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아름다운 얼굴

2008.08.12 08:45

최윤 조회 수:95 추천:12

아름다운 얼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얼마 전, 증명사진이 필요해서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잘 나왔을까 걱정하며 사진을 찾으러 갔다. 요즘은 포토샵이라 하여 얼굴의 잡티나 결점을 완벽히 수정하는 기술이 발달해서 별 걱정 안 해도 되지만 말이다. 사진을 받아 드는 순간, 과연 이것이 내 얼굴인가 싶게 낯설었다. 늘 거울에서 보는 내 모습과 사진의 모습이 사뭇 달랐다. 그리고 포토 샵 처리 때문인지 왠지 더 낯선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잘 나왔는지 옆에 계신 분이 “어머나 잘 나왔네!” 하면서 내 얼굴을 쓰윽 쳐다보았다. 왠지 “포토샵 엄청했네!”하는 눈빛인 것 같아 좀 머쓱했다. 증명사진을 보면서 문득 ‘아름다운 얼굴’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의 얼굴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리라. ‘미스 유니버스’정도라면 이름 그대로 우주까지 공인하는 아름다운 얼굴이겠지만 미스 유니버스도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예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엄청나게 뚱뚱한 여자가 미인이기도 하고, 기형적으로 긴 목과 두툼한 입술을 뚫은 여성 등 우리가 생각하면 전혀 미인이 아닐 것 같은 여성이 그 나라에선 미인이 될 수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의 조건도 다르다. 우리나라 만해도 현대 미인의 조건과 과거 미인의 조건이 엄청 달라지지 않았던가. 고전 소설 ‘박씨전’에서 추녀의 얼굴을 ‘높은 코에 볼록한 이마, 왕방을 같은 두 눈’ 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그것이 바로 미인의 조건인데 말이다. 드라마를 보게 되면 예전의 내로라하는 여자 탤런트들이 요즘 보톡스를 잔뜩 맞고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주름은 팽팽히 펴졌건만 정말 아름답지 않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기는 주름은 그 나이에 맞는 얼굴의 성장과정 같은 것이련만 그 법칙을 어기니 정말 추해보이는 구나 싶었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선정된 적이 있는 오드리 햅번의 말년 사진을 보면 주름이 가득하다. 몸이 아파서 그랬는지 유난히 주름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말년의 생을 아프리카의 가난한 난민들을 돕는데 바쳤다. 다른 여배우들이 세월의 법칙을 완강히 부인하고 팽팽하게 주름을 펴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의 대가로 받은 돈과 명성을 난민들을 돕는데 썼다. 난민 아동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오드리 햅번의 얼굴은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명장면인 티파니의 보석을 보며 아침을 먹는 모습보다 더욱 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주름이 져도 아름다운 얼굴을 보톡스로 가리려 했다면 표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난민 아이에게 아름다운 미소도 보여주지 못 했을 것이고,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미인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예전과는 달리 단지 이목구비만 아름답다고 해서 예쁜 것이 아니구나 싶다. 그 사람의 표정, 웃음, 온정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 사람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 같다. 수필반 식구들과 미술반 친구들을 보면 나이보다 젊고 순수해 보인다. 작은 사물을 보고도 다른 이들보다 더 생각하고 또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나이보다 더 젊고 순수하여 아름다워 보인다. 얼마 전, 예전에 같이 일하던 선생님을 7년 만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예전엔 탤런트 이은주 닮았다고 사람들이 그랬는데 왜 그렇게 얼굴이 변했어요?” 그러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쁜 쪽으로 변했다는 건지 더 좋게 변했다는 건지 더 묻진 않았지만 나쁜 쪽으로 생각하여 우울해졌다. 그 날 이후, 평소 자연의 법칙대로만 산다며 미루던 피부 관리를 해보기로 했다. 마사지도 하고 아이 크림도 듬뿍 발랐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주 중요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늘 즐겁게 사는 것. 욕심 부리지 않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으며 사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몇 십 년 뒤에도 내겐 보톡스가 필요하지 않은 아름다운 얼굴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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