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수필농사

2008.09.06 07:19

김상권 조회 수:99 추천:12

수필농사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상권 4,058평. 34년 전, 내가 처음 마련한 땅이었다. 마을과 좀 떨어진 외딴 곳에 있는 밭이었다. 그곳에 3칸 집을 짓고 살면서 밭농사를 지었다. 무엇을 재배할까 고민하다 감자를 심기로 했다. 씨감자와 거름을 미리 구입해 놓았다. 파종 날짜를 3월 중순 경으로 잡고 일할 사람도 맞추어 놓았다. 삯꾼 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씨감자 품종은 남작을 선택했다. 씨감자를 파종 2~3일 전에 눈이 1개 이상 달리도록 두 조각이나 세 조각으로 잘라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했다. 이런 준비가 끝난 뒤, 밭을 갈아 이랑을 만들고 30센티미터쯤 간격으로 씨감자를 파종했다. 4,000여 평이나 되는 면적이라 씨감자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감자는 비교적 건조한 것이 생육에 유리하며, 침수에 악한 작물이다. 바로 복토를 했다. 싹이 나오자 곧 호미로 잡초를 뽑아주었다. 6월 중순 무렵 맑은 날, 토양이 건조할 때 감자를 캤다. 100여 부대를 수확했지만 판로가 걱정이었다. 어쩔 수없이 중간상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금년은 물량이 많아 작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며 제 값을 주지 않았다. 수요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어떤 한 작물을 지나치게 많이 재배하면 공급량이 많아 가격은 떨어지고, 적게 재배하면 공급량이 적어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수요와 공급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농사는 걱정으로 시작해서 걱정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비가 내려도 걱정, 안 내려도 걱정이다. 작물이 흉작이어도 걱정, 풍작이어도 걱정이다. 태풍이나 장마, 가뭄 등으로 한 해 농사가 망칠 수도 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농사이므로 하늘의 도움 없이는 농사짓기가 힘들다. 1년 농사를 짓고 수입과 지출을 계산해보니 적자였다. 결국 1년 만에 땅을 처분했다. 시원섭섭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된 1년이었다. 농사는 역시 농사일을 전문으로 하는 농사꾼이 할 일이지 나 같은 어정뱅이는 어울리지 않았다. 경험과 지식이 없었던 내가 농사를 짓겠다고 달려들었던 것부터가 어리석었다. 수필쓰기도 농사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농부가 감자를 심을까, 고구마를 심을까를 결정하듯, 수필도 무엇을 소재로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씨감자를 구입하고, 거름을 준비하며 밭을 가는 것은 수필에서는 글쓰기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수필에 대한 이론 공부와 많은 독서, 특히 좋은 수필을 많이 읽어야한다. 거름이 부족하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독서와 사색이 부족하면 주제를 이끌어 갈 힘이 부족하지 않겠는가. 물과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것은 곧 수필을 많이 쓰고 다듬기를 잘 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는 뜻이리라. 농사에서의 수확은 수필의 작품완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파종에서부터 수학할 때까지 정성을 쏟아 가꾸어야 상품가치가 있는 알맹이가 나오듯, 수필도 서두와 내용과 결말의 구성이 좋고, 의미가 제대로 형상화되었을 때 작품다운 작품이 나온다. 농사에서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듯, 수필에서도 김 학 교수님 같은 유능한 선생님의 가르침이 필요하리라 본다. 수필에 대한 이론적 지식도 없이 소질만 믿고 자기식대로 글을 쓴다면 그것은 자만이려니 싶다.           땅과 농부는 거짓이 없다 하지 않던가. 수필가도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표현을 하기에 순진무구하다 할 수 있다. 어쩌면 농부와 수필가는 같다고나 할까? 나는 밭농사를 실패했지만 수필농사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 문학적, 예술적 가치를 지닌 진짜 수필을 쓰고 싶다. 종자 선택과 거름을 준비하고, 밭을 갈며, 물과 거름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며, 잘 가꾸어 많은 수확을 얻고 싶다.                                           (200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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