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쓰레기 줍는 전직 대통령

2008.05.03 09:27

김금례 조회 수:103 추천:10

쓰레기 줍는 전직 대통령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금례   나는 오래 전부터 TV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에 가보고 싶었다. 드디어 4월 26일 오전 8시, 정다운 문우님들과 함께 오락가락하는 날씨인데도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향했다. 임기 5년을 마친 노 대통령은 고향으로 내려와 고향 사람들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있다.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손녀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 봉하마을과 화포천 일대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 장화를 신고 장갑을 낀 채 노란봉투에 집게를 든 그의 모습은 답답했던 청와대 시절의 모습보다 오히려 더 보기 좋았다. 쓰레기 줍는 대통령! 그래서일까. 퇴임 뒤 그는 국민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다.  평일에는 3,000명 주말에는 그 배가 넘는 관광객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고 있단다. 마을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나와 주세요!”라고 외치면 카우보이모자를 쓴 노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나온다는 거다.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우리 일행이 봉하마을에 도착하자,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씨처럼 청명한 봄날로 바뀌었다. 이열치열동태탕 식당 임응택 사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노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초라한 집이었다. 그런데도 주말이라 그런지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임시주차장엔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즐비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1946년 8월 6일 농부인 노판석(盧判石) 씨와 이순례(李順禮) 여사의 3남 2녀 중 막내로 출생하여 1975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78년 변호사 개업 때까지 권양숙 여사와 함께 이 마을에서 살았다고 한다. 봉화산은 사자바위와 기암절벽이 아름답고 비스듬히 누운 마애불상도 눈에 띄었다. 문우님들과 봉화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대통령 집 앞 골목에 이르니 오후 2시쯤 되었다. 그때 노 대통령이 우리 앞에 나타나셨다. 주름진 얼굴에 해바라기처럼 웃는 모습이 청와대시절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모습이 떠올랐다. 카터 대통령 역시 인권외교를 펼치고 중동평화협상을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성과를 냈지만 국민의 인기는 형편없었다. 1979년 발생한 이란사태로 이란주재 미국대사관이 통째로 호메이니가 이끄는 회교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점령당하자 재선에도 실패했었다. 땅콩농장 주인이었던 지미 카터는 백악관에서 물러나자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지미 카터는 자기의 삶이 점점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확대되는 것이라며 망치를 들었다. 집 없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목수가 되었다. 그것이 해비타트운동이다. 우리나라 수해지역까지도 찾아와 주택복구에 구슬땀을 흘린 적이 있었다. 해외의 민주화 노력을 지원하여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재임 중에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퇴임 뒤에는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다. 목수가 된 대통령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대통령이라며 미국인들이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박수를 보냈듯, 쓰레기 줍는 대통령에게 우리도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박수를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선진국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멋진 대통령은 참모들이 만든다고 한다. 난 조선왕조를 빛냈던 참모들을 떠올렸다. MBC역사 드라마 ‘이산’의 홍국영과 KBS대하드라마 ‘대왕 세종’의 하륜……. 단순히 윗사람을 보필하는 자리를 뛰어 넘어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참모들이다. 이외에도 태조의 조선왕조창업을 설계한 정도전의 ‘상부상조의 리더십’과 혁명적인 세종의 완급을 잘 조절한 황희의 ‘수용의 리더십’, 세조의 오명을 공적으로 덮은 신숙주의 ‘열정의 리더십’, 진리를 위해 목숨을 건 조광조의 ‘일편단심의 리더십’, 선조의 제멋대로인 성질을 다 품어 준 유성룡의 ‘관용의 리더십’, 서로 다른 철학을 지녔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날카로운 감각과 열정을 지녔던 게 조선왕조시대의 참모들이다. 바로 그런 힘이 있었기에 훌륭한 리더도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성웅 이순신의 리더십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기억된다. 리더는 참모를 선택하지만 훌륭한 참모는 리더를 만들어낸다. 평생을 리더십 연구에 바친 미국의 정치학자 겸 역사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교수는 리더십의 요체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의지에 불을 지피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희망이 없고 행복이 없다는 체념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조 확장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섬기는 리더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제17대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식 때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에 신화를 창조하며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대통령에 의해 나라의 이미지가 바뀐다.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역할이 있다. 하나는  이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의 역할이요, 다른 하나는 행정부를 이끌어가는 행정수반의 역할이다. 어떤 논리로 집권했더라도 계속 그 한 가지 논리만 고집한다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부자와 빈자, 노조원과 경영자, 남자와 여자 등 모두의 대통령이다. 말 한마디에 감동이 따르고, 그의 손길 하나로 위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공동체의 선두에서 이끌어 가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위하여 국민들은 국가를 빛내는 멋진 참모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라의 리더인 대통령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고 가정의 리더인 가장은 가족의 행복을 책임져야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렇게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우리 집의 가장인 남편의 유능한 참모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2008년5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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