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수필]사노라면 때로는

2007.02.05 07:12

박세규 조회 수:105 추천:11

사노라면 때로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박세규 살다보면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다. 어느 날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쁨이 있는가 하면,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닥쳐오는 아픔도 있다. 기쁨과 슬픔을 교차적으로 맞이하면서 또 다른 기다림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삶이다. 난 오른팔 어깨 통증으로 보름 이상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어서 결국 수술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말로만 듣고 TV에서 보았던 수술실. 수술실 침상에 입원복을 입고 누워 천장을 보니 조명이 너무 밝다.  태풍전야처럼 내 마음에 물결이 몰려왔다. 초록색 옷을 입은 마취사가 내게 다가오더니 크나큰 마스크를 씌우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지금부터 전신 마취에 들어가니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시고 숨을 크게 쉬었다가 반복하여 들여 마십시오.” 나는 몇 번인가 시키는 대로 반복하여 숨을 크게 쉬었다가 들여 마셨고, 그 뒤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스펀지에 물이 조금씩 스며들 듯 온몸이 마취가 되고 수술이 시작되었던가 보다.   깨어난 것은 수술 2시간 뒤였다. 일반 병실로 옮긴 뒤 어깨를 흔드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나의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살았구나!’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담당의사는, 오른쪽 어깨의 심한 운동으로 이두근이 파손되고 인대도 손상되었으며 일부 핏줄도 이상이 생겨 꽤 큰 수술을 하였다고 했다. 지난여름부터 아침마다 테니스를 쳤고, 두 달 동안 스쿼시를 배운다고 바쁘게 찾아다녔으며. 골프를 배운다고 연습장에서 열심히 골프채를 휘둘렀던 것이 원인이 되어 어깨 근육이 망가졌던 모양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떠오른다. 오히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욕심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던가. 수술 뒤 8시간 동안은 금식과 동시에 물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된다고 했다. 종일 굶었다. 목이 바싹바싹 메말라 오는 고통을 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겨우 젖은 수건을 입에 물고 나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U자 받침대에 매달린 소염제와 무통제약액은 가느다란 호스를 통해 낙숫물처럼 한 방울씩 떨어지며 나의 손목을 통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건강!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의 건강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돈을 찾아 쫓아가는 일이 많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건강이 아닐까. 돈은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건강은 한 번 잃고 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흐르는 세월 앞에 어찌할 수 없이 건강도 쇠약해져 가겠지……. 병실 코너에 붙어있는 거울 앞에서 나를 비춰보았다. 삐죽 솟아난 흰머리들, 눈가의 깊은 주름, 왠지 낯설기만 한 내 얼굴모습이 보였다. 어느 사이에 내가 이렇게 되었나? 얼굴 구석구석에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바람이 그물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가듯, 나이테만 굵어지고 지나온 나의 삶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 버렸구나!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보니 나뭇잎들을 모두 떨궈버린 가로수들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떨고 서있었다. 그러나 저 나무들은 올 봄에도 싱그러운 봄을 창조하기 위하여 이 고통을 참고 버티겠지. 그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 것을! 나도 모르게 머리가 숙여진다. 희망찬 새봄의 꿈을 키우며 고통을 견디는 저 나무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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