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사랑

 구름 없는 하늘과 그 아래 나무 없는 산을 가정해 본다. 강과 바다가 없는 땅을 그려본다. 무서운 적막과 고요가 모든 것을 삼키고 억만년을 하나의 점처럼 그렇게 있어 온 무생물의 혹성처럼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모든 생물의 존재에는 물이 꼭 필요하다. 사람 몸도 65%는 물이다. 그중 1%만 모자라도 갈증을 느끼고 5%가 모자라면 현기증이 나며 10%가 모자라면 걷기조차 힘들고 12%가 모자라면 생명까지 위태로워진다. 물의 용도와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우리 조상들까지는 지구상에서 담수가 그리 부족하지 않았다. 오늘에 이르러 인구가 기하급수로 불어나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서 물의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또한 많이 오염되어 온 세상에 물 부족 현상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 물 부족과 오염으로 죽어가는 생명이 날로 늘어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수의 열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인도는 대수 량(강수량이 지하에 흘러드는 양)의 두 배에 달하는 지하수를 소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곡물 수확의 4분의 1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지금도 태부족인 식량난을 더욱 증가시킨다. 물 부족은 그대로 식량난에 직결되고, 오염도도 높여서 여러가지 질병을 유발하게 되므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 부족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우주적으로는 대규모 유성 충돌이나 궤도 변경으로 판도의 변화와 그에 동반된 화산 활동에 의해서다. 그에 더하여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의 급격한 소비로 대기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해양과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는 지구 온난화는 세계 곳곳에 엘리뇨나 라니냐의 현상을 보이게 한다. 물 부족으로 지구는 점차 사막화되고 홍수, 가뭄, 산불, 기상이변이 반복된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케네디John. F. Kennedy는 “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두 개의 노벨상을 함께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노벨 평화상과 과학상을 말한다. 물 부족으로 국제적 분쟁 이 심각한 지경에 있음을 두고 한 말이다. 세계적 식량 생산국인 인도, 중국, 미국에서는 강력한 펌프 시설로 지하수면이 갈수록 낮아져 가고 있어 물 부족 위기는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물꼬 싸움의 현상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요단강을 두고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안보적 차원 못지않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나일강 을 두고 하류의 이집트와 상류의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에티오 피아가 갈등을 하고 있다.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에서는 아랍이 원유를 무기화하는 것처럼 터키는 댐을 건설하여 물을 무기화하 겠다고 맞서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생명수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다뉴브강을, 인도와 방글 라데시가 갠지스강을, 미국과 멕시코는 그란데강을, 이란과 아프카니스탄은 헬만드강을, 페루와 에콰도르는 자루밀라강을, 프랑스와 스페인은 카롤강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보츠와나는 초베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 사랑은 평소 물을 아껴 쓰고 깨끗하게 보존함으로 실천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는 절수형 변기(50%)를 설치하거나 1.5리터 물병(15%)을 물탱크에 넣어두고, 물탱크에서 누수가 되지 않도록 한다. 물탱크에 물감을 넣어서 15분 후에 확인하여 변기에 물감이 새어 나오는가 보면 누수가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부엌에서는 설거지할 때 물을 틀어놓지 말고 설거지통을 사용하면 물을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수도꼭지에 조리개를 부착하여 샤워수로 채소를 씻으면 표면에 닿는 면적이 많아서 잘 씻어지고 물도 절약된다. 수도를 가장 많이 틀었을 때 수압이 너무 세지 않도록 조절해 두면 물이 튀지 않아 편리하고 절수도 된다.

 절수형 샤워꼭지(40%)로 바꾸어 달고 샤워 시간을 조금 짧게 줄이고 비누질할 때는 샤워꼭지를 잠근다. 샴푸나 린스 양을 너 무 많이 쓰면 분해되지 않아서 하천을 오염시키고 헹굴 때 많은 물이 필요하다. 세탁은 모아서 한꺼번에 한다. 절수형 세탁기로 교체하기는 어려우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세탁기에 설치된 것 이상의 헹굼은 필요치 않다. 세척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올라 이트가 물에 조금만 섞여 있어도 뿌옇게 보이는데 상관없다. 피 부에 자극을 주는 계면활성제는 한 번의 헹굼으로도 거의 다 빠 져나간다. 세차할 때에도 먼저 비눗물로 닦은 다음 헹구면 절수가 된다.

 이렇게 각 개인이 직접 물을 아껴 쓰는 외에도 농산물이나 공업 용품을 아껴 쓰는 것도 간접적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 크게 영향을 준다. 다 지킬 수는 없더라도 작은 것에서부터 마음을 쓰고 지혜를 짜서 습관화하는 것이 지각 있는 생활 태도가 되겠다.

 물 사랑이 나라 사랑이고, 지구 사랑이다. 인류 사랑이고, 자연 사랑이다. 물 사랑이 결국엔 내 자신과 이웃 사랑이다. 물 사랑을 실천하고 서로 권면하여 높은 안목의 양식 있는 우리 모두가 되 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