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서른네 살 내 지난날을 돌아 보며
2008.06.04 04:39
서른넷의 내 지난날을 돌아 보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구미영
'잘 살았구나!' 내가 내 삶을 마감하는 날, 지난날을 떠올리며 하고 싶은 말이다. 결혼 전 26년 반은 부모님 그늘 아래서, 결혼 뒤 8년은 남편의 그늘아래서 살고 있다.
나는 특별히 착하다거나 나쁘거나 예쁘거나 못나지도 않은 너무나도 평범한 대한민국 여자. 좋은 대학을 간 것도 아니고, 조건 좋은 조건의 남편을 만난 것도 아니며, 좋은집에 살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책을 읽을 수 있고, 곁에는 그런대로 성실한 남편이 있고, 내 집도 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잣대에 맞추려고 애써 발버둥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만일 내가 내일 죽음을 맞이한다면 오늘은 잠을 못 이룰 거 같다. 사는 게 별거냐라고 외쳐도 보지만 때로는 사는 게 별거인 삶을 살고 싶다.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서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고등학교 때 어느 교생선생님이 가르쳐 준 노래다. 그땐 서른이란 나이가 아주 머나먼 미래인 줄 알았다. 아니 실제로도 그랬었다. 하지만 시간은 제멋대로 흘러 갔다. 그리고 어느덧 내 나이 서른에다 네 살이 사족처럼 더 붙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이룬 업적은 아이들을 낳은 것뿐이다. 남편과 시부모님이 좋아하시니 아이들을 낳은 것은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전경린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서른 살이 넘으니 세상이 재상영관 같다. 단 하나의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것만 같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난데 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이 엑스트라 같은 삶에 구역질이 날 때도 있지만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맹물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도 싶지만 그것은 세상도 나도 허락할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의 반도 안 살았다며 비웃는 이도 있겠지.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란 게 나이와는 별개라는 것쯤 누구나 알 것이다.
관객도 없는 영화, 하루만 상영하다 간판을 내릴 지도 모르는 그런 영화, 그러다 서서히 잊혀지는 영화. 지금은 그런 영화가 녹화되어 있는 테잎을 미련없이 버릴 때인 거 같다.
아름다운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나는 그저 후회 없는 삶,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노라고 내 삶의 마지막 날, 내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아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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