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시냇가 저 생명

2007.11.12 09:02

연규호 조회 수:1325 추천:134

얼마 전 나는 집안 식구들과 같이 알라스카 연안을 항해하는 “호화 유람선 프린스(Prince Cruise)를 타고 왔다.
7박 8일의 아주 호화롭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마치 천국을 바라보는 듯한 알라스카 해안의 절묘한 경치, 만년설의 빙하, 하늘 높이 치 솟은 툰드라의 나무들과 그곳에 어울려 노는 독수리, 곰, 사슴 순록 버팔로 등.....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나는 문득 하나님의 오묘한 창조를 감탄하게 된다.
알라스카의 주도(州都), 쥬노에서 본 연어 부화장(孵化場)을 볼 기회가 있었다.
태평양 바다에서 자유스럽게 살던 연어들이 4년이 지난 후 그들이 태어났던 고향으로 찾아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바다에서 작은 샛강으로 연결된 곳에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으로 연어들은 일렬을 지어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왜 연어들은 사력을 다해 작은 냇물을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고 있을까? 넓은 바다에서 마음 놓고 살다가 죽을거지...”
-대답은 한가지였다. 원래 태어난 작은 냇가로 올라가 그곳에서 숫 연어는 정액을 방출하고 암 연어는 난자를 역시 산란하여 수정이 되도록 하려고 연어들은 죽기를 마다하고 올라간다고 한다. -
“죽기 위하여?”
“그렇습니다. 죽기 위하여.....4년을 살고 죽기 위하여 8-9월경에 바다에서 민물인 작은 샛강이나 냇물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
문득 나의 문우(文友), 이윤홍 시인의 시, “연어(Salmon)”가 생각난다.
-이십년을 떠나와 살았다./삶은 어디서나 만만치 않았지만/햄버거에 질린 위장은/고추장으로 덮어씌우며 이를 악물었다.// 떠나올 때, 가슴에 담았던 것들/고향. 눈물. 그리움 따위는/천년묵은 바위로 눌러 버리고/선인장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로 온 몸을 감고/모래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해일이 밀려오고 산 사태가 나도/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했는데/아, 미끈미끈한 버터에 겉돌기 만한 노란 뿌리들// 바닷가에 나가 선다./ 파도가 발목을 잡아당길 때마다/가슴속 바위가 흔들거린다/ 무엇인가가 우-우-우- 울부짖으며/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연어다/ 연어는 크게 한바퀴 원을 그리더니/태평양 물살을 가르며 모천(母川)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모천(母川)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모천이란?
참으로 놀랄 만하였다. 모천이란 보잘 것 없는 작은 냇가, 아니면 작은 샛 강등이었다.
작은 샛강이나 냇가에서 부화가 된 연어 새끼들은 약 6주정 성장한 후 어느정도 커지면 인근 바다로 나가 무럭무럭 자란다. 성장한 연어는 수천 마일 밖, 대양으로 나가 마음껒 그들의 생을 즐긴다고 한다.    
많은 연어들은 큰 고기나 고래, 상어 등에게 먹히는 신세가 되기도 하고 바다 낚시꾼에 의해 잡혀가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히 4년 후, 연어는 자기가 죽을 것을 알게 된다. 아니 죽게 되면서 연어는 그가 태어났던 그 작은 모천(母川)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4년이 넘은 연어는 붉은 줄 무늬가 몸에 생기기 시작하며 아가미와 입이 앞으로 구부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어는 바다를 떠나 그가 태어 낫던 모천(母川)인 작은 냇가와 샛강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어에게는 특수한 디엔에이(DNA)가 있기에 과거를 추적할 수가 있다고 한다. 마치 컴퓨터의 칩이 있어 과거에 살았던 장소를 찾아 갈 수가 있다고 한다. 몇 백마일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대양에서 살던 연어는 나이가 들어 죽게 되면 옛 고향을 찾는다고 한다.
-마치 코키리가 죽을 때는 그가 태어나 살았던 상아의 골짜기를 찾아와 떼 죽음을 한다고 한다. “왜 그렇까?” -
-꿀벌의 세계(개미)는 조금은 다르나, 숫벌은 약 2-4개월을 살면서 여왕벌과 교미를 한 후에는 높이 상공으로 쳐 올라갔다가 죽는다고 한다.-
                          *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관찰하여 보았다.
그물을 들고 있는 사람이나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곰들을 개의 치 않고 무지 할 만큼 고지식하게 상류로 올라가려고 점프를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작은 샛강이나 개천에 빈틈 없이 빠듯이 줄을 서서 올라가고 있는 연어를 보노라면 마치 인해 전술로 밀려 내려오던 중공군과도 같아 보였다.
연어가 점점 늙어 지면 피부에 붉은 선이 보이게 되며 완전히 늙으면 온통 피부가 붉게 변하고 만다.
마침내 연어는 얕은 냇물에 와서 암 연어는 수 많은 알을 산란하게 되며 숫 연어는 알 위에 수 많은 정액을 사정한 후 연어들은 갑자기 힘이 부치더니 아가미를 벌렁 벌렁 하다가 이내 죽어 버린다.
죽은 연어는 새들의 밥이 되며 곰이 먹어 버리기도 하며 새끼 연어들의 밥이 된다.
새끼 연어들은 부화 된 후 약 6주정도 이곳에서 머무르며 영양분을 섭취하다가 마침내 망망한 바다로 내려가 3-4년을 살게 된 후 또 다시 옛 고향을 찾아 와 죽게 된다.
                           *
자연적인 방법으로 연어가 부화되는 비율은  불과 5%이내이나 연어 부화장에서 사람의 힘에 의해 부화되는 연어는 약 95%가 부화된다고 한다.
그러기에 쥬노, 스카그웨이, 케치칸 그리고 앙커레지등에는 온화한 자연적인 만(灣)과 샛강이 만나는 곳에 인위적으로 연어가 올라가는 물-구름다리를 만들어 놓은 비영리 단체의 연어 부화장이 9개 이상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한곳을 구경하였는데 연어가 만에서 샛강으로 이어지는 곳에 있는 물-구름다리 앞에 바글바글하였으며 한 계단 한 계단을 역류하여 올라가는 연어들이 마치 유태인들이 독가스 실을 향해 걸어가는 듯 불쌍해 보였다. 바보처럼 궂이 이곳, 민물로 오지 말고 바다에서 그냥 훨훨 혜염치며 살다가 죽으면 좋을 텐데....
“아-아- 귀소 본능(歸巢本能)! 바보같은....그러나 살신성어(殺身成漁)!”
그렇다. 이 바보같은 본능의 생태로 연어들은 수 억년 번식하며 살아 왔다는 말이다.
작은 알에서 부화된 연어는 4년을 살고 번식을 한 후 죽어 그 몸은 새,곰, 그리고 갖 부화된 연어 새끼들의 밥이 되어 6개월 후에는 수많던 죽은 연어도 깨끗이 없어지고 만다고 하니 경이적인 자연 생태를 보는 듯 하였다.
연어!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렵게 돌아 온 4년된 연어의 암놈은 배가 탱탱하게 불어 있었으며 무식한 총각녀석의 손에 드려진 꽤나 크고 예리한 부엌칼이 연어의 복부를 확 그어 버렸을 때, 무수한 연어의 알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아래에 있던 알받이 통으로 떨어졌다.  반 토막이 된 연어는 몇 차례 꿈틀대며 용틀음을 하더니 이내 죽어 버리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통통히 살이 찐 숫 놈, 연어도 무식한 총각이 휘두르는 부엌칼에 의해 두동이가 나면서 정액이 밑에 놓아둔 그 알받이 통으로 뿌려졌다. 그리고 그 정액속의 정자와 알받이 속의 난자가 합쳐진다고 하였다.
“와!” 나는 식은 땀이 났다. 식은 땀이....
“4년 살던 연어의 종말은 온통 정액과 난자의 수정이라는 과정으로 끝나고 말았으며 알과 정액을 배출하고 죽은 4년된 연어는 더 이상 사람이 먹을 생선이 아니었기에 한군데 뫃아 짐승의 사료와 퇴비로 사용될 뿐이라고 하였다.
“4년된 연어의 종말.....”
                            *
의사(醫師)----
그렇다, 의사도 연어와 마찬가지였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졸업이라는 부화 과정을 마치고 나면 민물에서 성장하는 연어처럼, 인턴과 레지덴트 과정을 마친 후 바다(임상)로 뛰어 들어가 약 40년여를 부지런히 환자를 보다가 결국 눈, 귀 손등이 불편하여 지며 청진기, 수술기구를 놓고, 후진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세상을 떠난다. 마치 연어의 일생처럼....의사라는 외골로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많은 선배 의사들을 보았다.
한가지 비참한 것은 연어처럼 수많은 정액이나 난자를 공급하기는커녕 정액은 말라버리고 정액을 운반해 줄 남성의 심볼도 힘이 없어 더 이상의 기능인 로케트의 성능이 없어지고 만다. 여성 의사도 그러했다.
연어 처럼 수많은 연어 알을 만들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연어 알을 만들어 줄 난소도 그 알을 운반해 줄 자궁도 이젠 없어지고 말았으니가...
                             *
그런데 어떤 의사들은 비록 로케트의 기능이나 난소의 기능이 없어 졋다고 해도 마음은 그래도 젊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프리카, 중 남미, 몽골등으로 의료 선교를 가 그곳에서 죽는 동료도 보았다.
4년을 살다가 죽은 연어에서 다시 태어난 새 연어를 본듯하였다는 말이다.
아프리카, 말라위(Malalwi)로 가서 외과 봉사를 하다가 죽은 동창, 이봉영 외과 전문의사를 생각해 본다.
외과 의사로 많은 돈을 벌기도 한 이 봉영 동창은 진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러기에 그는 언젠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봉사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업을 그만두고 봉사만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50세가 훨씬 넘어 60을 바라다 보던 어느날, 그는 신문에 난 기사를 읽었다고 한다.
“말라위로 가서 외과 진료를 해줄 분을 찾습니다.”라는 어느 교회의 광고를 보고 자원하여서 그곳으로 갔다고 한다.
번창하던 외과 진료실을 닫고 그는 100% 자비로 멀리 말라위로 갔다고 한다.
“말라위--- 멀리 남아공이 가까우며 모잠비크가 곁에 있는 100% 아프리카였다.
전기, 수도 교통도 아주 원시적인 말라위는 토착병도 많았다. 말라리아, 피부병, 결핵...등등..
병원 시설도 열악하였다고 한다. 수술 도중에 전기가 끊겨 발전기를 사용하여야 했으며 수술 기구도 빈약하여 많은 고충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주는 음식도 빈약하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3년간, 그는 헌신하였다.
마치 연어가 고향을 향해 모든 역경을 헤치고 올라오듯이 이봉영 동창은 마침내 지친 몸을 이끌고 귀국을 하게 되었다.
“말라리아--말라리아...빈혈, 빈혈....”
그는 몹시도 피곤하였다.
집으로 다시 돌아 왔다. 마치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 오듯이....
그리고 그는 얼마 후 사랑하는 아내 곁에서 죽었다.
“꿈은 하늘에서 빛나고 사랑은 구름처럼 흐르고.... 친구여 어디로 갔나...그리운 친구여.”
동창들은 많이 울고 울었다.
                                   *
연어-의사- 사람-코키리-  
고향을 찾아가는 무리들...  바보처럼 고향을 찾아가는 무리들...
그러나 동창의 무덤에서 들리는 또 다른 노래가 있었기에 자세히 들어보니 뜻밖이었다.
“나, 가난(Cannan)복지 귀한 성에 들어가려고 내 중한 짐을 벗어 버렸네.
죄 중에 다시 방황 할 일 전혀 없으니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길이 살겠네, 나, 길이 살겠네.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길이 살겠네, 나 길이 살겠네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고향(故鄕)! 고향(故鄕)----
“그게 어딘데? 어디?”
“아- 코키리는 자기가 태어난 아프리카의 어느 골짜기...
연어는 알라스카, 오레곤주의 어는 작은 강줄기와 시냇가....
그러면 의사 그리고 사람은.....어디이지?“
“예, 저 생명 시냇가...저 생명 시냇가....마치 연어가 죽기를 각오하고 찾아 올라간 그 강줄기의 시냇가...그래 저 가난복지입니다.”
“가나안 복지? 영원히 산다고 하는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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