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아버지

2008.05.10 13:24

김길남 조회 수:106 추천:11

아버지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아버지!” 참으로 오랜만에 불러 본다. 나는 13세 때 마지막으로 불러 본 뒤 오늘이 처음이다. 아무리 불러보려 해도 들어주실 아버지가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61년 만에 다시 아버지를 불러 본다. 아버지는 인자하셨다. 마음씨가 고우셨다. 세상에 법 없이도 산다고 하는 말을 듣고 사셨다. 1900년에 태어나셔서 1947년에 돌아가셨다. 너무도 일찍 가셔서 두고두고 아쉬움만 남는다. 남들이 다 하는 효도 한 번 못하고 불효 한 번도 못했다. 오죽하면 불효라도 하고 싶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려운 때를 사시면서 고생만 많이 하시고 가셨다. 농사를 지으면서 일하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논밭에서 거두어 들인 곡식을 지게에 지어 나르셨다. 마당에 보리나 메밀을 널어놓고 마른 뒤 도리깨로 두들기기도 하셨다. 길쌈을 하려고 심었던 목화를 앞산에 널었다가 가져 오시고, 논밭에 거름을 내시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살림살이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일제 말기와 해방 바로 뒤였다. 아버지와 같이 한 세상은 고생뿐이었겠으나 당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도 귀한 아들이라고 잘 해주신 것만 생각난다. 8살 때 이웃 마을 서당에 다녔다. 비가 와서 가지 않겠다고 하니 나를 업어 데려다주셨다. 한 번도 맞아 보거나 꾸중을 들은 일도 없었다. 해방이 된 해 가을에 임시정부에서 식량을 하도록 집집마다 벼를 나누어 주었다. 그 벼를 김제 청하면의 창고까지 가서 가져오는데 따라가 조금 짊어지고 온 기억도 난다. 먼 곳을 구경시키려고 데리고 가셨을 것이다. 겉으로 표현은 안하시고 가슴으로 사랑을 베푸신 아버지다. 돌아가신 해 겨울에 앓기 시작하셔서 며칠 뒤 혼수상태가 되셨다. 지금 같으면 바로 병원에 갔을 테지만 그 당시는 가지도 못했다. 한의사를 부르고 약을 드시기도 하였다. 그래도 안 되니까 무당을 불러 굿도 하였다. 그러나 영영 말 한마디 못하시고 가셨다. 열이 많아 혼수상태가 되신 것을 보면 전염병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송강 정철의 고시조에 어버이 살아실제 섬길일란 다하여라./ 돌아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 뿐인가 하노라/ 하였다. 나도 후회하고 눈물 흘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우리 마을에서 노인정을 짓고 준공잔치를 할 때 아버지들을 모시고 아들들이 절을 올리는 행사를 했었다. 나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참여도 못하고 한 쪽으로 가서 남몰래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다.‘주자십회'에도 ‘불효부모사후회'가 첫 번째에 나온다. 인간은 예나지금이나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못한 것을 돌아가신 뒤 후회하게 되는가 보다. 요즘 부모에게 불효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노후에 서로 모시려 하지 않아 늙은 몸 의지할 데가 없는 분이 많다. 시골에 부모만 남기고 떠나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자식도 있다고 한다. 혼자 살다 아무도 모르게 죽기도 한다니 어디 인간으로서 할 일인가……. 그러나 효도하는 사람은 더 많다. 눈에 띄지 않아 그렇지 부모나 조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버이날은 효도선물이 오가고 음식점은 만원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형식적인 것이지만 카네이션 꽃이 불티나게 팔린난다고도 한다. 그렇게 효도하는 아들딸들은 후회하는 일이 적으려니 싶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효자효부를 찾아서 표창을 하곤 한다. 어버이날이나 시민의 날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행의 근본인 효를 널리 선양하기 위한 일이다. 그리고 효자에게는 보람과 자부심을 심어주고 격려하는 뜻이 담겨있기도 하다. 옛날에도 효자효부에게는 효자문도 내리고 효행록에도 올려 자자손손 대대로 잊지 않도록 했다. 잘하는 일이진다. 살아계신다면 효도하고 싶으나 지금은 계시지 않으니 그것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신 뒤 후회하지 않는 아들이 되라고 권하고 싶다.                           (2008.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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