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속담은 바뀌어도

2008.05.02 13:13

최기춘 조회 수:90 추천:7

속담은 바뀌어도 -2008년 가정의 달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어느 날 골프 연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날씨가 으스스했다. 구름이 약간 끼고 바람이 불어 좀 심란한 날씨를 보이자 어떤 여성회원이 오늘 날씨가 화난 며느리 같다고 했다. ‘며느리’가 아니라 ‘시어머니’라고 해야 맟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걸작이었다. “아저씨, 요즘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는 세상으로 바뀐 줄 모르세요? 세상이 바뀌었으니 속담도 바꿔져야지요.” 어쩐지 마음이 무척 씁쓸했었다. 그런데 또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아들만 낳은 사람들은 장애인이란다. 그리고 ‘잘난 자식’은 ‘나라의 아들’이고, ‘돈 잘 버는 자식’은 ‘장모의 아들’이며, ‘빚진 자식’은 ‘내 아들’이란다. 아들만 둘을 둔 나는 우습다 못해 황당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예쁘고 아름다운 새댁을 만났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반에서다. 우리 교수님은 수업 시작 전에 늘 숙제검사를 하는데 숙제는 칭찬거리를 발표하라는 거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하고 쑥스러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우리 수필반 모두는 남을 칭찬하는 일을 좋아하며 누구나 칭찬거리를 장만해오고 남이 칭찬하는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열심히 듣는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원래 마음이 너그럽지 못한 탓인지 칭찬거리보다는 남들의 잘못한 것이 자주 눈에 띠었었다. 그런데 칭찬숙제를 자주 하다보니 요즘 내 눈에도 칭찬거리가 눈에 자주 띠어 교수님의 교육방법을 고맙게 생각하는 터이다. 오늘은 교수님이 젊은 새댁더러 숙제를 발표하라고 하니까 새댁은 시아버지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을 칭찬하는 것이었다. 정말 진실하고도 정감이 가게 칭찬하면서 시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하는 그 마음아 예쁘고 아름답게까지 보였다. 말을 들어보니 시아버지도 존경 받을만하지만 시아버지의 마음을 항상 고맙게 받아들인 며느리의 마음이 더욱 아름답게 생각되었다. 요즘 헐뜯고 험담하기 좋아한 사람들 말만 듣고 이 시대의 며느리들이 나쁘게 회자되지만 사실은 이 새댁처럼 어른을 잘 섬기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착한 며느리들도 많을 것이다. 옛날에는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란다. 농경사회에서는 어른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생활에 그대로 녹아들어 어른들의 말씀은 곧 교과서요 생활의 지침서였다. 밭에서 일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시면서 먼 산을 한 번 쳐다보고   “애들아 서쪽하늘에 북새가 뜨는 걸 보니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물 건너 닷 마지기배미에 베어놓은 보리를 묶어 들여야겠다.” 그 말씀을 따르지 않으면 영락없이 비를 맞히기 일쑤였다. 아기가 보채고 칭얼거리면 할머니가 체했나보다고 하면서 엿기름을 갈아 물에 타 먹이면 나았다.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기상통보관도 되고 의사도 되며 무엇이든 잘 아시는 척척박사였다.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소유하셨던 것이다. 그만큼 어른들은 권위가 있었고 그래서 어른의 말씀을 안 들으면 행실도 나쁜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도 손해를 봤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다 들어있고 TV와 신문방송이 웬만한 상식과 정보는 다 알려준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알고 있는 정보나 지식은 정확성도 떨어지고 쓸모없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갖가지 전자제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노인들은 그 기기들을 작동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노인들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버린다. 우리나라의 노인세대들은 노후문제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그저 자식들만 잘 가르치고 결혼시키면 자식들이 자기들의 노후를 책임져 줄 것으로 알았다. 일종의 종신보험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다 팔아 자식들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했다. 오죽하면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했을까? 그러나 산업사회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우리 가족제도가 바뀌게 되었다. 자식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뿔뿔이 흩어져 핵가족화 되고 인간의 평균수명은 길어져 노인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사회의 노인문제에 대한 대책도 부족하니 요즘 노인들은 어정쩡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노인들이 신세한탄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젠가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65세 정년 때까지는 당당하게 살았는데 95세 생일 때 30년간 허송세월한 일이 후회되어 어학공부를 시작하면서 105세 생일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내용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이는 맞는 말인 것 같다. 늙고 나이 들었다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변화가 심한 세상에 뒤지지 않을 뿐더러 젊은 세대들에게도 괄시를 받지 않을 테니까. 변화란 반드시 필요하다. 속담이 변해도 좋다. 그러나 변하지 않을 것까지 변해서는 안 된다. 그중에서도 기본적인 인륜이 변해서는 더더욱 안 될 줄 안다. 그런데 인륜의 가치관이 그릇되게 변하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효행은 백행지본(百行之本)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결혼식 주례를 설 때마다 신랑신부에게 효도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효도하는 마음은 모든 행동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지만 노인의 날을 10월로 정한 까닭도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속담이 바뀌고 있다. 세상만사가 변하니까 속담도 바뀐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인 윤리의식만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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