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나의 첫 단독비행

2008.08.27 18:27

김재환 조회 수:91 추천:10

나의 첫 단독비행(憺飛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재환 엔젤 피시(Angel Fish)의 부 조종석에 25Kg의 모래주머니 두 포대를 싣고 계류장에서 택싱(Taxing)하여 활주로 끝인 이륙지점에 멈추어 섰다. 윈도우 크로스, 안전벨트 착용, 이어폰 부착 및 키 작동, 오일펌프 오픈, 각종 계기판 체크, 초크 ON-Off 점검, 마그네틱 키Ⅰ-Ⅱ ON, 마스터 키 ON, 엔진 키 ON, 시동 버튼 ON상태로 기체와 계기체크를 끝냈다. “프런트 클리어, 라이트 클리어, 레프트 클리어”를 감독관에게 교신한 뒤 이륙준비를 마치고 긴장된 상태로 관제실의 명령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크 오프!” 비행 감독관의 근엄하고 날카로운 톤의 메시지가 헤드폰에 울렸다. "Take-Off!" 힘주어 복창하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조종간의 파워스틱을 천천히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밀었다. 좌우 발은 Rudder(방향타)에 힘을 주어 균형을 잡고 전 상 방향을 응시했다. 기체는 서서히 움직이며 부드럽게 활주로를 미끄러져 나갔다. Rpm 6,500까지 풀 파워로 엔진의 추력(推力)을 끌어올렸다. 기체는 가속이 붙어 쏜살같이 내달렸다. 활주 스피드는 50마일이다. Elevator(승강타)를 지그시 끌어당겼다. 400Kg의 엔젤 피시는 40도 각도의 푸른 창공으로 지상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500피트 상공에 이르렀다. 항속 60마일이다. 나는 2차원에서 3차원의 세계로 들어와 있다. 시계바늘은 09시40분을 가리킨다. 파워 Rpm을 5,500으로 내리고 승강타를 수평비행으로 바꿨다. 방향타는 레프트 턴을 시도했다. 직선상승과 곡선상승을 끝내고 곡선하강과 직선하강을 시도했다. 1,000피트 사이에서 심사관의 메시지에 따라 나 혼자만의 공중 유영이 시작된 것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성냥갑만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들이 두부모마냥 작아 보인다. 순창을 잇는 신설 도로가 비단 필을 펼쳐 놓은 양 곧고 시원한 모습이다. 구이 저수지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침 물안개가 햇빛에 반사되어 꿈틀댄다. 모악산 송신탑과 눈높이가 같다. 수왕사와 대원사는 발아래서 나를 올려다본다. 수평비행으로 바뀌고 라이트 턴을 반복한 뒤 메인테인하여 활주로를 찾았다. 바람이 세게 불어 비행기가 좌우상하로 흔들린다. 바깥은 만추라서 바람이 찬데 등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어프로치와 랜딩이 비행의 2/3이상 중요한 과정인데 뜻밖의 거친 바람이 나를 긴장시켰다. 이 순간을 헤쳐 나가지 못하면 초경량비행 라이센스 취득이 문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절박한 순간이다. 관제탑에서도 예상 못한 돌풍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호랑이에 물려가도 살아남는다.”는 속담을 되뇌며 혼신을 다하여 기축정대(機軸正對)를 한 다음 활주로를 응시하고 계기판을 훔쳐보았다. Rpm 5,000, 고도 500피트, 속도 50M/H, 정상이다. 2002년을 맞으며 나는 5년 뒤에 다가올 정년과 정년 뒤를 심각하게 고뇌하고 있었다. 차츰차츰 다가오는 정년의 발자국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마지막 승진까지 했고, 어떤(?)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보니 마음은 평안하기만 했었다. 그동안 나는 역마살이 낀 덕분에 국내의 유명한 산과 강, 섬들을 이 잡듯 샅샅이 섭렵했었다. 퇴임 뒤 두 개의 실천 목표를 세웠었다. 첫째는 그날이 언제일지 몰라도, 통일 뒤 북한지역과 옛 고구려의 산하를 낱낱이 둘러볼 계획과, 둘째는 경비행기를 몰고 한 마리 파랑새가 되어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하늘에서 금수강산을 보고 즐기며, 좋은 경관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바람이었다. 비행조종술 연마를 위해 근무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투자하였다. 단 30분의 조종을 위하여 하루를 투자했고 그 어떤 사생활도 포기했었다. 장거리를 오가며, 만만찮은 교습비와 예기치 않은 비, 바람, 안개, 눈 등 기상악화로 인하여 땡 치는 날도 꽤나 많았었다.   경기도 화성의 예모항공, 제천의 드림항공, 대천 비행장, 담양의 담양항공 등을 찾아다니며 비행술 연마에 목숨을 걸고 덤벼들었다. 내 나이를 공정하게 평가해야 하는데 나는 내 나이에 관대한 탓인가, 지나친 의욕만으로 심신이 지쳐 가던 중 2003년 봄 전주 삼천천 둑길 아래 고수부지에 모악항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건의 유‧불리를 떠나 등록을 한 뒤 열심히 연수를 했다. 대표는 육군 항공대장(航空隊長) 출신의 예비역 차 중령으로 헬기 조종사였다. 해군 출신 박 교관과 더불어 비행시간 5,000시간인 베테랑 조종사였다. 비행여건은 열악했으나 시간과 거리상 유리했고, 자식뻘 되는 젊은이들과의 경쟁이 싫지 않았다. 비행훈련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야 하는데 나는 공휴일이 아니면 불가능했기에 눈에 띠는 진척이 없었다. 하루 30분씩 30시간이면, 즉 연속 두 달이면 단독비행이 가능하고, 기상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석 달이면 만사 오케이인데, 속절없이 봄이 가고 여름도 가고 가을이 저물고 있었다. 나의 파이로트 로그 북엔 22시간 10분의 비행시간이 기록되어 있었다. 교관의 눈치를 아무리 살펴도 나의 단독비행계획은 요원한 것 같았다. 아직 그 단계에 못 미쳤다. 가슴앓이를 하며 겨울이 오기 전 솔로 테스트를 해야만 내년 3월로 해를 넘기지 않는다. 3일간 휴가를 내어 하루 두 시간 사흘간 집중훈련을 하였다. 고도를 400피트 300, 200, 100으로 낮추기 위해 Rpm역시 4,500, 4,000, 3,000, 2,200으로 파워 아이들을 잘금 잘금 줄여 당겼다. 라이트 턴이면 강물로 박히고, 레프트 턴이면 제방과 충돌한다. 폭 15m 활주로 정 중앙에 맞춰야 한다. 랜딩 포인트에 정확히 착지하지 않으면 짧은 활주로 때문에 신평다리나 삼천교에 걸리거나 부딪칠 수 있다. 하강 각이 비행기 프로펠러로 치우치면 활주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어프로치 각이 꼬리날개에 치우치면 엉덩방아를 찧는다. 비행장 위에 조그맣게 보이던 자동차와 사람이 크게 보였다. 방향타와 승강타를 잘게 조작하여 뒷바퀴부터 착지시키고 사뿐히 앞바퀴가 착지된 감각을 느끼며 엔진 키를 껐다. 오늘 아침 교관과 함께 한 2회의 연습비행을 염두에 두고 응용조작을 최대한 이용하였다. 브레이크 스틱을 당겨 비행기를 멈추고 눈을 감았다. 비행기의 좌우 평형을 위하여 실은 부 조종석의 모래주머니가 “잘하셔서 나도 무사 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제일 먼저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아, 해냈구나!” 비행복은 후줄근히 땀에 젖었고 힘이 쭉 빠졌다. 후배 동료들이 활주로에 나와서 박수로 축하를 해주고 차 대표와 박 교관이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비행기를 계류장에 파킹시켰다. 한국 초경량 항공협회의 감독관으로부터 합격 사인을 받으니 기쁨이 벅차올랐다. 초경량 항공기 조종사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전, 틈틈이 공부하여 3급 아마추어 무선통신  자격도 얻었다. 햄 교신을 할 수 있으며 항공통신에 필요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꽤 어려운 이론과목인 항공법(법규), 항공학(이론), 기상학, 구조역학 등 4과목의 필기시험에 전국 최고령자로, 상위 10%안의 고득점으로 합격하였다. 이제 솔로 플라이 테스트를 마쳤으니 초경량 조종사 면허증을 취득한 셈이다. 내 생애 가장 긴 시간은 오전 9시 40분부터 10시까지의 20분간이었다. 2003년 12월 6일 날씨는 내 마음만큼이나 맑고 쾌청했다. 내 볼에 부딪히는 바람결은 가을과의 작별이 서러운 듯 싸늘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북서풍이 여전히 불고 있었다. 나는 이제 한 마리 파랑새가 되어 바람을 가르며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Angel fish : 비행교육 훈련용의 X-Air 기종의 초경량 항공기 이름(본인 솔로비행기)   Taxing : 비행기를 지상(비행장)에서 날지 않고 운전하여 이동과 정지 전환 등의 활주   Front clear : 앞쪽이 맑고 깨끗한 상태로 비행기 이륙 시 전방 상방향 장애물이 없어                 지장이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 Right, Left clear는 우좌측 이상 없음임   Take-off : 이륙. 이륙하다, 출발하다.   Main-tain :유지, 계속하다. 조종시 비행기를 좌우전후 수평과 수직으로 유지하는 조작법   기축정대 : 비행기 머리 중앙부와 활주로 중앙선을 일직선으로 맞추는 것.   Approach : 접근하다 가까이하다. 비행기가 착륙키 위해 비행장 활주로를 찾아 하강함.   Landing : 착륙, 상륙행위. 200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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