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어 둔 진주 때문에..

2007.11.12 09:03

연규호 조회 수:1069 추천:151

존 스타인백의 단편 소설, ‘진주(眞珠, Pearl)'는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소설이었다.
-바닷가에 가난한 어부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 까지 바다에 나가 동료 어부들과 고기를 잡아와 살아온 가난한 어부였다.
그래도 그는 행복한 사나이였다.
비교적 예쁜 아내가 있었으며 귀여운 딸과 아들도 있었다. 그리고 늙은 부모도 있었으며, 농사를 짖는 형제와 자매도 있었다.
그뿐인가, 그에게는 찾아가 기도를 할 작은 교회당이 있었으며 그곳에 늙은 목사님과 오르간을 치는 중년의 아주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더 행복한 것은 고단한 일을 마친 후 둘러 앉아 같이 맥주를 마시며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가난은 하였으나 서로를 믿고 서로 사랑하는 좋은 이웃이요 친구들이었다.
즐거움을 서로 나누며 고독을 위로하는 친구들이었다.-
                                 *
그러든 어느날, 가난한 이 어부는 바닷가에서 아주 큰 조개를 발견하였다. 파도에 밀려 백사장 한편 나무밑에 쓸려 온 조개였다.  
“아니! 이토록 큰 조개가 있었나!”
살그머니 조개 속을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하얀 진주가 보였다.
“아니! 이토록 큰 진주가!”
그는 조개를 살짝 숨겨두고는 한 밤중에 백사장으로 나와 조개를 열고 진주를 꺼내었다.
“와! 진주!” 너무나 크고 값진 진주였다.
보석상에 가서 팔면 아마도 엄청난 값을 받을 수 있는 그런 큰 진주였다.
“아! 나는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그는 그 진주를 집으로 가져와 아내도 모르게 뒷마당 한 구석에 깊이 파묻어 두었다.
아무도 모르게 깜쪽같이.....
                      *
가난한 어부는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알면 같이 나누어 달라고 하지나 않을까...아니면 훔쳐 가지나 않을까...아니면 나를 죽이려고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결국 그는 친구들과 가까이 하지를 않았으며 아내마저도 기피하기 시작하였다.
“저 친구! 왜 저렇게 우리를 피하지? 왜?” 친구들은 기이하게 생각을 하였다.
가난했던 어부는 비록 큰 진주를 갖고는 있었으나 점점 더 외로워 졌으며 수척해 지고 있었다.
“여보? 왜 그러우? 왜요?”
아내는 참다못해 물었다.
“여보! 사실 나, 큰 진주를 발견하였소, 우리는 부자가 되었소.”
“예? 부자가? 진주를 발견하였다고요? ”
“그런데, 그 놈의 진주 때문에.......나는 불안하오.”
진주로 인해 어부는 점점 더 불안하였으며 마침내 아내마저도 잃고 말았다. 모든 친구들도 그를 멀리하였으니 그는 외톨이 되었다.
                       *
마침내, 그 어부는 그 진주를 파내어 바다로 나가 멀리 바닷 물 속에 던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가난한 어부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다시 행복해 졌으며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다.
                            *
의사 38년!
나는 많은 의사들을 만나 보았다. 그리고 진주를 발견하여 몰래 감추어둔 동료 의사들을 보았다.
나는 부러움과 질투로 바라다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의 무능을 탓해 보기도 하였다.
“아! 병신같은 놈! 38년동안 남들은 많은 돈을 벌어 잘도 사는데....나는? 나는?
다른 친구 의사들은 수많은 의학 논문도 써 발표도 하였으며, 의사학회에 참석하여 당당하게 발표도 하였는데...나, 나는 한편의 논문도 못 써 보다니....“
                              *
몇 년전 나는 내가 갖고 있던 그 알량한 작은 진주를 바다에 던져 버린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소년 시절에 꿈꾸어 보았던 “문학 소년”의 그 꿈을 50이 넘어서 시작하여 보았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그러나 값진 작은 진주를 발견하였다.
그 작은 진주를 내 손에 쥐었을 때 나는 너무나 기뻣다. 그리고 마치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진주를 내 손에 쥐었다고 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진주! 아주 작은 진주!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진주!” 나는 마음껒 외쳐 보았다.
의사 38년에 발견한 또 다른 진주는 아주 작은 보잘 것 없는 그런 진주였다.
그러나 나는 이 진주로 인해 즐거움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
비록 가난하고 더러운 환자라도 정성껒 돌보아 주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누구라도 읽어 줄 그런 평범한 소설을 써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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