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마이산 벚꽃

2008.04.24 14:26

김금례 조회 수:95 추천:7

마이산 벚꽃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금례 마이산 벚꽃이 아름답게 단장하고 상춘객을 기다린 다고하여 남편과 함께 진안 가는 버스에 올랐다. 연둣빛으로 갈아입은 산천은 우리를 마냥 들뜨고 기쁘게 했다. 나이는 들어도 마음만은 청춘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자태에 푹 빠진 채 마이산 남부주차장에 도착하니 꽃바람을 타고 벌‧나비가 마중 나와 우리를 반겼다. 꽃을 찾아 온 사람들을 환영하는지. 팝콘 같은 새하얀 벚꽃은 꽃눈으로 변했다. 바람결에 날리는 꽃눈은 꽃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마이산 벚꽃은 진해 벚꽃보다 20일 늦게 핀다. 벚꽃의 매력에 푹 빠진 채 끝없이 펼쳐진 꽃눈 길을 거닐며 금당사에 다다르니 만삭이 된 불상이 웃음 지며 손짓했다. 마이산은 국가지정 명승 제12호로 지정되었다. 마이산은 수성암으로 이루어진 암 마이봉(673m)과 숫 마이봉(667m)의 두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다. 마이산은 부부봉우리로서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먼 옛날에 큰 죄를 지어 하늘에서 쫓겨난 한 신선부부가 인간세상에서 오랜 속죄(인고)의 세월을 끝내고 다시 하늘로 승천하던 중 아내의 게으름 때문에 진안 읍내에서 물을 뜨는 아낙네에게 들키고 말았다. 결국 신선부부는 부정을 타서 승천하지 못하고 돌로 굳어져 암 마이봉과 숫 마이봉이 되었단다. 그 때문에 숫 마이봉은 똑바로 서서 아낙네가 있던 진안 읍내를 바라보며 서있고, 암 마이봉은 자기의 죄 때문에 하늘로 가지 못한 것을 한탄하면서 남자를 바라보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옆으로 기대어 울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 형상이 마치 말의 귀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마이산(馬耳山)이다. 땀을 훔치면서 탑사에 도착하니 하늘을 뚫을 듯 뾰족하고 높게 솟아 있는 돌탑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이 쌓은 탑이라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때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55년 전 아버지 친구인 김점동 아저씨의 초대로 진안에 갔었다. 아저씨네 집은 넓고 잘 사셨다. 그때 대접을 잘 받아서 그런지 진안을 찾으면 으레 그 아저씨가 생각난다.   아저씨의 안내로 부모님 손을 잡고 이곳에 왔을 때 할아버지는 하얀 수염을 날리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저씨는 도사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오신 산신령인 줄 알았다. 어머니는 단숨에 물 한 잔을 마셨다. 아버지와 나에게도 물을 주어 나는 추워서 안 마신다고 도망갔다. 어머니는 도망치는 나를 잡아 조금이라도 마시라고 해 떨면서 마셨던 기억이 새롭다. 따뜻하신 어머니의 환상에 가슴을 적시며 한 계단 한 계단 마이산의 절 탑에 올랐다. 그곳에서 친절하신 보살님을 만났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보살님은 마이산 이갑룡 처사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셨다. 1885년 입산하여 솔잎을 생식하면서 뼈를 깎는 고통과 구도자의  자세로  수도한 이갑룡(李甲龍)(1860-1957)처사는 전국 팔도의 명산에서 가져온 천연석 돌들로 30년 동안 쌓아 올린 탑이란다. 그때에는 108기의 탑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현재는 80기만 남아있다고 했다. 천지음양의 조화를 나타내는 제일 큰  천지 탑, 신장 탑, 오방 탑, 약사 탑, 일광 탑, 중앙 탑, 월광 탑 등 제각기 다른 이름과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전라북도에 훌륭한 탑사와 문화유적(문화재 35호)들이 자랑스러웠다. 봄날의 풍경화로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세월의 흐름에 옹달샘은 사라졌지만 터라도 보고 싶다고 했다. “보살님은 어머님이 아들을 낳으셨어요? 이곳에서 기도하고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았대요.” 겨울철에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리면 거꾸로 올라가는 역고드름 현상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단다. 어머니가 아들을 낳으려고 단숨에 물을 마신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주었던 어머니의 사랑은 내 가슴을 아리게 흔들었다. 나도 어머니의 정성과 기도로 4남매를 낳았구나 생각하니 코끝이 찡했다. 세월은 흘러 아저씨와 나의 부모님까지 모두 이 세상을 떠나셨다.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탐영제에서 오리보트를 타고 힘차게 폐달을 밟으며 아름다운 자연에 취하여 그윽한 향기 속에서 연못에서 떠다니는 행복한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벤치에 앉아 남편의 손을 잡았다. 마른 잎처럼 바삭거린다. 쉴 새 없이 온갖 애환과 시련을 겪으면서 살아온 삶. 세월의 징검다리를 함께 건넜던 게 우리 부부다. 호수의 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 활짝 핀 봄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는 장자(莊子)의 심정으로 강물에 허욕의 마음을 씻었다.  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등불처럼 살고 싶다.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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