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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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금전수가 매를 들고/수필

2024.05.03 15:21

yujaster 조회 수:28

금전수가 매를 들고 / 민유자

 

  불을 끄고 잠을 청하던 때다. 깜깜한 뒷마당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덜커덩그럭!”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옆집에서 나는 소린가?” 더이상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서 그냥 잊어버렸다.

 

  이틀을 겨울비가 제법 소리치고 내리더니 산의 봉우리는 눈을 하얗게 이고 있다. 오늘은 기온이 쌀쌀하기는 해도 맑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눈부시게 빛났. 설거지 일이 있을가 하여 마당으로 나갔다. “어마나! 세상에!  너였었구나!” “낭패로고! 아까워라! 이를 어쩌지?” 

 

  년전, 여기로 이사 오면서 어린 금전수를 사다가 분에 심었더니 자리가 좋았던지 번지고 굵게 자라서 보기 좋았다. 거금을 주고 사온 아끼는 분에 이를 옮겨 심었더니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반들거리는 잎이 싱싱하고 번성하여 풍성해졌다. 때마다 생동감으로 다가오니 웃으며 칭찬하는 말을 건네며 정도 들었다.  

금전수는 일명 돈나무라 하고 Zamioculcas Zamiifolia 하는데 열대 식물이라 그런지 성장력이 무척 좋다.

너무 번성하여 분이 비좁은 느낌이 들기는 했다. 가을 들어서며 분갈이를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드다르기가 버겁기도 하고 게으름도 몫을 하여  차일 피일 미루던 차였다. 뿌리의 팽창하는 힘이 얼마나 컸던지 크고 두꺼운 분을 밀어내어 깨뜨렸다.  일전의 소리는 화분의 사분의 정도 쪽이 떨어져 나오면서 소리였다.  

금전수 뿌리는 감자 모양의 알뿌리가 빼곡히 엉켜있었다. 이를 잘라보니 무와 같은 질감이다. 혀끝을 살짝 대어보니 냄새도 없고 맛도 없다. 웬걸! 이삼초 후에 혀가 아리고 쏘기 시작했다. 놀라서 얼른 침을 모아 자꾸 뱉어냈어도 나중에는 뿌리 근처까지 불편해졌다. 독성이 강하다. “ 지금 나한테 성질 부리는 거니?”

 

  금전수는 내게 비좁아서 못살겠다고 눈짓 몸짓으로 간절함을 표현했고  누누이 절박함을 호소했으리라! 무언의 아우성을 미련한 내가 무성의로 일관하며 무자비하게 간과한 결과 거금 주고 사서 아끼던 고급 화분을 께뜨려버렸다. 분을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도자기 풀로 붙이고 스텐레스 밴드를 사서 동여매 놓았다. 상처를 안고 있는 분을 때마다 나의 무지한 게으름을 증하는 증표가 되리라.

 

  올망졸망한 마당 식구들도 생물이라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한동안 관심 밖에 밀려나면 마당 풍경은 금새 눈에 띄게 표시가 나면서 어수선해진다. 무릇 살아있는 것들은 좋은 방향이건 나쁜 방향이건 쉬지않고 생긴대로 성질대로 변해가기 마련이다. 

금전수의 뿌리는 알뿌리라서 안의 공간 확보를 위해 서로 없이 엉켜붙었다. 그러다 밖으로 밀어내는 힘에 화분이 터져나갔다. 이와는 달리 팜트리의 곧은 뿌리는 벋어나가면서 분의 모양을 따라 뱅뱅 돌며 자란다. 그러다 분이 차면 안에서 새로 돋는 뿌리는 땅을 딛고 힘겨운 발돋움을 한다. 그러면 덩어리가 흙과 뿌리가  통채로 위로 솟아오른다

바람직 하기는 지경이 되기 전에 분갈이를 주는 것이 좋다. 너무 빼곡한 것은 가르고 묵은 뿌리는 잘라주고 새흙을 보충해주어서 놓고 숨을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아무 큰소리도 못내고 약한 같아도 기본 생존권에 대한 투쟁인 항거의 소리와 몸짓을 묵살하면  약한 것같은 힘이 모여서 것잡을 없는 폭력이 되는 이치가 여기에도 있었다,

 

  무언의 아우성!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애정어린 관심을 가졌다면 알아챌 있고 예방할 있었던 일이었다. 금전수가 매를 들고 나를 가르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든 살아있는 생물의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마땅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