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나는 부자다

2008.04.24 08:05

김영옥 조회 수:88 추천:9

나는 부자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낮에 커피를 한 잔 마신 탓인지 자정이 넘도록 잠이 오지 않아 몸부림을 치다보니 삼월의 열나흘 밝은 달빛이 나를 옥상으로 유인했다.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더욱 맑게 만들었다. 35년 전 전주 언덕배기에 셋방을 얻어 놓고 고등학생부터 초등하생까지 네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남원에서 이사를 왔던 그날 밤도 이렇게 달이 밝았었다. 밤 늦게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집집마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총총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 내 집 한 칸 없이 가진 것은 없고 어떻게 이 아이들을 교육시켜 나갈까 하는 암담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부자와 가난은 생각차이가 아닐까? 요즘 내가 부자되는 비결을 터득하고 나니 행복하기 이를 데 없다. 생각을 바꾸니 갑자기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많은 세월이 흘러간 지금, 곰곰 생각하니 가진 것이 너무 많다. 하늘을 쳐다보니 밝은 달이나 별도 내 것이요, 내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이나 구름도 다 내 것일 터이며, 바라보이는 저 아름다운 봄 동산도 모두 내 것이요, 큰길이나 골목길을 내 것처럼 휘젓고 다녀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30평 넘는 집에 누울 자리가 있고 세끼 밥 걱정도 없으니 이만하면 무엇을 더 부러워하랴.      시댁형제 5남매, 친정집 3남매 모두 건재하고, 남편이 있으며 4명의 자녀들과 나보다 더 커버린  7곱 명의 손자손녀들, 수 십 명의 조카들, 내 밑으로 90여 명의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큰 부자인가. 건강한 내 몸이 있어 어디든 갈 수가 있고, 볼 수도 있으며, 31개의 치아가 무엇이든 맛있게 먹여주고, 하고 싶은 일을 다하고 사니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은가. 그보다도 우주의 주권자이신 여호와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과 축복을 받고 있으니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임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내가 가진 것, 알고 있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하여 아낌없이 주려고 생각을 바꾸니 부자 되는 방법이 이리도 쉬운 줄 미처 몰랐다. 항상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아 내심 안달하며 살아온 어리석었던 지난날이 부끄럽다.   며칠 전, 잘 기른 자녀 7남매를 둔 80세의 아는 분으로부터 200만 원이 당장 필요한데 빌려줄 수 있겠느냐는 전화를 주셨었다. 나는 거절하려니 마음이 아팠다. 오죽 사정이 딱하면 그런 부탁을 할까 싶어 매달 50만 원씩 2년 계약으로 5개월째 넣은 적금이 있기에 그걸 해약해서라도 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니 나는 금방 행복해졌다. 어려웠을 때 빌려주면 거저 준 것만큼 고맙다. 그 돈을 우체국에 넣어두고 있으나 꼭 필요한 곳에 한 바퀴 돌고 오면 더욱 값진 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록 돈 버는 재주가 부족하여 그저 나눠 줄 만큼 많은 재물은 없지만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든 필요하다면 나눠 주고 싶은 마음만은 갖고 있다. 오늘따라 더 부자가 된 기분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자라서 사망에 이른다.” 이런 성서의 말씀은 항상 읽어도 진리다. 요즘 매일 뉴스에 나타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대기업의 주인이 검찰청에 불려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럽기보다 측은하기 그지없다. 그 많은 재물이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오히려 안쓰럽다. 값비싼 많은 그림들이 그들 가족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모르지만 처량한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많은 재물이나 지식도 유통을 하지 않는다면 가치가 없다. 비밀창고에 가득 채워놓은 값비싼 그림들이 누구든 보고 즐길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꼭꼭 숨겨둔 돈다발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고물상에 버려질 헌 종이만도 못할 것이다. 시간과 정력과 돈을 들여 배운 지식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무 가치가 없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베풀면서 부지런히 일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부자되는 방법이리라. 창조주께서 아름다운 이 봄풍경을 바라만 봐도 넘치게 주시거늘 권력도, 명예도, 재물도 어찌하여 내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만 만족해하는지 모를 일이다. 생각을 바꿔보자. 혼자 다 가지려 하지 말고 나눠 갖는 마음을 배양한다면 모두가 마음이 부자가 되어 행복래질 것 같다.                                (2008. 4. 2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14,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