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나는 행복합니다

2008.05.03 18:44

김용학 조회 수:86 추천:13

나는 행복합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용학 지금으로부터 49년 전인 1959년 봄, 나는 고향인 익산의 왕궁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당시는 전통적 농업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때로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2007년 말 현재 약 2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누구나 살기가 팍팍하던 시절이었다. 시골에서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키 큰 미루나무 꼭대기 두 곳에 각각 대나무 장대를 연결하고 그 사이에 전선줄을 매달아 그것을 안테나로 삼아 방송을 듣는 조그만 나무상자 속의 광석라디오뿐이었다. 그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사범학교(지금의 교육대학의 전신)를 갓 졸업하신 신출내기 교사로서 대단한 열정으로 우리들을 지도하셨다. 그러나 음악 시간에 사용할 건반악기 한 대조차 구경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음악시간이면 교무실의 풍금 1대를 힘센 학생 5, 6명이 교실로 옮겨 수업을 받았었다. 담임선생님의 반주에 맞추어 반달, 섬 그늘 등의 동요를 배웠다. 나중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비로소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등 여러 종류의 악기가 있음을 알았으나 그 시절에는 누구나 자기 악기를 소유할 형편이 아니었다. 1950년대의 광석라디오에서 1960년대의 트랜지스터라디오로, 1970년대의 흑백TV에서 1980년대의 칼라TV로,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였고 1990년대 이후로는 컴퓨터가 우리네 안방까지 점령하는 인터넷 세상이 되었다. 나는 2008년 1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마다 출근하던, 40여 성상의 공직으로부터 공로연수명령을 받아 연말까지 주 1회 출근만 하는 몸이 되었다. 공로연수란 정년퇴직 잔여기간이 1년 이내인 장기근무공무원에게 그간의 공로를 인정하여 퇴직 후 사회적응을 하도록 사전준비기간을 주는 제도이다. 연수기간 중엔 주로 도정주요업무 및 국책사업 홍보활동, 도정발전을 위한 제언, 후배공무원에게 전문지식의 전파 그리고 사회 적응을 위한 자기개발활동을 하게 되어 있다. 나는 1년여의 연수기간을 어떻게 활동할까 모색하던 중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여러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1학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인터넷으로 평생교육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교육복지학부, 생활교양학부, 스포츠건강학부, 어문학부, 예술학부 등 5개 학부에 총 200여 교육과정이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생활교양학부의 수필창작기초과정과 예술학부의 클래식 색소폰 과정을 선정하고 등록마감일에 평생교육원 행정실에 들러 등록금을 납부하고 수강신청을 하였다. 내 평생 맞이한 60여 번의 3월을 의미 없이 보낸 달이 없었지만 40여 년간의 공직을 떠나 맞은 2008년 3월이야말로 각별한 행복사건들로 점철된 달이었다. 그 중 첫 번째 행복사건은 2008년 3월 5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기초」과정에서 생면부지의 김학 교수님과의 만남이다. 교수님께서는 나를 기준으로 위를 보면 불행하고 아래를 보면 행복하다는 일체유심조의 진리를 일깨워 주셨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칭찬이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보라, 칭찬이 세상을 바꾼다, 칭찬은 귀로 마시는 보약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칭찬거리를 발견하자고 주문하면서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사정없이 채찍을 휘두르셨다. 교수님께서는 3월 중에 대한문학, 행촌수필, 전북문단, 에세이스트, 노래하는 산수유 꽃, 임실문학,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 등 10여 만 원에 상당하는 수필집을 무료로 나눠주셨다. 그러니 1학기 등록금 114,000원의 80% 만큼 회수할 수 있는 기쁨을 주셨다. 두 번째 행복사건으로 나는 99882324하려고 3월 27일 예수병원 건강의학센터에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폴립 3개가 낙종되어 있음이 발견되어 1일간 입원하여 전문의의 레이저 집도로 간단하게 무통수술을 받았다. 몰랐다면 대장암으로 갈 수도 있다하여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하였다. 또한 전동성당 맞은편 좋은얼굴 신치과에서 오른쪽 아래 어금니 결손 보충을 위한 임플란트 기초 기둥을 세우고 다가오는 5월에 새로운 인공어금니 하나를 얻을 수 있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행복사건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예술학부에 「클래식 색소폰」 과정에 입교한 일이다. 내 평생의 소원 중 하나는 악기 하나를 선택하여 멋지게 연주하는 것이었는데 아내가 거금 150만 원을 쾌척하여 사 준 일제 야마하 275 알토 색소폰을 가슴에 안고 2008년 3월 4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중에 수강을 하게 되었다. 입교 후 마우스피스에 네크만 결합하여 아랫입술이 짓무르도록 앙브쉬르(Embouchure)하여 버들피리를 부는 것 같이 뚜우~우, 뚜우~우, 뚜우~우만 불어오다가 드디어 넷째주인 3월 25일부터는 네크를 본관 벨과 결합하여 왼쪽 손가락 키를 누르면서 시, 라, 솔, 도 음을 내는 과정에 접어들었다. 음악에 문외한이어서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인내와 끈기로 계명창을 습득하고 핑거링도 꾸준히 익혀 「베사메무쵸」를 멋들어지게 연주할 꿈을 꾸고 있다. 이모작의 내 꿈은 하나하나 이루어지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 그 말은 진정 옳은 이야기였다. 나는 벌써부터 꿈 너머 꿈까지 준비하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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