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을 여행

2009.10.29 10:17

리타 조회 수:664 추천:38

제주도 가을 여행 / 리타



가을은 봄이나 여름과는 달리 떠난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 계절이다 온갖 곡식과 과일의 풍성함조차도 떠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이니 더욱이 그러하다 게다가 다가오는 겨울을 생각하면 뭔가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

그러나 많은 이들이 도리어 떠나가는 이 계절과 함께 동행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망설임에 마음만 동동 거리다 떠날 시기를 놓치고는 다음 해가 있음을 위안으로 하며 수북이 쌓여가는 낙엽 속에 모든 가을의 설렘을 묻어 버리고 만다.

한 계절이 떠나고 또 누군가가 떠난다고 무조건 따라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갈 곳도 오라는 곳도 없는 세상에서는 더욱이 말이다 그러나 가고 싶고 또 가야 한다면 열매를 맺고 잎새를 떨구고 떠나는 가을의 의미처럼 우리 또한 그 생명적인 의미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

세상의 삶이 그러하듯 그 마지막이 있게 마련이지만 가끔은 내 모든 한계를 넘는 먼 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눈 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지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차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과연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오래 전 네팔 히말라야를 트레킹으로 홀로 오르다 작은 눈사태를 만났다 너무나 순간적인 일이라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눈 더미에 쓸려 내려갔다 그러지 않아도 고산 등반중이라 산소 부족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참이었는데 잠시 잃었던 정신이 돌아왔을때엔 누군가 숨통을 조이는 듯한 고통과 하얀 눈 속에서도 이토록 깜깜할 수가 있을까 싶은 어둠만이 실 같이 남은 내 의식을 일깨우고 있었다. 그냥 맥을 놓아 버리기에는 풀고 가야할 것들이 많아서일까 필사적인 몸부림 그리곤 손 마디하나 눈얼음을 뚫고 허공에 닿았다. 순간 느껴지는 한 줄기 희미한 빛과 폐를 찢고 밀려들어오는 듯한 한줌의 공기, 뜨거운 눈물,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이번 조선 땅 가을여행을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제주도 올레길 에서부터 시작하여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을 오르고 산속에 자리한 산사들도 두루 찾아보며 나의 인생여정에 전환점이 되었던 그때의 일들을 새로이 되돌아보았다. (한양에서 리타)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14,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