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부부란

2008.06.07 08:11

김영옥 조회 수:87 추천:9

부부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2008년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참 잘 한 일이다. 모든 인류의 역사가 부부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어떤 기념일보다 가장 잘 지켜야할 날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결혼하여 부부가 되어서 종족을 이어왔다. 그러기에 오늘날 내가 이 땅에 살고 있지 않는가. 태어나고, 결혼하고, 죽는 일이 본인의 의도대로 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결혼해서 부부의 인연을 맺는 일도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할 본분인 것 같다. 성경말씀 창세기 2장을 보면 창조주께서 결혼의 창시를 할 때 남자를 돕는 배필로 여자를 만들고 부모를 떠나 둘이 한 몸을 이루어 종족을 번식시켜 지구를 아름답게 가꾸고 동식물을 잘 다스리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셨음을 알 수 있다.        가정문화가 다른 곳에서 자라 성인이 될 때까지 굳어진 두 사람이 만나 서로 화합하며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악연 중 악연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엔 다른 것은 모두 자격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야만 채용하는데 결혼만큼은 자격시험이나 자격증도 없이 나이가차면 무작정 부부가 되니 알 수 없는 일이다. 결혼을 하기 전에 이 사람과 부부가 될 것을 미리 아는 사람이 있던가? 그러기에 평생을 같이할 부부란 인연은 보통 인연이 아닐 듯하다.      경상도에서 태어난 나 역시 52년 전 21세 때, 전라도에 사는 지금의 남편과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반 백 년이 넘도록 살아 왔다. 남편은 남아선호사상이 짙은 가정의 맏아들로 섬김을 받는 환경에서 자란 때문에 절대군주 역할만 하던 사람이다. 나는 신식문화를 받아들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여자를 최고로 여기는 가정에서 대접받으며 자라온 여자다. 그러니 처음에는 서로의 자존심이 부딪쳐 참 살기 힘들었다.   남편과 나는 성격이 대조적이다. 남편이 말없는 큰 바위라면 나는 자주 쓰이는 예쁜 물컵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한쪽은 정리정돈에 무관심인데 나는 매사에 정확하게 들어맞아야 견디는 성격이니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남편은 성질이 급하면서 일은 미루고 나는 생각이 미치면 즉각 행동한다. 심지어 잠자는 시간도 틀린다. 한 쪽은 밤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4시면 깬다. 나는 그날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짓고 밤 12시가 넘어야 자고 아침은 늦게 일어나는 편이다. 남편의 성격은 과격하고 급하기가 이를 데 없지만 쉽게 풀어진다. 그러나 나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잘 참는 편이지만 가끔은 화가 쉽게 풀리지 않아서 화병이 날 정도다. 그러니 먼저 화해하고 달래는 쪽은 언제나 남편이다. 그 바람에 매번 속아 살았는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아옹다옹, 티격태격, 옥신각신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결혼생활이었다. 늘 사소한 생활습관이 맞지 않은 것이 제일 문제거리였다.      젊은 날엔 울기도 많이 울고 못살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네 명의 자식들이 단단히 고리를 걸어 놓고 옴짝달싹 못하게 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참는 것도 버릇이 되었나보다. 어느 고비를 넘기니 생각이 바뀌게 되면서 남편의 뜻을 맞추는 것이 해결책임을 터득해 냈다.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타고난 성품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 편하게 살고 내적으로 이기는 방법은 내가 굴복당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바뀌는 것이 쉽지 상대방을 바꾼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단점만 보고 산다면 아마 살아 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장점에 감사하며 그래도 내 남편이 제일이라고 믿으니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고 점점 더 행복한 생활이 되었다.     부부란 묘한 것이다. 다툴 때는 원수 같은 미움이 치밀어 오르다가도 잠시 그 마음이 사라지고 식사시간이 되면 제일 좋은 것 하나 있다면 부모와 자식도 주지 않고 남편을 주고 싶으니 말이다. 미움도 나 혼자 미워해야지 다른 누가 미워하면 그 꼴은 또 못 보겠으니 인연치고는 참 묘한 인연이다. 무의식속에서도 나 자신보다 남편을 더 섬기는 것이 모든 여자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남자도, 자기 몸의 일부가 여자임을 안다면 자기 몸처럼 여자를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기 몸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요즘 젊은 층보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젊을 때 기세를 부리던 남자들이 이혼을 당한다니 양지가 음지로 되는 것이 만물의 이치인 듯싶다. 나이 들면 체념할 것과 받아들일  것을 구분하여 연민의 정으로 살아야지 복수심을 갖거나 귀찮게만 여긴다면 사람의 도리에 맞지 않다고 본다. 부부의 성격이 다른 사람끼리 만남도 모자라는 점을 서로 보완해 가며 살라는 하느님의 뜻인 듯싶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부부의 날까지 국가에서 정했다니 참으로 고맙다. 하지만, 그날만이 아니라 한 번 부부로 만난 인연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마음을 버리지 말고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서로 아끼고 사려 깊게 돌봐주며 이해하고 용서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가는 것이 가정을 창시하신 분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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