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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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손가락 선인장/ 수필

2024.05.03 16:09

yujaster 조회 수:28

손가락 선인장/민유자

 

 

  손가락 선인장을 돌보며 님도 보고 뽕도 .

이 식물은 꽃을 피우기 전에는 정말 볼품이 꽝이다. 손가락을 닮은 몸체는 여려서 이리 구부러지고 저리 휘면서 제멋대로 휘청이며 엉긴다. 솜털가시를 덮어쓰고 있어 만질 수도 없으니 생긴대로 밖에 없다. 선인장이 꽃을 피우지 않아도 수형 자체로만 봐도 늠름하거나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모습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종류가 많은데 이것은 그런 축에 들지 못한다.

  

  손가락 선인장이라 함은 내가 임의로 지어 부르는 이름이다. 딱히 이름을 수가 없어서다. 별로인 선인장을 나는 수년째 버리지 않고 돌보며 기르고 있다. 이유는 꼴보다는 꽃이 예쁘다. 다른 선인장들과 마찬가지로 꽃이 화려하고 예쁘나 하루만에 덧없이 져버린다. 그러나 이것은 연이어 무수한 새꽃이 피는데 칠월 한달은 계속 꽃잔치를 벌인다.  꽃이 때면 선인장은 꽃에 뒤덮여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꽃을 피운다. 별볼일 없을 것같았던 모습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의외의 반전이다. 

맑은 아침 햇살을 받은 꽃의 진한 주홍색은 강렬하고 보슬보슬 하얀 꽃술은 정교하다. 화려한 맵시의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햇빛을 받은 꽃으로부터 반사되는 수많은 미세한 화살이  내게 날아와 박힌다. 자극을 받은 나의 세포 세포는 새삼 깨어난다. 마음속에 알수 없는 동요가 서서히 일며 기쁨으로 가득 차오른다.

사랑스런 얘야,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도 놀랍구나! 겉보기로만  일별하여 볼품 없다고 함부로 대하고 무시한 정말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볼품이 문제가 아니다. 이리 화려하고 고운 꽃을 피우는 맹렬한 열정을 품고 있으니! 

누군가가 경이의 찬사로 환희에 떨며 감동하는 그런 꽃을 어찌하면 나는 한송이라도 피울 있을까! 

 

  한달을 맹렬한 기세로 꽃을 피우고 나면 팔월에는 꽃망울은 더이상 생기지 않고 대신 좁살같은 새싹이 무수히 다닥다닥 맺힌다.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는 선인장은 무절제의 새끼를 치는 재주가 많다. 새싹은 모두 따주어야 한다. 그냥 놔두면 한여름 뙤약볕이 절호의 기회라 여겨 왕성한 기세로 자란다. 너무 촘촘하여 볕을 보지 못하고 자라면  손가락 선인장은 젓가락 선인장처럼 가늘어지고 속에서는 더러 썩기도 한다. 새끼에 영양을 너무 많이 뺏겨서 본래의 몸체도 볼품이 없어지므로 날마다 새로 나오는 새끼들을 핀셋으로 따버리는 작업을 요즘 한창 하고있다.

오늘도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요리 조리 솎아내고 나서 이제는 말끔히 제거되었다고 생각하고 일어서려다가볕을 골고루 받으라고 화분을 반대로 돌려놓았다. 저런! 이렇게 것이 눈에 띄었을까? 그새 숨은 곳에서 몰래 자란 싹이 추가로 많이 발견되었다. 

그래! 내자리를 고집하면 씼고 봐도 보이지 않는 구석이 있어! 이상 없다고 속단할 일이 아니지! . 때로 바락바락 우길 일은 더더욱 아니야!”

 

  화분이니까 간단히 돌려놓고 보았다. 그리 만만치 않은 세상사, 그러지 못할 상황에서는 내가 자리로 가서 지점에 서봐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언더스탠드같은 한층 깊은 맛의 영양가 있는 말을 새삼 곱씹어본다. 가꾸어야 마음의 성채, 울타리 담벼락에 쇠락한 곳이 없는지 다시 살펴본다. 갖추고 있던 인생의 병기중 하나를 다시 벼리고 기름칠 해둔다.

 

 

2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