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잘 하려면

2008.05.01 08:36

이수홍 조회 수:94 추천:2

컴퓨터를 잘 하려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컴퓨터를 잘 하려면?”
컴퓨터에 물어보았다. 컴퓨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나만의 꿈이 아닐 것이다. ‘잘하려면 열심히 하면 되지, 그런 것을 컴퓨터에게 물어봐?’ 나 스스로에게 핀잔을 주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컴퓨터의 승부는 DATA양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간의 뇌의 원리와 같은 것이다. 저장을 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빼서 쓰는 것이다. ‘컴퓨터=데이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은,
1. 컴퓨터를 사용한 절대적 시간 량에 의해.
2. 같은 시간동안 사용하더라도 집중력을 얼마나 쏟아 부었나.
3. 얻어진 데이터를 얼마나 잘 조합해서 기억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일단 사용시간을 늘여야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해야 한다. 알아내고 나서 난 이런 거 필요 없어 나랑 상관없겠지 라며 버리지 말고 기록해 두어야한다.”

컴퓨터가 대답해 준 것이다. 이것도 컴퓨터가 스스로 말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저장한 것이다. 결국 스스로 터득한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정년퇴직을 한 뒤 한 달에 모임을 두 번 가지면서 친하게 지내는 두 친구가 있다. 경찰서장과 교육장 출신이다. 나는 판소리와 북을 배우고 그들은 컴퓨터와 사진을 열심히 했다. 함께 만나면 그 두 사람은 컴퓨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회장님은 무슨 말인지 모를 거요.”
라는 말을 들을 때면 멋쩍었다. 어느 날 ‘나도 컴퓨터를 배워야지!’ 결심을 했다. 그들과 대화상대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서였다.

우선 2005년 2월 24일 집에 컴퓨터를 설치했다. 큰아들이 컴퓨터회사에 근무할 때 함께 일했던 사장을 시켜 신제품으로 들여놓았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A/S 가 가능하도록 특별히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 뒤 아내와 함께 전주시 인후동 안골노인복지회관 컴퓨터기초반에 등록하여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막둥이는 컴퓨터를 잘 하려면 자판을 잘 쳐야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군산 친구는 자판을 잘 치려고 날마다 자형과 약속하고 성경200~400절을 친다고 했다. 나도 한글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니 자판을 안보고 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받게 되면서 컴퓨터의 참 맛을 알게 되고 신비스러움에 빠져 들었다. 아들, 며느리, 손자, 친지들이 축하메일도 보내주었다.
카페에서 보내주는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더구나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둘째아들 식구들의 소식을 바로 알 수 있어 좋았다. 보고 싶은 쌍둥이 손자들의 사진을 그때그때 보면서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큰아들이 생일 선물로 디지털 카메라도 사주고 컴퓨터에 포토샵도 깔아주었다. 그때부터는 사진도 촬영해서 보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배우는 데는 체면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친구 두 사람에게 만날 때마다 거침없이 물었다. 또 도청에서 서기관으로 정년퇴직한 종친에게도 배웠다. 음료수를 사들고 그 집을 방문해서 배웠고, 우리 집으로 두 번이나 초대해서 점심을 대접하며 배우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사진 촬영 후 편집까지 해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점점 컴퓨터에 중독이 되었다. 안골노인복지회관에서 인터넷활용반까지 마치자 더 이상 등록이 안 된다고 하여 중화산동 서원노인복지회관 활용반에 등록하였다. 등록 희망자가 많아서 새벽에 줄을 서서 기다렸던 추억이 새롭다.

네이트, 네이버, 다음, 엠파스, 파란 등 포털사이트에 닥치는 대로 회원가입을 해서 활동을 했다. 네이트에서 운영하는 미니홈피는 당시 서울에 있는 막둥이가 만들어 주어 사진을 저장도 하고 관리했다. 친구를 사귀어 방명록에다 글을 넣고, 아들과 손녀손자 등 여러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았다. 네이트에서 채팅한 것이 타자 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수시로 채팅을 한다. 다음, 네이버에 불로그도 설치하여 나에게 온 작품 중에 간직하고 싶은 것을 저장하여 수시로 본다. 다음에도 불로그가 있지만 플래닛이 더 좋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때부터는 다음 플래닛을 이용하였다. 역시 다음 플래닛은 작품을 저장하고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에 좋았다. 친구가 된 사람과는 메일로 안하고 바로 방명록을 찾아서 의사소통을 하여 아주 편리한 점이 많다.
  
판소리를 함께 배우는 친구에게 컴퓨터에서 얻은 즐거움에 대한 자랑을 많이 했다. 그도 그해 11월부터 신흥고등학교에서 기초반을 수료하더니 서원노인복지회관에서는 같은 반이 되었다. 판소리를 공부하고 컴퓨터도 함께 배우니 선의의 경쟁도 되고 허심탄회하게 정보교환을 할 수 있어 좋다. 의문이 있으면 즉시 PC방에 가서 컴퓨터를 열고 해결하였다. 활용반을 마치고 태그 반에서도 배웠다.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니 재미는 더했다. 플래닛에다 내가 찍은 사진을 저장하면서 일기 등 글도 썼더니 칭찬의 댓글이 달려 더 신바람이 났다. 닥친 대로 열심히 했더니 컴퓨터에 바이러스나 악성코드가 침입 잠복했는지 속도가 느려졌다. 물론 제거하는 방법도 배웠지만 자주하게 되지 않았다. 2006년 5월 1차 컴퓨터 포맷을 하였다.

생각해보니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인터넷이나 어설픈 사진에 빠져버렸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2006년 2학기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에  가서 글공부를 시작하였다. 글을 써서 책을 펴내고 막둥이 장가간 날 예식장에서 책을 배부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쓴 글을 메일로 교수님께 보내면 교수님이 수정을 해서 홈페이지에 올리면 문우들이 칭찬의 댓글을 달아주는 재미가 좋았다. 일주일에 한편이 아니라 두 편도 썼다. 수필교수님의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가르침은 어쩌면 그렇게도 평소의 내 생각과 일치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판소리와 북에 미치고 컴퓨터에 미쳤는데 또 글 쓰는 데까지 빠져들고 말았다. 2007년 5월 대한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아 수필가로 등단하니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또한 인터넷 신문 브레이크뉴스에도 글을 싣게 되어  열심히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밤 12시도 좋고 새벽 3시에도 컴퓨터에 앉았다. 살이 찌기를 바라는 사람이 살이 빠지면 어쩌나 아내가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영양식을 해 주면서도 쉬엄쉬엄하라는 소리가 아침 6시에 TV방송시작소리가 나오듯이 어김없이 나왔다. 둘째 며느리와 처조카 딸(종인)도 전화만 하면 살 빠지지 않게 하라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는 참으로 미친 듯이 열심히 했다. 아마 현직 때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고시에 합격했거나 총경승진도 충분히 했으리라. 지난 3월 29일 막둥이 혼인 때 내가 쓴 글로 책을 펴내 배부해서 목표를 달성하였다. 욕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또 한 권의 책을 더 펴낸다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언제 한 권을 채우느냐가 걱정이었는데 막상 편집 작업에 들어갔을 때는 어느 것을 뺄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남이 어떻게 평가를 하던, 나로서는 어느 작품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남은 작품들이 왜 방치하느냐고 나를 원망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더 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수님은 아들을 낳듯 3년 터울로 책을 내면 좋다고 하셨지만 그것만은 교수님 하라는 대로 안 할 생각이다. 쌍둥이는 못 날망정 연년생으로 낳아야겠다.

전쟁을 잘하고 승리를 하려면 무기가 좋아야 한다. 며칠 전 4월 4일 컴퓨터 본체를 교체했다. 또 속도가 느려져서 쓰던 것을 퇴출시키고 용량을 키워 새것으로 들였다. cel 2.8h2→cpu 펜티엄 듀얼코어 e2160/ ram 256mb→1024mb/ hdd 40gb→160gb/ 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성질 급하고 꼬락서니 사나운 내가 보고 느끼기에도 시원스럽게 팍팍 뜨고 속도가 빨라졌다. 신무기도 도입했으니 본격적으로 2차 대전을 치러야겠다.
  
내가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지금 한 말을 축약해보니 앞에 기록한 컴퓨터의 대답과 같다. 혹시 참고가 될까 해서 지껄인 것을 다시 정리하여 결론을 내린다.

<컴퓨터를 잘 하려면>
1. 컴퓨터를 새것으로 준비하라.
흔히 컴퓨터를 배운다고 하면 자녀들이 새로 구입한 것은 자기가 쓰고, 쓰던 중고품을 준다. 수준에 맞게라고 생각한다면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2. 모든 사람이 나의 선생이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란 말이 있다. 초등학교 손녀손자도 나의 선생이다. 누구에게나 마구 물어보라!
3. 집중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과 같은 맥락이다. 적당히 바둑, 고스톱이나 하고 카페에서 배달된 작품이나 보는 것은 그 수준 사람들의 즐거움이다. 매일 해야 한다. 여행 중일 때는 그곳에 있는 PC방의 위치부터 확인하라.
4. 배운 것을 기록하라.
그때에는 알았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항상 모든 것을 반복할 수는 없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5. 아무 때나 물어보면 알려줄 유능한 선생님을 확보하라.
미안해서 못 물어본다는 것은 변명이다. 미안하면 대가를 건네주면 된다. 술을 좋아하면 술을 사 주고 붕어빵을 좋아하면 붕어빵을 사주면 된다.
                                                  [2008.4.3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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