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병도 고쳐진다.......

2007.11.12 09:04

연규호 조회 수:1248 추천:158

의과대학 2학년 때, 나는 미생물학 교수(유진 박사)를 따라 전라남도 소록도에 갔었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소록도!
시인 한하운이 읊었던 그 소록도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낯선 친구 만나면/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천안 삼거리를 지나도/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속으로 쩔름거리며/가는길...// 신을 벗으면/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디비를 벗으면/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때까지/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고흥군 도양읍 녹동항에서 철제로 만든 다소 더러운 연락선을 타면서 우리 일행은 은근히 공포를 느끼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소록도는 더럽고 무서운 곳 일게다. 혹시라도 문둥이에 의해 잡혀 먹히지나 않을까..아니면 감염이라도 되다면, 어쩌나?’
우리들은 다소 불편하였지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불과 7분만에 소록도에 막상 도착해 보니....
뜻밖이었다. 소록도는 아주 아름다운 섬이었다. 쭉쭉 뻗은 전나무들과 잘 정리된 꽃밭을 보니 마치 에덴 동산에 찾아 온 느낌이었다.
“에덴 동산과 소록도?”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린 생명나무들에 의해 둘러 쌓인 동산 중앙의 선악과(善惡果)나무처럼, 소록도에는 여기저기에 나무들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섬 중앙에 십자가가 우뚝 솟은 교회당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소록도 중앙교회였다. 멀리 녹동 항쪽으로 바라보니 바다가 눈앞에 보였으며 주위에는 전나무가 여기저기에 우뚝우뚝 솟아 있었다.
“과연 이곳이 문둥병자들이 사는 곳이란 말인가? 아냐! 여기는 천국이다. 천국.”
나는 소록도를 보면서 이렇게 외쳤다.
더 더욱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문둥병 환자들이었다.
그들은 너무나 순박하였다. 내가 생각하였던 사람 잡아 먹는 흉악한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나는 한하운의 시, 소록도를 다시 한번 읊어 보았다.
나병, 천형병, 한센씨병... 그리고 문둥병 시인 한하운...
전라도 길에서 그는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토길을 마치 천형지로 유배가는 마음으로 시를 읊었다.
마침, 소록도에는 보리가 자라고 있었다.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가 문득 떠 올랐다.
-봄 언덕,/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인환의 거리/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방랑의 기산하/눔물의 언덕을 지나/피-ㄹ닐니리.//
그리운 고향 가고 싶은 고향을 한하운은 이렇게 시로 표현하였다.
아니 그는 파랑새가 되어 고향에 가고 싶었나보다.
-나는/나는/ 죽어서/파랑새 되어/푸른 하늘/푸른들/날아 다니며/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나는/나는/죽어서/ 파랑새 되리.//
                         *
산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살리나스에서 태어난 존. 스타인백은 그가 태어나서 자란 보잘 것 없는 농촌 도시, 살리나스를 ‘에덴의 동쪽’이라고 표현하였다.
살리나스에 있는 딸기 농장과 채소 농장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멕시코 사람과 과테말라 사람들도 소록도에 있는 문둥병 환자처럼 순박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
그렇다면 문둥병은 고칠 수 있는가?
문둥병(나병, 한센씨 병)은 결핵균과 비슷한 ‘마이코박테리아’ 과에 속하는 균으로 배양이 힘들며 감염이 되는 과정이 아주 애매 모호하며 치료도 어려운 병이다.
영화 벤허에 나오는 문둥병 환자들의 눈물겹도록 아련한 애정을 보며 나는 눈물을 흘렸었다. 비록 같은 식구이기는 하나 떨어져야 하는 운명적인 병이었다.
                                *
하와이 섬 중의 하나인 몰로카이 섬은 경치도 좋으며 공기도 좋은 지상의 낙원인데 100여 년 전에는 문둥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였던 섬이었다. 그 이유는 몰로카이 섬은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문둥병 환자들은 이곳에서 탈출을 할 수가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섬 자체는 숲이 우거지고 야자나무가 있으며 공기가 깨끗한 공해가 전혀 없는 천연의 섬이라고 한다.
몰로카이 섬에 있던 문둥병 환자들은 버림 받은 사람들이었기에 희망도 없이 죽기만을 기다려 왔다.
이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몸 받쳐 뛰어든 사람이 있었다.
벨기에 사람, 천주교 신부 다미엔은 약관, 33세의 나이로 몰로카이 섬으로 찾아 왔다.
그곳으로 가라고 한 사람도 없었으며 오라고 한 문둥병자들도 없었다. 단지 젊은 신부 다미엔은 그들을 돕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문둥병 환자들의 반응은 차가 왔다.
“다미엔 신부? 당신은 건강한 사람이요. 그러기에 병든 우리를 이해 할 수가 없소. 당신과 우리는 다르오....”
문둥병 환자들과 다미엔 신부는 물과 기름과 같았을 뿐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결국 다미엔 신부는 몰로카이에서 물러 나왔다.
“문둥병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 하려면 나도 문둥병 환자가 되는 것 뿐...”
그리고 그는 스스로 문둥병 환자가 되고자 문둥병 균을 자신의 피부에 심어 보았다.
그러기를 14년, 마침내 그는 문둥병 환자가 되었다. 그토록 문둥병 균의 전염이 어렵다는 말이다.
다미엔 신부는 몰로카이로 다시 돌아왔다.
“나도 당신들과 똑같은 문둥병자가 되었소. 그러기에 나는 당신들의 친구요. 친구.”
드디어 문둥병 환자들은 다미엔 신부에게 그들의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다.
문둥병 환자들의 참되 친구였던 다미엔 신부는 문둥병으로 몰로카이 섬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멀리 조국 벨기에로 돌아가 그곳에 묻혔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문둥병 환자들은 그의 시신을 다시 이곳. 몰로카이 섬으로 돌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문둥병의 아버지....다미엔 신부....” 몰로카이 섬에 있는 묘비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
한 문둥병 환자가 나와 절하고 가로되, “주여!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하거늘,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신데 즉시 그 문둥 병자는 깨끗하여 진지라.
시리아의 장군 나만은 뜻밖에도 불치의 병인 문둥병에 결려 많은 고생을 하던 중, 그는 이스라엘에 있는 엘리야 선지자를 찾아갔다.
마치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하여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찾은 것과 같았다.
그런데 유태인, 엘리야가 시리아의 나만 장군에게 내린 처방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요단강 물에 일곱 번 들어가 물에 담그고 목욕을 하라”라고 하였으니까...
“아니? 시리아의 장군인 나에게 이렇게 무리하게 대하다니!”라고 그는 말하지 않았다.  조용히 그는 하라고 하는 대로하였다.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목욕을 하였더니 놀랍게도 그는 깨끗이 나았다. 100% 치료가 되었다는 말이다.
                     *
문둥병, 나병, Leprosy....
소록도, 몰로카이, 벤허, 요단강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병원......
문둥병은 완치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너의 근심 모든 염려 주께 맡기어라.
갈보리 십자가 위에서 죄 짐이 풀렸네.
놀라운 사랑의 갈보리, 놀라운 사랑의 갈보리.
영원한 갈보리.-
놀라운 갈보리의 사랑으로 문둥병은 이제 고쳐진다고 한다.
‘갈보리 사랑의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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