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수필가족으로서의 다짐

2008.07.22 08:30

조규열 조회 수:107 추천:9

수필가족으로서의 다짐 -제8회 수필의 날 참관기-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조규열   7월 15일은 박지원이 일신수필을 쓴 날이다.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수필가들이 제정한 제8회 수필의 날이었다. 올해는 계간 수필세계가 주관하고 수필의 날 운영위원회가 주최하여 대구 프린스호텔과 팔공산 일원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전국에서 500여명의 수필가들이 모이는 행사여서 저명한 수필가들이 많이 참석했다. 햇병아리인 나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참석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떠올렸지만 마음속으론 내로라하는 수필가들의 면면을 직접 보고 느낌으로써 나의 수필세계를 확실히 다지고도 싶었다. 전주에서는 행촌수필문학회가 중심이 되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반과 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에서 42명의 문우들이 동행하였다. 나와는 모두 관련이 있는 분들이 속한 모임이었지만 처음 뵙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동문수학하는 6천겁의 인연이어서인지 가고 오는 긴 시간동안 화기애애하여 싱그러운 녹음 속에 짙고 푸른 마음들로 이어졌다. 수필에  대한 열정을 가진 분들이고 수필의 날에 거는 큰 기대 때문인지 한낮의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갈 때의 자기소개와 올 때의 노래자랑에서도 개성과 특색을 엿볼 수 있었고,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치는 떳떳한 태도가 돋보였다. 나도 역시 강의실에서나 글방은 물론 갖가지 모임에서 적극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좋은 글을 써서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대구 프린스호텔 별관의 넓은 홀에서 개회식이 진행되었다. 정목일 위원장은 새로운 수필의 시대에 5천여 수필가들이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고 수필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한껏 드러낼 축제의 한 마당을 열자는 인사에 화합과 다짐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수필의 날 선언문 낭독이 있었는데, ‘수필은 지나간 시간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미래를 향해 펼치는 사랑의 향연이고 언어의 축제여야 한다. 모든 고뇌와 기쁨이 정제되어 수필의 품에 뿌리를 내릴 때 우리의 삶도 빛날 수 있다.’는 내용에 마음이 끌려 나도 그런 사명을 다하는 수필가족의 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가장 감격적인 건 ‘올해의 수필인상’의 시상이었다. 수상자인 원로수필가이자 전 공주대학교 원종린 교수는 월간수필문학 대상을 받은 바도 있는데 수필전집 6권과 <어느 멍청이의 일기> 전 6권을 간행한 공로가 우러러 보였다. 또, 전 중앙대학교 윤재천 교수는 현대수필문학회장 겸 계간 현대수필의 발행인으로서 수필문학전집 7권을 간행한 수필계의 대부라는 생각이 들어 우레와 같은 박수로 축하를 받았다. 두 분의 대표작품 ‘인생제목’과 ‘구름카페’, 고 피천득 선생의 수필 ‘멋’과 고 조경희 씨의 ‘장마단상’이 낭랑한 목소리로 전해질 때 시낭송에서 느끼던 분위기와 멋이 수필에서도 가슴에 와 닿는 기분이어서 수필가족으로 이런 글 한 편 써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하였다. 문학박사이자 문학평론가인 카톨릭대학교 김봉군 명예교수의 ‘21세기 한국 수필의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의 수필특강은 매우 인상적이고 많은 걸 깨닫게 하였다. 21세기는 주변부에 있던 수필이 중심이 된다며 수필시학과 본질에 입각하여 서정수필 중심으로 농익은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삶과 사물의 본질탐구에 중점을 두고 숭고미와 우아미, 위트와 유머가 풍기면서도 논리적이고 7~8매 길이의 단문이면서 내포된 자아를 적절한 언어로 담아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 독자와의 소통이 문제이며 사유와 감성을 세련되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이 가고 사명감도 느끼게 하는 유익한 강의였다. 하지만 만찬시간에 쫓겨 서둘러 끝낸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도 서사적이고 주관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흥과 가락의 여운 속에 늦은 만찬이 지역문인들과 어울려 정겹고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친교시간에는 각 문학단체별로 준비한 노래자랑과 민요, 춤과 수필낭송 등 다양하게 열띤 공연을 벌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판소리로 찬조출연까지 했던 우리 행촌수필문학회가 화려한 의상에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 당당히 1등을 차지하였다. 상금 20만원과 함께 박수갈채를 받고 전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가 기념촬영도 하니 기분이 짱이었고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한 출연진이 자랑스러웠다. 문인들은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갖고 서로 어울려 화음을 만들어내는 열의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 좋은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휴식시간에 전화와 이메일로만 소식을 주고받던 대구에 사는 제자와 37년 만에 만났다. 명절이나 스승의 날이면 지역특산품과 선물을 보내오곤 했는데, 내가 얼마 전에 등단하여 작품집을 보냈더니 건강해야 글도 오래 쓸 수 있다며 건강식품을 또 보내왔다. 생각 끝에 전주특산품인 합죽선에 ‘信望愛’란 글씨를 써 행촌수필과 함께 선물했더니 가보로 남기겠다며 앞으로 좋은 글을 많이 써야한다며 다짐까지 받았다. 제자와의 감격적인 만남 속에 한 약속이니 불광불급(不狂不及)에는 못 미치더라도 수필공부에 힘써 좋은 글을 써야 할 과제를 겹으로 안으며 또 다짐했다. 이틀째는 팔공산에 올라 방짜유기박물관과 동화사 그리고 통일대불을 돌아보고 장인정신과 국태민안의 염원을 가슴으로 안으며 전국에서 모인 수필가들과 사진촬영도 하였다. 내려오면서 대구은행연수원에서 성악과 수필낭송 등의 산상문학회를 가졌고, 각 지역 문학회와 수필문예지의 소개도 있었다. 폐회식에서 수필사랑의 마음과 열기를 소중하게 키워나가자는 당부와 수필가족들의 다짐, 달구벌의 인정을 식판에 담아 나눈 점심, 석별의 정을 나누고 내년을 기약하며 귀향길에 올랐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이 우리 수필가족들에게 큰 사랑과 농익은 글로 알알이 영글어 밝은 세상을 다지는 씨앗이 될 것이다. 내가 본질에 입각하여 세련된 문체와 함축된 언어로 짧으면서도 농익은 수필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기에 높은 벽과 많은 계단을 넘을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앞으로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고 진솔하게, 서로 돕고 베풀며 살아가는 삶과 아름다운 마음, 밝은 모습들을 글에 담아나갈 것이다. 동화사의 부처님과 통일대불 앞에서 마음을 다지며 제자와 전국의 수필가족들과도 한 약속이니 꿈은 꼭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줄 것이다.                                        (2008.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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