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엘리베이터

2008.05.21 13:51

김길남 조회 수:104 추천:5

엘리베이터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고층 건물에는 으레 엘리베이터가 있다. 높은 층을 걸어서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예전에 살던 5층짜리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 때는 젊었으니 별로 어렵지 않게 오르내렸지만 몸이 지쳐 있을 때는 매우 힘들었다. 지금은 12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오르내릴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엘리베이터는 이웃 사람과 만나는 장소다. 한 줄에 사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다. 그곳이 아니면 같은 지붕 밑에 살면서도 만날 수 없다. 5층 아파트에 살 때 일이다. 같은 줄에 사는 후배를 6개월이 지난 뒤에야 만난 일이 있었다. 위아래에 살면서도 소통의 기회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우연히 얼굴이라도 마주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파트 사람들의 사정이다. 예전에는 반상회라는 것이 있어서 주민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도 없으니 이웃을 만날 기회가 없다. 이웃에 살면서 얼굴도 모르니 사는 게 너무 삭막하다. 위아래에 누가 살고 고향이 어디며 식구는 몇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도 없다. 옛날에 살던 고향은 30여 호였지만 아침저녁으로 만나 기쁜 일 어려운 일을 같이 겪고 도와주는 다정한 마을이었다. 닭 한 마리만 잡아도 서로 나누어 먹는 정다운 고향이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어느 집에서 누가 살았고 성격은 어떠하며 무엇을 잘 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 회의를 한다 해도 나오지 않는다. 이웃과 담을 쌓고 모르는 체 산다. 남이야 어떻든지 자기만 잘 살면 된다. 심지어 옆집 노인이 혼자 살다 죽어도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는 사례도 있다. 내가 아파트 주민대표가 되어 회의를 주관한 일이 있었다. 참석하는 사람이 없어 곤혹을 치른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60대 이상 5가족이 매월 한 번씩 만나 회식을 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었다. 그 것도 2가족이 이사를 가서 없어졌지만 오래도록 하고 싶은 일이었다. 편리한 엘리베이터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예절을 지켰으면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미소를 지으며 상냥히 인사를 하면 좋겠다. 나는 아는 사람에게는 인사를 하고 모르는 사람이 타면 몇 층에 사느냐고 말을 건넨다. 아이들이 타면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 그게 인사였다. 그런데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다음에 만나면 본체만체 하는 사람도 있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그렇게 되면 나도 다음에 인사를 하기 싫어진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내가 내려가려는데 올라가는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걸어서 내려갔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가끔 담배꽁초나 휴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생선냄새가 나기도 하고 담배연기가 자욱한 때도 있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부주의 때문에 비롯된 일이다. 큰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다. 이용하려면 이것저것 모두 눌러 놓고 먼저 오는 것을 탄다. 빨라서 좋을지 모르나 다른 사람도 이용하는 것인데 자기 혼자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이용권을 빼앗아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전기의 낭비는 얼마나 많겠는가? 전라북도 도청의 엘리베이터는 그러한 낭비와 불편을 없애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아무 단추나 누르면 제일 가까운 곳의 엘리베이터가 온다. 아마 전산장치가 그렇게 된 모양이다. 큰 건물은 모두 이렇게 하면 편리할 테지만 시설비가 많이 들겠지 싶다. 누구나 이용하기에 편리한 게 엘리베이터다. 현대인이 자주 만나는 고마운 시설이 엘리베이터다. 서로 아끼고 예절을 잘 지켜 즐거운 주거문화를 이루고 싶다. (200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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