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수필의 날

2008.08.04 13:54

김영옥 조회 수:92 추천:10

수필의 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올해 수필의 날은 8회째였다. 수필의 날을 7월15일로 정한 것은 실학파이자 한국역사상 최고의 문학가인 연암 박지원 선생이 열하일기 중 일신수필을 쓴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란다. 각 지역을 돌며 전국의 수필가들이 모여 연암선생을 기리고 그 정신을 본받기 위해서리라. 2008년 7월 15일 올해는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프린스호텔에서 모였다. 전라북도에서는 대형버스로 하나 가득 타고 갔다. 우리나라의 대 수필문학가들이 모인다니 그들의 눈과 마음, 행동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 함께 동행했다. 오후 5시에 각처에서 모인 수필가들 모두는 인품이 수려하고 내적으로 멋을 풍기는 사람들이었다. 먼 곳에서 온 분들은 호텔의 숙소를 배정받고 대회의실에 500여 명이 넘는 수필가들이 모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해진 좌석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는 진행되었다. 준비한 대구 수필가들의 인사와 여러 단체들의 축사들, 원로 수필가들의 말씀, 수필 낭독, 장끼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밤이 깊도록 남녀노소가 손을 잡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수필문학을 첫째 가는 문학으로 만들자는 각오를 다졌다. 대구지방의 날씨만큼이나 수필가들의 열기도 달아올랐다. 수필은 거짓이 없는 진솔하고 소박한 문학이다. 경험의 바탕에 교육적이면서도 재미도 있어야하고, 울리고 웃기고 진한 감동을 느낄 것이 있는 글이어야 한다는 걸 여러 수필선배님들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개미 쳇바퀴 돌 듯 살림만 하고 살던 내게, 칠십이 넘어서야 수필가란 햇병아리 날개를 달았으니 날고 싶은 마음이야 어찌 없으랴만 도저히 날 수가 없다. 학식도 부족한데 알고 있는 것도 막상 글로 나타내려면 뒤죽박죽이 되고 갈수록 글쓰기가 어렵다. 주저앉고 싶다가도‘모이를 부지런히 주워 먹고 자라다 보면 언젠가는 건강한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암탉이 되겠지. 더 노력해보자.’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남의 흉내를 낼 수 없는 것이 수필이 아닌가. 이 나이까지 보고 듣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내 나름대로 글로 표현해 보리라 용기를 가져 본다. 우연한 기회에 동양란전시실에 들렀다. 갖가지 난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매혹되어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서너 시간을 보냈었다. 키도 크고 질서 없이 핀 화려한 양란은 향기도 없어서 조금 보다가는 이내 싫증을 느껶다. 하지만, 동양란은 수줍은 듯 가냘프면서도 곧은 꽃대에 겸손한 자세로 고개를 숙인 자태가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게 했다. 고상하고 품위 있게 잘 차려입은 맵시와 은은한 향기, 그 어느 것 하나도 멋이 흐르지 않는 것이 있는가? 동양란을 가꾸는 분들의 말을 빌리면 여간 공들여 기르지 않으면 좀처럼 꽃을 볼 수 없단다. 양란은 몇 천 포기를 다량으로 농원에서 기를 수 있지만, 동양란은 온갖 정성을 다 들여야 꽃 한 포기 볼 수 있단다. 깨끗한 공기에 알맞은 습도와 온도, 거름도 아주 조금씩 알맞게 그리고 기르는 사람의 마음씨도 좋아야 된다니 얼마나 고상한 꽃인가. 그러기에 옛 선비들이 난을 좋아하고 난을 가꾸면서 자신들을 단련하고 화폭에도 담았으리라. 수필도 난과 같으리라. 향기도 없이 겉만 화려하게 미사여구로 치장한 양란보다, 내면이 더 아름다워 은은한 향기를 풍기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동양란 같은 수필을 말이다. 그러자면 난을 좋아하는 선비들의 마음처럼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고 겸손한 자세로 성찰하며 자연과 더불어 생명을 가진 것들에게 정성을 다해 사랑할 때 고상한 동양란 같은 수필이 나오지 않을까? 이제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 받아 항상 시대를 앞서서 골고루 잘사는 사회가 되도록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수필가들의 몫이려니 싶다. (200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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