1220 |
| 25 | {수필} 전속과 단골 | 박봉진 | 2007.03.12 | 920 |
| 24 | {수필} 어머니의 매맛 | 박봉진 | 2007.03.07 | 1037 |
| 23 | {특강} 낯설게 하기, 형상화 (시리즈, 2) | 박봉진 | 2007.02.12 | 1255 |
| 22 | {특강} 수필이란 무엇, 어떻게 쓸까(시리즈, 1) | 박봉진 | 2007.02.01 | 1079 |
| 21 | {시} 오월 하늘 | 박봉진 | 2007.02.01 | 602 |
| 20 | {시} 항아리 | 박봉진 | 2007.02.01 | 528 |
| » | {시} 체온 | 박봉진 | 2007.02.01 | 397 |
| 18 | {수필} 흐르는 섬 '천섬' | 박봉진 | 2007.01.31 | 634 |
| 17 | {수필} 맥킨리산 중턱에서 | 박봉진 | 2007.01.31 | 678 |
| 16 | {수필} 거꾸로 본 루이스호수 | 박봉진 | 2007.01.31 | 733 |
| 15 | {수필} 로제타석 | 박봉진 | 2007.01.31 | 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