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샤이엔의 언덕 제 2 파트

2012.01.22 15:37

연규호 조회 수:524 추천:30

독수리는, 우리 수.인디안에게는 최고의 권위를 의미하는 상징이기에 수. 인디안은 미국 연방정부가 독수리를 나라의 새(國鳥)로 정한 것을 못 마땅해 하고 있다. 금년 85살의 대추장, 오레겔과 7명의 부족 추장들은 머리에 독수리 깃털로 만든 모자를 쓰고 공회당 제일 앞자리에 다리를 꼬고 위엄있게 앉아 있었으며 그 뒤로 역시 독수리 깃털을 머리에 꽂은 수 많은 전사들이 몸을 튀틀고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병원을 대표하여 외과 의사인 나도 공회당 좌석에 앉아 있었다. 100여명이 들어 앉을 공회당 회의실 내부에는 들소, 사슴 그리고 산양의 가죽으로 장식된 전통적인 가구들이 여기 저기에 놓여 있었으며 초현대식 텔레비존을 비롯한 가전제품도 있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대추장 오레겔이 침통한 표정으로 지팽이를 짚으며 단상으로 올라가자 장내는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는데 대추장의 위엄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그는 떠듬떠듬 회중을 향해 선언을 하고 있었다. “우리 수. 인디안들은 수 천년을 이곳 샤이엔 강과 대평원의 주인으로 평화롭게 살아 왔는데 욕심 많은 백인들이 기독교를 앞세우고 침입하여 살 터전을 빼앗고 우리 선조들을 살해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인들이 들어오기 힘들자 황인종인 한국 사람들이 평화 봉사단이란 이름을 빌려 우리의 세계에 잠입하여 와콘다 신을 부정하며 기독교를 전파하다가 애국적인 우리 청년 전사들에 의해 제지를 받았다. 결국 우리 인디안 부족장 회의에서 이들을 추방하기로 결정을 보았으나,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그러나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 향후 한 번 더 발각이 된다면 영구히 추방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으니 여러분들은 봉사 단원들을 주시해 보도록 명령한다. 특히 어느 누구든지 이들에게 동조를 하거나 협조를 하는 있다면 가차없이 처벌을 할 것이다. “ 대추장의 추상과 같은 선언에 반대할 인디안은 한 명도 없었다. 대추장의 말은 법이기에 나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회의가 끝나자 대추장과 부족장들은 사슴뿔로 만든 술잔에 인디안 술을 가득부어 단숨에 마셔 버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는 서 약사와 보기 싫은 한국 사람들이 기독교 선교를 못 하게 된 것이 후련하고 통쾌했다. 이 회의가 끝난 후 봉사 단원들은 겁에 질려 피에르로 일단 철수했는지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인디안 전사들을 두려워 했기에 슬그머니 짐을 싸들고 도망을 간 듯했다. * 의외의 방문자: 약 10일이 지난 어느 저녁, 나의 집으로 찾아 온 손님이 있었다. 뜻밖에도 한국 사람 봉사단, 서 단장과 그 부인이었다. 나는 순간 놀랐으며 당황했다. 혹시라도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에 띄어 추장에게 보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자가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 온담! 누가 보면 오해 받을 텐데.....’ 결국 나는 서 약사를 문 밖에 세워두고 큰 소리로 말했다. “서 약사라고 했소? 그냥 가시오. 당신은 우리 인디안 사회에서 추방된 사람이니...그냥 가소!” 그러나 그는 밖에서 비교적 큰 소리로 똑똑하게 말했다. “닥터. 와이트도브! 잠깐이면 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고 왔습니다. 잠깐만....” 잠깐이라고 말하는 서 약사를 문전 박대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5피트 9인치의 키에 160파운드는 되어 뵈는 서 약사는 웃는 얼굴이었으며 그의 뒤에 다소곳이 서 있는 5피트 5인치의 키에 120파운드가 되어 보이는 그의 부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그것은 그녀의 모습이 몇 년 전에 보았던 어느 여인의 모습과 아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한국 여성도 인디안 같았으나 자세히 보니 조금은 달랐다. 그녀의 손에는 곱게, 예쁜 종이로 싼 선물이 하나 들려 있었다. “닥터.와이트도브? 지난 번에 저의 남편의 목숨을 살려 줘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늦게 찾아 뵈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운 목소리로 인사 치례를 하면서 갖고 온 선물을 내 손에 건네 주었다. “이게 뭐죠?” 나는 말을 잇지 못하면서 어서 빨리 여기서 나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한번 더 쳐다 보았다. ‘아!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나는 분명 그녀를 언젠가 본 기억이 있다고 확신을 했다. 엉거주춤 집 안으로 들어온 서 약사 부부는 감사하다고 머리를 굽혀 여러 차례 인사를 하면서 말을 계속했다. “닥터.와이트도브? 저를 조금 도와 주십시오. 당신은 인디안 중에서 가장 지성적인 의사이니까요.” “도와 달라고? 갈수록 태산이군. 죽을 목숨을 살려 주었더니 이젠 나를 물고 늘어지는구먼. 자, 내 집에서 나가 주십시요. 대추장, 오레겔의 말을 잊었나요? 그러니 내 집에서 나가 주세요. 아니면 인디안 경찰을 부르겠소.” “아닙니다. 닥터.와이트도브? 내 얘기를 조금만 들어만 주세요. 내가 왜? 여기 인디안 구역으로 들어 와야 했는지를 말입니다.” “당신이 여기에 꼭 와야 했다고요? 거, 무슨 소린지. 그냥 나가소!”나는 그를 살며시 밀어 내보내려고 했다. “닥터? 기회를 주십시오. 꼭 할 말이 있습니다!” 그는 내 손을 오히려 꼭 잡고 사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 진지해 보였다. 뜻밖에도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점점 흥미를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보다도 그의 뒤에 다소곳이 서 있는 그의 아내에 대한 강한 궁굼증 때문에 허락을 하고 말았다. * “닥터.와이트도브, 감사합니다. 이렇게 설명할 기회를 주셔서 말입니다. 나는 금년에 48세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의무 장교로 3년간 군 복무를 마친 후 제약 회사에 취직하였지요. 그리고 결혼도 하여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천국과 같다고 하는 미국에 오고 싶은 이민 바람이 나에게 불었습니다. 이민 수속을 하여 1982년에 캘리포니아 주 아나하임으로 이주해 왔습니다마는 미국 약사 자격증이 없다 보니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었답니다. 미국에서는 약사가 되려면 한국에서 보다 3-4년간 더 공부를 해야 했기에 아내와 아들을 세탁소를 경영하는 처가에 맡겨 놓고 남 다코다 주 부륵킹스(Brookings)에 있는 다코타 약학 대학에 5학년으로 편입하였는데 아주 운이 좋았던 겁니다. 다코다 대학에서 2년간 열심히 공부를 하여 미국 약사가 되어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와서 큰 약국에 취직하여 많은 월급을 받으며 좋은 집도 샀습니다.“ “잠깐! 다코타 약대 출신이라고요? 와! 그거 꽤나 흥미롭군요. 내가 다코타 의과대학 출신인 것처럼...그런데 그 좋은 직업을 그만 두고 왜 봉사 단원이 됐나요?” 나는 서 약사가 다코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에 은근히 친밀감을 느끼게 됐다. 미국에서 약사가 되는 것도 의사가 되는 것 처럼 길고 힘든 과정이기에 우리는 같은 동역자가 될 수 있다라는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예수를 믿고 난 후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아 때가 되면 불쌍한 사람들을 섬겨 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1990년 여름에 교회에서 파견한 의료 선교 팀에 약사로 멕시코 남부의 오하카와 과테말라 끼체 인디안 촌에 가서 봉사하면서 나는 마야 인디안들의 가난을 직접 눈으로 보았답니다. 그들이 믿는 태양신과 피라미드의 신전도 보았지요. 놀랍게도 그들은 건장한 남자를 잡아 신전에 뉘여 놓고 예리한 칼로 힘차게 뛰는 심장을 찔러 제물로 바쳤다고 하던군요. 아니? 건장한 남자를 칼로 찔러 피를 솟구치게 하다니! 내게는 큰 혼란이 찾아 왔습니다. 가난도 문제이지만 원시적인 종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인디안에게 참된 종교를 가르치자라고 결심을 했답니다.” “그래요, 그것 대담한 생각이군요. 오하카의 마야 인디안이라고 했던가요?” 나는 처음으로 서 약사에 대해 작은 존경심이 생기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존칭을 썼다. “예, 그렇습니다. 오하카(Oxaca) 뿐만 아니라 과테말라(Guatemala), 엘살바도르(El Salvador)에 있는 인디안들을 찾아 갔습니다. 나는 그 후부터 인디안들이 좋아졌으며 형제요, 자매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스페인어였습니다. 스페인어를 전혀 못 하는 상태에서 약간의 도움은 줄 수 있으나 지속적인 봉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지요. 스페인어를 배우든지, 아니면....그때 문득 떠오르는 영감이 있었지요.” “영감이라니요?” 나는 서 약사에게 되물었다. “예. 문득, 아! 수 인디안! 그렇지 다코타 주에 있는 수. 인디안. 나하고 비슷한 얼굴을 했으며 나와 똑 같은 조상을 가진 동족이 아니든가, 동족!” “뭐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당신이 어찌 수 인디안과 동족이라고 하는 거요? 못하는 소리가 없군요.” 나는 다소 불쾌한 듯이 내 뱉었다. 왜냐하면 말도 안 되는 괴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닥터! 당신은 바로 나의 형제입니다. 당신과 나는 같은 피를 나눈 형제랍니다.” “허---” 나는 어이가 없어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이번에는 아예 눈을 감고 그가 지껄이는 말을 듣어주기로 했다. “닥터? 1982년에서 84년 사이에 나는 부르킹스에 있는 약학대학에서 공부를 했는데 가끔 시간을 내어 다코타의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구경을 했지요. 아름답고 조용한 샤이엔 강을 따라 불랙힐스 국립공원과 러쉬무어 산에 가서 네분 대통령의 바위 조각을 보기도 했지요. 불랙힐스에 있는 크고 작은 산들과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 사이에서 마치 옛날, 수 인디안들이 숭배하던 산 신령들이 나오는 듯 하던군요. 여기 저기에 있는 수. 인디안들의 유적지를 보면서 나는 나의 고향을 찾아 온 느낌이 들었지요. 바람이 불 때마다 ‘샤이엔, 샤이엔’이라고 하는 이름이 들리는 듯했으며, 샤이엔이라는 사람이 나를 부르는 듯 했지요. 나는 마침내 수. 인디안들이 백인들에게 무참히도 학살되어 죽은 것을 알게 됐으며 백인들에 대한 울분이 솟았습니다. 나와 똑같은 동족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죽다니...” “그래요, 서 약사. 우리 수. 인디안들은 백인들에 의해 칼로 그리고 총으로 마치 동물처럼 비참하게 학살을 당해 거의 멸종이 되었답니다.” 나는 서 약사가 우리 수. 인디안들을 그토록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곁에서 다소곳이 앉아 조용히 듣고 있는 그의 부인의 모습이 더 감동스러웠다.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어디서....’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너무나 비슷했던 어느 여인의 모습을 되새기고 있었으나 기억에서 떠 올릴 수가 없었다. 분명, 나는 그녀를 어디에서 본 일이 있었다고 확신을 했다. “닥터? 우연히 나는 도서관에서 아놀드 토인비 교수가 쓴 저서를 읽었습니다. ‘수. 인디안들은 어떻게 망망하고 광활한 태평양을 건너 다코타와 알라스카에 도달했을까?’라는 글이었습니다.“ “뭐라고요? 우리 수. 인디안들이 태평양을 건너 왔다구요? 중국에서?” 나는 갑자기 우리 수 인디안을 비하하는 글이라고 생각하여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쳤다. 사실, 나도 토인비의 학설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 학설을 믿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와콘타 신을 모욕하는 백인들의 넉두리라고 생각하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수. 인디안들은 분명 불랙 힐스에 있는 와콘다 신에 의해 창조되어 대평원과 샤이엔 강 유역으로 내 보내어 살아온 미대륙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믿고 있기에 이런 학설을 떠버리는 사람은 용감한 전사들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서 약사는 이런 넉두리를 하고 있는가? ‘저 자가 저러다가 성난 전사들에 의해 맞아 죽으리라!’ 나는 서 약사를 불쌍한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수. 인디안은 분명 2200년전에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낸 중국사람들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이것 봐요! 수. 인디안이 중국 사람의 후손이라고요? 그런 불공스러운 말을 삼가시오. 우리 수. 인디안들은 불랙힐스에 있는 와콘다 신에 의해 창조되어 이곳에서 수 만년을 살아 왔소. 지금 당신이 말하는 것은 우리 인디안에 대한 모욕이요. 모독!” 나는 서 약사에게 큰 소리로 말은 했지만 맥빠진 푸념과도 같았다. “제가 말하는 진시황은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를 종지부 찍고 처음으로 통일을 했답니다. 그러기에 진(친)이라는 이름에서 치나(China), 차이나(China)라는 영어식 이름이 나온 거지요.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아 북쪽의 몽골과 선우족으로부터의 침략을 막으려고 했으며 황하와 양자강을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여 경제를 부흥시키려고 했으며, 호화찬란한 아방궁을 짓고 3000궁녀를 거느리고 살았지요. 산해진미를 먹으면서..., 그러나 그는 점점 늙어 가고 있었습니다. 죽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늙지 않고 천년만년을 살 수 있다는 불로초(不老草)를 구하려고 동남동녀(童男童女)3000명과 궁수(弓手)를 선발하여 그의 심복인 서복(徐福)장군에게 명하여 수십 척의 배를 타고 동쪽으로 갔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제주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항해하여 태평양을 건너 마침내 북미의 다코타와 알라스카에 정착하여 수. 인디안과 알라스카 인디안이 됐다고 합니다. 수(Souix)란 말은 서(徐)라는 중국식 발음에서 온 말이며 한국식 발음은 나의 이름과 같은 서(徐)라고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불로초를 캐러 온 사람들이 바로 수 인디안이란 말입니다. 허-허-. 닥터? 나도 수. 인디안과 같은 동족인데 2220년이 지난 근자에 미국으로 이민으로 온 거지요. 뒤 늦게 찾아온 이민자랍니다.“ “그거 정말 흥미롭군요. 수. 인디안이 중국 사람이며 서 약사도 그 후손이라니.....우리는 불랙힐스에서 와콘다신에 의해 창조됐다고 믿고 있는데....” 나는 짐짓 투덜대며 서 약사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 수.인디안의 이동 역사: -잠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의 사기(漢 史記)에 기록된 진시황과 불로초(秦始皇과 不老草)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과 런던 대학교 사학과 교수인 아놀드 토인비 교수의 ‘수. 인디안은 어떻게 태평양을 건너 북미의 대평원에까지 왔을까?’라는 세계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 7 wonders)를 소개하려고 한다. * 불로초(不老草)--- 천년 만년 죽지 않고 살 수 있게 한다는 명약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어디에 있을까? 기원전(BC) 391년, 지금의 산동성 근처에 도읍을 정하고 위세를 떨치던 제나라의 위왕과 북경근처를 터전으로 대국의 야심을 가진 연나라 소왕은 불로초가 삼신산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구하려고 무진 노력을 하다가 구하지 못 하고 죽었다. 그 후 불로초를 구하려는 노력은 끊임이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구하지 못했다. 한(韓).위(魏).초(楚).연(燕).조(趙).제(齊)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기원 전 221년)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연나라와 제나라 왕들이 그토록 구하려고 했던 불로초에 관한 소문을 들은 것이 기원 전 219년이었다. 서복이라는 뱃사람이 불로초를 구해 먹었다는 소문을 듣고 당장 잡아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서복이란 사람은 제주도에서 왔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정체를 잘 모르는 뱃 사람으로 진시황 앞에 끌려왔다. “서복이라 했나?” “예. 소신 서복이라 합니다.” “네가 불로초가 어디에 있는지를 안다고 했든가?” “예. 폐하.” 진시황은 불로초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하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말했다. “짐이 서복 공을 부른 것은 공이 불로초를 구해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자 함인데....”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신분도 잘 모르는 서복을 서복 공이라고 불렀으며 말도 존경어를 섞어서 썼다. 서복은 불로초가 중국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다 건너 삼신산에 있다고 말했다. 발해 지방에 있는데 삼신산은 물 밑에 있다고 했으며 신선의 도움으로 불로초를 먹었다고 진술했는데 이 말은 살기위해 꾸며낸 임기응변의 거짓말이었다. “삼신산? 발해 근처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서복이 말하는 발해란 제주도였으며 물 밑에 있다는 말은 한라산 정상 백록담의 물 밑에 있다는 거짓말로 임기응변의 대답이었다. “서복 공? 짐이 그대에게 명을 내리노라. 삼가 명을 받으라!” “예. 폐하.” 마침내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명령을 하며 3000명의 동남 동녀와 궁사, 그리고 진시황의 심복인, 장군 혜후가 동행하게 되었다. 물론 엄청난 수의 배를 바다에 띄웠는데 서복으로서는 목숨을 건 항해였다. 불로초를 구한다고 한들 그는 궁사에 의해 죽을 것이며 못 구해도 궁사에 의헤 죽을 운명이었다. 게다가 장군 혜후는 훌륭한 무사였으며 진시황의 심복이었기에 그를 피할 수가 없었다. 배를 다루는 기술이 탁월한 서복은 뱃머리를 제주도로 향했으며 몇 주만에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서둘러 불로초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보다 못 해 장군 혜후는 불로초를 구하라고 강요하였다. 서복은 삼신산인 한라산으로 가기 전에 서귀포의 폭포에 가서 신선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혜후 장군이 서복의 목에 칼을 대고 물었다. “불로초를 찾으시오. 어서.....” “혜후 장군? 불로초는 어디에고 없소.” “뭐시? 불로초는 없다고?” “그렇소. 어차피 우리는 불로초를 구하지 못 하고 진시황에게 죽임을 당할 거요.” 서복 장군은 혜후 장군을 설득하였다. 불로초를 못 구하였기에 필연적으로 혜후 장군도 진시황으로부터 살아 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어찌하야겠소?” “여기는 돌이 많은 땅이요. 그러나 조금더 가면 살기 좋은 땅이 있소.” “그렇다면 같이 갑시다. 가서 우리끼리 삽시다.” 마침내 동남동녀, 3000명과 혜후 장군 일행은 배를 돌려 지금의 규슈 땅으로 가 그 곳에서 나라를 세우고 서복은 왕으로 혜후는 대장군으로 잘 살았다고 기록이 되어 있었다. (이상은 한 사기에 나오는 글임.) * 그러나 아놀드 토인비 박사의 가설인 ‘수. 인딘안은 어떻게 태평양을 건너 알라스카와 대평원에 왔을까?’라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학설은 한 사기와 많이 다르기에 가상을 해보기로 한다. 서귀포를 돌아 동쪽으로 뱃머리를 돌린 서복 장군과 혜후 장군은 마침 중국에서 온 소식에 의하면 진시황은 죽었으며 더 이상 불로초를 캐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를 알게 되자 마음을 바꿨다. “진시황이 죽었다!” 그렇다면 동남동녀와 서복, 그리고 혜후 장군은 마침내 자유로운 몸이 된 셈이었다. 그동안 서복 장군은 동남 동녀중에 1500명이나 되는 꽃같이 아름다운 여자들을 경쟁이나 하듯이 밤마다 품에 안고 즐겼다. 물론 혜후도 그랬으리라. 그런데 진시황이 죽고 모두가 다 자유의 몸이 됐으니 이젠 마음에 맞는 남녀가 서로 부등껴 안아야 하리라. 참다 못한 다른 남정네들은 서복과 혜후에게 항의를 했다. “우리도 남자요. 우리도 즐길 권리가 있소......” “.............” 마침내 불로초를 캐러 동쪽으로 항해하던 동남동녀들은 서복 장군을 따르는 무리와 혜후 장군을 따르는 두 무리로 갈라져 선상 반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렇다면 혜후와 나 서복은 각각 갈 길로 가자. 둘로 나누자......” “그것이 좋을 듯하다. 각자의 길로 가자.” 한 무리는 망망한 태평양으로 항해하여 크고 작은 섬에서 살면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항해를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북미주에 상륙하여 록키 산맥을 넘어 샤이엔 강과 뷸랙힐스에서 정착해 오늘의 샤인엔 강의 수 인디안이 됐으리라. 또 다른 일부는 일본 열도를 지나 베링해로 올라가 지금의 알라스카에 이르러 알라스카 인디안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종족을 서복 장군의 성을 따라 서-수(Souix)라고 했다. (이상은 토인비의 학설: 수.인디안은 어떻게 태평양을 건넛을까?) * 진시황(BC 259-210)은 진나라 31대 왕으로 천하를 통일하여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되어 불로초를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썻으나 50세의 나이로 죽었다. 천년 만년을 살고 싶다던 그는 50세에 죽었다. 한 오백년을 좋아했던 어느 친구도 10분의 1에 해당되는 50세에 죽었듯이.... 그리고 진시황 그가 묻힌 무덤은 지하 궁전으로 여산에 있으며 군사 모양의 인형으로 된 병용과 더불어 1974년에 우물 공사를 하다가 발견되었으니 불로초는 이 세상에 어디고 없는 셈이다. 그러나 진시황 때문에 태평양 넘어 미국 대륙에 수 인디안들이 생존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로니가 아닐까?- * 서 약사가 자세하게 인디안과 중국의 역사를 실감나게 설명해 주는 동안 나는 그의 곁에 부처님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부인을 유심히 바라다 보았다. ‘어디에서 본 얼굴인데. 분명, 본 얼굴인데....’ 나는 마치 중국의 뱀처럼 꾸불꾸불 길고 긴 역사 속에서 그 얼굴의 주인공을 찾는 마음으로 서 약사의 설명에 수면제에 취한 듯이 빠져 들고 있었다. “닥터. 와이트도브? 수 인디안들이 중국에서 온 민족이라고 하는 것을 증명할 증거들을 수.인디안들을 통해 알아냈지요. 아주 흥미롭습니다. 잘 들어 보십시요. 우선, 테피들이 모여 있는 인디안 부락의 입구에 세워 놓은 큰 돌들은 제주도나 태평양에 있는 섬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습입니다. 제주도에 있는 큰 돌들과 마을 입구에 큰 나무로 세워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같은 거지요. 그뿐인가요, 불랙힐스에 가 보니 어느 산의 이름이 화창산(Hwachang Mt.)이었습니다. 화창산..... “ “그렇소. 나도 그 산을 잘 압니다. 와콘다 신이 나온다는 아주 신성한 산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요?” 나는 흥미를 갖고 서 약사에게 물었다. “닥터? 화창산의 이름, 화창(Hwachang)이란 말의 뜻이 무엇인줄 아십니까?” 서 약사는 내게 되물었다. “아, 그게. 깨끗하다. 영어로는 ‘Clear’란 뜻이 아닌가요?” 나는 겨우 대답을 하였으나 실제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화창이란 말은 한국말로 깨끗하다. 맑다라는 말이지요. 한자로는 화창(和暢)이라고 씁니다.” “그래요? 화창(和暢)? 같은 뜻이네....” “그뿐인가요? 수.인디안의 언어는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일본어의 순서가 같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 인디안의 세계에는 여러나라의 풍습이 섞여 있는 거지요.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태평양에 산재한 섬들의 풍습과 문화가 여기 저기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그래요?” 나는 뜻밖의 설명에 공감이 가는 것이 많았으며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또 다른 예가 많이 있습니다......” * -서 약사는 계속해서 다른 예를 들어 설명을 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2200년 전에 일어 났던 중국의 진시황과 불로초를 캐러 동쪽으로 항해를 하였던 혜후 장군과 서복 장군의 모습이 영화의 스크린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험상궂은 얼굴로 서복과 혜후 장군에게 불로초를 캐 오라고 명령을 내리면서 옆에 둔 큰 칼을 들어 위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두 장군을 따라 갔던 동남동녀 3000명의 얼굴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 큰 통나무들로 엮어 만든 집채보다 더 큰 배들이 흰 돛들을 높이 달고 망망한 태평양에서 어디론가 항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흰돛 위에는 빨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한자로 진(秦)이라고 쓰여 있었다. 둥둥둥.....북을 힘차게 치고 있는 사나이의 머리에 질끈 동여맨 파란 천에는 진의 대장군 서복(秦. 大將軍 徐福)이라고 쓰여 있었다. 갑자기 폭풍우가 불어쳐 바다가 요동을 치는가 했는데 어느새 밝은 태양이 눈부시게 비치니 바다는 비단 결처럼 활짝 펴져 어여쁜 처녀의 가슴처럼 울렁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배들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는데 아! 세월도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기를 수십 년... 그들은 늙어 하나하나 죽어 바다에 던져지기도 하고 때로는 정박하여 살던 이름 모르는 섬에 묻히기도 했다. 가만히 보니 한 편에서는 어린애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남자 애들과 여자 애들이었는데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결혼도 하였다. 중국 사람처럼 생겼는데 해가 바뀔수록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아마도 강한 태양빛에 그슬렸기 때문인가 보다. 정박한 섬에는 원색의 빨간 꽃이 봄의 가슴을 울렁이었으며 가을이 되어 노란색의 낙옆이 한 많은 눈물을 떨구며 하나둘씩 떨어지기도 했다. 몇 년이나 지났을까? 1년, 10년, 100년? 문득 나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순간, 통나무 배들은 어느새 내 눈에서 바람처럼 사라지고 화면이 바뀌면서 눈 익은 다코타 주의 샤이엔 강과 광활한 오하에(Ohae) 호수가 보이더니 넓게 펼쳐진 대 평원에서 풀을 뜯는 사슴과 초원을 누비며 떼를 지어 달려가는 들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지가 온통 대평원을 뒤덮고 있었다. 갑자기 말밟굽 소리가 요란하더니 독수리 깃털을 머리에 꽂은 수 인디안의 전사들이 들소들을 향해 활을 쏘며 긴 창으로 찌르고 있었다.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한 수. 인디안들의 들소 사냥이었다. 덩치큰 들소들이 하나 둘 대 평원에 거목나무 처럼 쓸어지자, 죽은 들소들은 인디안 중년과 노인들에 의해 테피가 모여 있는 인디안 마을로 옮겨 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울긋불긋한 채색 옷을 입은 예쁜 인디안 여성들이 들소들을 인계받아 고기를 햇볕에 말리고 있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가죽을 꿰매고 있었다. 긴 겨울동안에 먹을 고기와 입을 옷 그리고 따슷하게 살아야 할 테피에 쓸 것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모두다 행복해 보였다. 그뿐인가 감사한 마음이 솟구쳤는지 와콘다 신을 향해 넙죽 엎드려 큰 소리치며 예배를 한 후 밭에 나가 옥수수를 직접 따서 불에 굽고 산나물을 소금에 절여 구운 들소 고기와 곁들여 어정어정 씹어 먹으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선댄스(Sun Dance)’라는 수 인디안들의 축제였다. 저녁 무렵, 해가 지기전에 그날 인디안여성 중에서 가장 예쁜 처녀를 하나 선정하여 머리에 오색의 꽃으로 만든 화관(花冠)을 씌어 주면서 ‘샤이엔(Sheyenne)'이라고 칭하였다. 아름다운 샤이엔을 바라 보는 인디안 총각들의 가슴은 붕붕 뛰었으며 눈들은 초점을 잃고 있었다. 그중에 나, 와이트도브도 멍청히 서 있는 듯 했다. ‘와! 와! 샤이엔, 샤이엔, 샤이엔......’ 인디안 청년들은 환호를 질렀다. 얼마 후 샤이엔이 물러가자 그날의 축제는 저녁 노을과 함께 막을 내렸다. 평화롭고 용맹스러운 하루, 하루를 보내니 어느새 겨울이 찾아 왔다. 긴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오니 여기저기에서 파란 새싹이 돋아 나오고 있었으며 불랙힐스에 있는 와콘다 신을 향해 제사를 드리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평화스러운 이곳, 샤이엔의 영토에 어느날, 음흉스러운 백인들이 말을 타고 총을 들고 침입하더니 진시황이 보낸 서복 장군의 후손들을 무참하게 하나 둘씩 죽이고 땅을 빼앗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인디안들은 샤이엔 강과 대평원에서 쫒겨나 불랙힐스에 있는 골짜기에서 학살 당해 무참히 땅 바닥에 버려지니 공중에서 독수리들이 빙빙 돌다가 어느 순간 꽥-- 소리를 치며 급히 내려와 그들의 살점을 예리한 부레로 인정사정 없이 쪼아 먹고 있었다. “아-아-” 나는 내 살이 찢기운다고 생각을 하며 큰 소리를 치며 눈을 떴다. 눈을 뜨고 보니, 잠간 사이에 나는 환상과 상상의 세계 속에서 드라마 같은 2200년의 세월을 보낸 셈이었다.- * 서 약사는 나를 향해 아직도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었으며 그의 부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나는 나의 아내 실비아가 울고 있다고 착각을 하였다. ‘왜? 서 약사와 그의 부인, 미세스 서가 나를 이토록 혼돈 속으로 몰아 넣고 있는 건가? 미세스 서를 어디에서 보았을까? ‘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기억이 떠 오르지 않았다. * “서 약사님? 듣고 보니 당신도 진시황에 의해 불로초를 캐러 보내졌던 그 서복 장군의 후손이라고 하니 결국 나하고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군요?” “그렇습니다. 닥터.와이트도브! 당신과 나는 동족이랍니다. 그 때, 2200년전에 서귀포에서 말입니다. 한 쌍의 동남 동녀가 눈이 맞아 죽음을 각오하고 한라산 속으로 도망을 가 결혼을 한 후 살았다고 하던군요. 그 때 그 도망자들이 낳은 후손이 바로 나란 말입니다. 220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수. 인디안이 되려고 태평양을 건너 칼리포니아를 거쳐 여기 다코타까지 찾아 왔답니다. 어떻소? 그러니 이젠 나를 당신의 형제로 인정해 주시겠습니까? 자랑스러운 독수리 깃털에 수. 인디안이라고 수를 놓아 내게 주시면 어떨까요? 영광스러운 수. 인디안으로 말입니다.“ “와! 서 약사님? 당신 대단하군요. 2200년 후에 다코타로 뒤 늦게 찾아온 수. 인디안이라....” 나는 진정으로 그에게 승복하는 마음이 들었다. 서 약사는 내가 그의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신이 났는지 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거침없이 내 밷기 시작했다. “닥터? 보십시오. 내가 왜 여기, 인디안 보호구역으로 와서 봉사 활동을 하는지 아시겠죠? 당신들은 나와 똑같은 형제이므로 당신들의 영혼을 구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서 약사! 조심하시오. 수. 인디안의 대추장 오레겔의 명령을....그의 명령은 여기서는 절대적인 법입니다. 당분간 봉사도 천천히 하고, 더구나 와콘다 신을 거역하는 행동은 하지 마시오. 기독교 신앙에 대한 말은 하지 마십시오. 무분별한 전사들이 당신들을 죽일 수도 있으니까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가끔 나의 집이나 병원으로 몰래 방문해도 되겠으나.... 사실 나도 당신과 자주 만나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요. 그러니 나를 봐서라도 조심하십시오. 의사로서 나도 우리 인디안들을 위해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 인디안들은 백인들에 의해 지금도 죽어 가고 있지요. 백인들에 의해....” “백인들에 의해 죽다니요? 지금도 백인들이 총과 칼로 인디안을 죽인단 말요?” 서 약사는 의아하다는 듯이 꽤 큰 목소리로 내게 물었는데 진지해 보였다. “총으로 죽이는 것이 아니고 백인들은 이젠 다른 방법으로 우리 인디안들을 죽이고 있단 말입니다. 백인들은 우리 인디안들을 보호 구역으로 몰아 넣고는 먹을 것, 마실 술, 그리고 마약을 주어 인디안들을 나태하고 의욕없는 인간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 정신적으로 죽이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뿐인가요, 근자에는 카지노 경영권까지 인디안들에게 주어 인디안들은 일을 안 해도 저절로 큰 돈이 굴러 들어 온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 인디안들은 담배, 술, 마약이나 하면서 동물들처럼 희망도 없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인디안들 중에는 의사. 변호사가 거의 없습니다.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하니, 큰 일이지요. 우리 인디안들의 앞날이 짙은 안개 같습니다. 한치 앞이 안 보이는...., 그러니 우리는 정말 희망이 없습니다.” 나는 어쩌자고 내가 평소에 그토록 싫어하고 경멸하던 한국 사람들 앞에서 우리 인디안의 수치(羞恥)를 털어 놓다니...... “닥터.와이트도브? 그 말이 옳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였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인디안 사회에 들어와 기술과 지식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컴퓨터와 마약 퇴치 같은 거지요. 그런데 그 해결책이 무엇인가 하면 인디안들도 예수를 믿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게 되면 마약, 환락도 잊고 진실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뿐인가요. 진시황이 그토록 원했던 불로초도 얻게 되지요. 다시 말하면 영생(永生)을 하게 됩니다. 천년, 만년,...영원히!“ “잠간! 잘 알겠습니다. 서 약사! 옳은 말씀입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나는 반대는 안 합니다마는 인디안들은 결코 와콘다 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기독교 신앙 전파는 여기 인디안 구역에서는 불가능하니 조심하십시오. 조심!” 나는 서 약사를 진심으로 염려하면서 주의를 부탁했다. “물론이죠, 닥터 와이트도브. 제 설명을 잘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미세스 서의 인상: 마침내 서 약사의 장황한 설명이 끝나자 나는 서 약사 곁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고 있는 그의 아내, 미세스 서를 바라다 보았다. -분명 그녀를 나는 어디에선가 본 일이 있었다. 어디에서 보았을까? 언제 보았을까? 나는 이런 현상을 데자부(Dejavu)라고 하는 혼동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보았던 아주 인상에 남는 얼굴이었다. 어디에서? 나는 궁굼하기만 했다.- “미세스 서? 한가지 알려 드릴게 있습니다. 한가지...” “예?” 뜻밖의 화제에 미세스 서는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다 보았다. “미세스 서? 잠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샤이엔(Sheyenne)이란 여성 말입니다. 우리 수. 인디안들은 매년 가을 추수기에 선댄스(Sun Dance)라는 축제를 열어 그 해에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아 샤이엔(Sheyenne)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렇군요. 닥터! 저도 알고 있습니다. 샤이엔 그리고 쉐난도아(Shennandoah)라는 예쁜 아가씨도 있던군요.”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미세스 서가 내게 뜻밖의 말을 하였을 때 나는 오히려 놀라고 말았다. “아! 미세스 서? 쉐난도아를 아시는군요. 멀리 아팔라치아 산맥에 살았던 인디안 처녀의 이름이지요. 미세스 서. 당신은 마치 우리 인디안의 샤이엔처럼 아름답군요.” “예? 샤이엔처럼?” 미세스 서는 뜻밖의 칭찬에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는데 그 모습이 내게는 더 인상적이었다. “와- 제 아내가 쉐난도아요 그리고 샤이엔이라구요?” 옆에 있던 서 약사가 신이 나서 큰 소리로 말하면서 자기의 아내를 바라보며 씩 웃었을 때, 그의 아내는 계면쩍어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서 약사가 자기의 아내를 향해 쉐난도아요 샤이엔이라고 말 할 때 나는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이 세상에 있는 부부들 중에 자기 아내를 보고 샤이엔이요 쉐난도아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나는 나의 아내 실비아를 샤이엔이요 쉐난도아라고 부를 수가 있을까?’ 아닌데.....- 나는 서 약사 부부를 통해 엄청난 비밀과 부부의 참사랑을 배우고 있었다. * 나는 이들 부부와 작별한 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가 모르던 사실을 서 약사가 적나라하게 알려 준 것을 실감하게 됐다. 첫째, 우리 수.인디안들이 중국에서 왔다고 하는 사실을 실감나게 알려 준 것이요. 두번째는 우리 인디안들의 취약점을 꼬집어 내어 그 해결책을 과감하게 알려준 그의 용기가 돋보였다. 더더욱 감동적인 것은 좋은 직장을 휴직하고 보잘 것 없는 이곳으로 와서 우리 인디안을 도와주는 이유가 단지 자신도 수. 인디안과 동족이라고 하니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그렇다면 인디안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나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그토록 싫어 하고 증오해 왔던 한국 사람에 대한 나의 인식이 바뀌어 한국 사람도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의 변화였다. *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뒤척 거리고 있었다. 보다 못해 나의 아내 실비아가 나를 보고 짜증이 나는 듯이 물었다. “제임스, 왜 그래? 잠을 안 자고 무슨 생각을 해?” “어, 실비아! 오늘 왔다간 그 한국 사람들 그리고 샤이엔이라고 불러준 그 여인 말야. 어디에서 많이 본 얼굴이야!” “샤이엔? 무슨 말을 하는거요? 제임스?” “그 여인이 샤이엔이라고 생각했어.” “샤이엔이라고?” “그래.” “..........” 아내 실비아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나의 등을 치며 ‘굿나잇, 잘자요!’라는 말을 남기고 옆으로 돌아 누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샤이엔(Sheyenne)? 샤이엔이 누구인가? 누가 샤이엔인가?’ 나는 진정 샤이엔을 만나고 싶었다. 5. 침략자가 만난 또 다른 인디안, 마야(Maya)인디안. 서 약사(徐 藥師)는 여기 수. 인디안 보호 구역으로 오기 전에 중앙 아메리카에 있는 마야 인디안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다가 그들로부터 추방을 당한 후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물색한 곳이 여기 다코다라고 하며 내가 잘 모르던 마야 인디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였다. 마야 인디안들로부터 추방을 당한 이유는 첫 번째로는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 하였기에 열심히 봉사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었지 마야 인디안들의 마음을 그의 가슴 속에 담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치명적인 이유는 마야 인디안들이 갖고 있는 태양신을 가볍게 생각하였기에 그들로부터 분노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서 약사는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마야 인디안들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해 봉사를 했지만 결국 그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추방을 당하였다. * 잠시 마야 인디안과 마야 문명을 공부해 보니 마야 문명은 우리 수. 인디안보다 더 찬란하고 심오했으며 우리 수. 인디안과 얼굴도 비슷하며 풍습도 비슷해 결국 우리와 같은 동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지금의 과테말라, 멕시코의 오하카, 치아파스, 유카탄, 벨리즈, 혼듀라스 그리고 엘살바도르에 있는 정글과 아열대 지역에서 BC 2세기부터 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삼국시대-통일신라 시대와 비슷한 AD 2세기부터 10세기까지 약 800년에 걸쳐 지금의 과테말라의 티칼 지역에서 찬란한 마야 문명을 이루어 놓았다. 그러나 그 후(AD 10세기) 그들은 전염병과 천재 재앙 때문에 돌연히 장글에서 자취를 감추고 선선한 고산지대인 퀘찰테낭고, 텍판, 그리고 지금의 과테말라 시티 지역으로 올라와 후기 마야 문명을 이루었다가 1520년경,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육당한 후 몰락하였다. 마야 인디안들은 분명 우리 수. 인디안들보다 현명하였는지 여성들은 울긋불긋한 채색옷을 입고 머리를 길게 땋았으며 남성들은 두꺼운 띄를 머리와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옥수수 농사를 지었다. 그들은 천문학을 좋아 했기에 달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태양신뿐만 아니라 옥수수의 신등을 수호신으로 섬기면서 평화롭게 살았다. 마야 인디안들은 우리 수. 인디안들이 상상도 못했던 9층 높이의 피라미드를 쌓아 태양신을 위한 제단을 그 꼭대기에 만들어 가장 건장하고 좋은 집안의 아들을 매년 산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마야의 태양신은 우리의 와콘다 신보다 더 엄했는지 아니면 목이 말랐는지 제단에 올려진 남성 제물의 심장을 예리한 칼로 찔러 솟구치는 붉은 피를 마셔 갈증을 해소했다고 한다. 언듯 듣기에는 마야 인디안들은 우리 수. 인디안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동물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으나 알고 보면 그들은 마음이 여리고 정(情)다운 민족이었다. * 우리 수인디안들은 선댄스(축제) 후에 아름다운 여인을 뽑아 ‘샤이엔’이라고 불렀으며 아팔라치아의 인디안들에게는 ‘쉐난도아’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듯이 마야의 인디안들은 아름다운 여인인 ‘마야의 별’과 전설적인 마야의 왕자, ‘테쿤 우만 (Tecun Uman)’이 있었다. 서 약사가 기독교 신자가 된 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너무나 크고 고마워 그는 기독교 선교에 동참하기로 결심을 한 후 처음 찾아 간 곳이 과테말라 제2의 도시, 꿰첼테낭고 근교에 있는 키체 인디안들의 부족이었다. 21개의 마야 인디안의 부족 중에서 제일 크고 영향력이 강한 키체 인디안 부족들도 우리 수. 인디안처럼 백인(스페인)들에 의해 학살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했기에 나는 마야 인디안들을 동정하게 되었다. 1492년 콜럼브스가 신 대륙을 발견한 후 1520년부터 스페인은 정복자들을 보내 남자 마야 인디안들을 가차없이 학살하고 여성 마야 인디안들과는 강간을 통해 새로운 인종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결국 마야 인디안들은 산 속으로 도망가 원시적인 태양신을 믿으며 옥수수 농사를 지어 겨우 겨우 목숨을 보존하게 되었다. 우리가 믿는 와콘다 신처럼 태양신은 이들 마야 인디안들에게는 절대적인 신이었다. 마야 인디안들이 사랑하는 새(鳥)의 이름이 꿰첼(Quetzel)이라고 하는 데 앵무새처럼 생겼다. 그러나 앞 가슴에 붉은 점이 크게 밖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과테말라의 국조(國鳥)요 화폐(貨幣)의 단위가 되리만큼 역사적 유래가 큰 것은 그 내면에 숨은 아름답고 슬픈 사연때문이다. -1520년경, 스페인이 보낸 정복자들은 알바라도 장군의 지휘아래 21개의 마야 인디안 부족들을 하나둘 학살 그리고 정복한 후 마침내 키체 인디안족과 최후의 결전을 하게 되었다. 마야 왕조의 마지막 왕자 테쿤 우망은 불과 18세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수 많은 인디안들이 스페인의 정복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학살되어 멸종이 되기보다 차라리 왕자 스스로를 목숨을 바쳐 인디안들을 구하려고 마음을 먹고 알바라도 장군에게 일대일 결투를 요구했다. 이기는 쪽의 요구대로 왕자가 이기면 스페인 정복자들은 인디안 영역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알바라도가 이기면 마야 인디안이 무조건 항복하는 조건이었다. 테쿤 우망, 왕자는 말을 타고 활을 옆에 들고, 알바라도 장군도 역시 말을 타고 총을 손에 들고 많은 관중(군인)들이 모는 앞에서 1:1로 마주서게 되었다. 물론 결투의 결과는 뻔했다. 화살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총알에 의해 왕자는 피를 토하며 말에서 떨어 지자 인디안들은 와 달려 들어 왕자를 구출하여 아티트란 호수 쪽으로 도망을 하였으며 그곳에 남아 있던 남자 인디안들은 학살당하였다. 그러나 여성 인디안들은 백인들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노예가 되었다. 그결과 끼체 인디안과 마야의 최후 왕조는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생긴 것은 총에 맞아 죽었던 마야의 왕자 테쿤 우망은 아티트란 호수 뒷편으로 옮겨진후 다시 살아 났다고 한다. 대신 테쿤 우망이 쓸어졌던 결투의 장소에는 붉은 피를 토한고 죽은 앵무새가 발견되었는데 알고 보니 태양신이 앵무새를 보내 왕자를 대신해 죽게 했다고 한다. 참으로 신비한 것은 앵무새의 가슴에 알바라도 장군이 쏜 총알이 심장을 관통하여 선홍색(鮮紅色)의 피를 흘리게 했다고 한다. 꿰첼(Quetzel)--- 테쿤 우망과 살아 남은 인디안들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아름답고 큰 아티트란(Atitlan) 호수 뒤편에 있는 3000미터가 되는 다섯 개의 산 속으로 들어가 스페인 정복자들과 대치하다가 모두 죽었다고 한다. 집, 땅 아내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마야 인디안들은 몰락하고 말았으며 겨우 살아 남은 인디안들은 백인들의 노예가 되었다. 이 전설적인 항전의 얘기를 들은 서 약사는 눈물을 흘리며 마야 인디안들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마야 인디안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 변소도 만들어 주고 청소도 하였다. 점심도 준비해 주었으며 아이들의 머리도 깍아 주었다. 그러나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했으나 도무지 인디안들에게는 먹혀 들어 가지 않았음은 워낙 태양신과는 상대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 서 약사가 마야 인디안들로부터 축출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린아이를 위해 사진을 찍어 주다가 생긴 종교적인 실수 때문이었다. 마야 인디안 남자 아이를 위해 과자와 음료수를 준비하여 생일 잔치를 성대하게 벌려 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부모의 허락없이 돌 사진을 찍어 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웃고 있는 남자 아이를 향해 “찰칵” 셔터를 누르고 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아이 아버지의 싸늘한 눈초리였다. 서 약사는 앗차, 후회를 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었다. 갑자기 아이의 아버지는 갖고 있던 나무로 서 약사의 등을 후려치고 말았다. “악!” 소리를 치면서 서 약사는 기절을 하며 땅에 쓸어지고 말았다. “네 놈이 내 아들의 혼을 빼앗아 가면 내 아이는 어쩌란 말이냐?” 라고 소리를 쳤으나 그는 듣지 못했다. 얼마 후에 깨어 났을 때, 그의 주위에서 많은 인디안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으며 그의 사진기는 박살이 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마야 인디안들은 어린 아이들이 사진에 찍혀 나오는 것을 마치 그들의 가슴속의 혼이 빠져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인디안들과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경고를 깜빡 잊었던 결과로 그는 마야의 인디안촌에서 영구히 축출되었다. 스페인어도 못 하니 결국 그는 보따리를 싸 미국으로 귀국했으며 돌아와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던 중 문득 그에게 떠 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수. 인디안!(Souix Indian)' 서 약사가 다코다 주의 수. 훨스 약학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눈여겨 보았던 수. 인디안은 영어가 통하며 얼굴도 동양사람처럼 비슷하게 생겼으니 차라리 과테말라의 인디안에게 전도하는 것 보다 더 효과적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가자! 다코타로....’ 서 약사는 마침내 진시황의 후예인 수. 인디안을 찾아 가기로 결정을 보았다. 서 약사의 말을 듣다보니 백인들은 영국인이든 스페인이든 잔인하긴 마찬가지였으며 쉐난도아. 꿰첼, 샤이엔과 같은 아름다운 인디안의 단어(말)도 가차없이 도적질해 갔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우리의 창조주, 와콘다신과 태양신은 빼앗을 수가 없었다. 인디안들이 아무리 무능하게 죽어가도 영과 혼마저 백인들에게 빼앗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6. 잃어 버린 나의 과거..... 서 약사와 봉사 단원들은 인디안법을 어기면서 그들의 종교인 기독교를 전도하는 철면피 같은 상식밖의 한국 사람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여기 인디안의 부락에서는 예수를 전하지 말라! 아니면 축출 될 것이다.”라고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예수!, 예수”를 외쳐대니 인디안 전사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부족, 추장들까지도 분개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 약사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서 약사의 말에 의하면 그는 분명 우리 수. 인디안과 뿌리가 같은 동족이라고 하니 인디안들은 어이가 없어, “아니? 한국 놈이 어떻게 우리와 같은 종족이란 말야? 미친놈, 죽일 놈.”이라고 수근거렸다. 게다가 예수란 하나님의 아들이며 우리를 위해 대신 죽었기에 그를 믿기만 하면 영원한 천국에 들어 간다고 횡성수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뿐인가, 서 약사는 2200년전에 진시황이 보낸 동남동녀 3000명중에 바람이 나 서로 눈이 맞은 남녀 한쌍이 제주도에서 도망을 쳐 한라산에 들어가 결혼을 한 후 거기에서 살던 서씨중의 하나라고 하며 틀림없이 우리 수. 인디안하고 같은 형제라고 떠드니 와콘다 신을 신봉하는 순진한 인디안들은 서 약사가 분명 미친 사람이라고 단정을 했다. “서 약사란 놈은 미친 놈이다. 우리 수. 인디안을 죽이려고 온 놈이다.”라고. 게다가 나를 더 난처하게 만든 것은 어느날 예고도 없이 병원으로 찾아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앞에서 나에게 기독교를 전도하려고 하는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닥터. 와이트도브, 예수를 믿고 천국에 갑시다.” “뭐요?” 나는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마침 옆에 있던 나이가 제법들은 간호사가 서 약사에게 주의를 주었다. “서 약사! 말 조심하세요. 위험합니다.” 이런 일이 몇 차례 생기고 보니 삽시간에 인디안 사회에 엉뚱한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닥터. 와이트도브와 서 약사는 서로 같은 전문의료직을 갖고 있기에 남들 모르게 은근히 친하게 지낼 뿐만 아니라, 이젠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라는 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 약사가 가끔 병원에 와서 직원들을 상대로 전도를 하고 갈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성경 공부를 하고 있다라는 소문이었다. - 이 소문이 대쪽같이 강직한 대추장의 귀에 들어 간다면 나는 여기 이글뷰트 병원에서 쫒겨 날 뿐만 아니라 우락부락한 전사들에 의해 칼에 맞아 죽을 수도 있기에 나는 서 약사에게 강력한 항의를 했다. “이것 봐요, 서 약사! 말 조심하시오. 이젠 더 이상 병원에 찾아오지 마시오!” “..........” “왜 말이 없어, 내 말 안 들리나?” “알겠습니다. 닥터 와이트도브” 그는 웃으면서 대답은 시원하게 했으나 그 후에도 번번히 병원에 들리곤 했다. 나는 그가 끈질기고 능청스러운 철면피 같은 사나이라고 생각을 하였으며 더 이상 상대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에 궂게 새겼다. 운이 나빠 대추장이 알게 된다면 나의 인생은 끝나기 때문이었다. * 아니나 다를까?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나 대추장, 오레겔로부터 대추장실로 오라는 명령이 나에게 떨어졌다. 서 약사라는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테러로 다 죽어 가는 놈을 살려 줬더니 오히려 나의 목을 졸라 죽이고 있는 셈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강력하게 “아니다”라고 거절을 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쫒아 냈어야 했는데 어설프게 처리했기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으니 후회 막급이었다. 대추장실은 공회당과 연결된 부속 건물에 있는데 들소 가죽으로 만든 거대한 크기의 전통적인 테피였다. 들소 가죽으로 만든 대추장복에 수 없이 많은 독수리 깃털을 머리에 꽂고 긴 담뱃대를 문 대추장 앞으로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들어갔다. 담배를 물고 있던 대추장은 나에게 앞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 후 말을 시작했다. -“와이트도브? 너는 우리 인디안이 자랑하는 전통 가문 출신이야. 게다가 너는 우리 인디안들중에 유일한 외과 전문의사인 것을 큰 긍지로 알거라! 너도 알다시피 너의 할아버지와 나는 아주 친한 친구였다. 너의 할아버지는 의협심이 강하고 용맹스러운 인디안 전사였어. 처음에는 너의 할아버지와 나는 소위 강경매파(强硬鷶派)였었지. 백인들에게 굽히지 말고 끝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싸워 우리들의 옛땅과 권리를 되 찾자라고 주장한 매파였지. 그런데 전사 불랙이글은 어느날 태도를 바꿔, 비들기 온건파로 선회했었지. 그가 주장한 이유는 백인들과 싸워 본들 현재로서는 이길 수가 없으며 결국 멸종이 될것이 뻔하니 차라리 교육에 전념하여 우리 인디안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많은 학자들을 배출하여 국력을 길러 당당하게 백인들과 대결하는 길만이 우리 인디안이 사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온건파가 된거였어. 그리고 그는 그의 호전적인 이름. 블랙이글을 버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와이트도브, 즉 비들기로 성을 바꾸었어. 하얀 비들기로 말이야. 그뿐인가 그는 말하기를 이젠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추구하자라고 말하니 우리 인디안들은 그를, ‘변절자’ 아니 비겁한 사람으로 불렀어. 사실 나도 그 때는 그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 하지 못 했기에 그를 변절자라고 불렀었지. 나이가 들어 내가 부족장이 되고 추장이 되면서 그의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을 했었지. 결국 그는 나보다 선각자였어. 그러나 그는 이미 인디안 마을을 떠나 멀리 아이다호 주로 간 후였어. 그리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포카텔로에서 쓸쓸하게 죽었다고 하던군. 아까운 친구였어. 그가 있었기에 너와 같은 순종 인디안이 당당히 의사가 되어 우리 인디안들을 돕는 지성인이 된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제임스! 너의 할아버지 덕분에 너와 같은 의사가 배출된 거야. 인디안들, 결국 싸움이나 하고 마약, 담배, 술이나 하다보니 우리 인디안들은 무위도식이나 하다가 죽는거야. 우린 우리의 옛 전통을 고집했으나 결국 문명과는 동 떨어진 낙후된 민족이 된거야. 결국 우리도 교육을 통해 국력을 길러야 되겠지. 나도 인정해. 그렇지만 꼭 한 가지 지켜야 할 것은 우리가 믿는 와콘다 신을 버릴 수는 없어. 다른 종교, 기독교나 천주교는 안돼! 알겠나? 제임스 와이트도브!“ “...........”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추장, 오레겔의 말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대추장이 나의 할아버지와 막역한 친구였으며 나의 할아버지가 그토록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사셨던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기에 술만 마시고 나태한 나의 아버지를 싫어하며 역설적으로 손자인 나를 그토록 꼼꼼하게 그리고 반듯하게 길러 줬구나라고 감탄을 하게 되었다. “이것 보게, 와이트도브?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내 말을 잘 알아 듣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으니 그만 나가 보거라. 그리고 우리 인디안들을 위해 계속해서 좋은 의사로서 최선을 다 해 주기 바란다. 그것만이 너의 할아버지, 그래, 영웅적인 전사 불랙이글의 명예에 보답하는 손자의 길이니라. 알겠느냐, 제임스!” “예. 대추장님.” “그래, 역시 불랙이글은 좋은 손자를 가졌어...”라고 말하면서 대추장 오레겔은 나더러 가도 좋다고 명령을 하였다. 상상밖의 일이었다. 나는 분명히 대추장으로부터 추상 같은 처벌을 받으리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오히려 내가 모르던 할아버지의 과거까지를 듣게 되었다. 정통 인디안이라고 불러주며 용맹스럽던 전사 할아버지의 명예를 이어 받도록 계속하여 의사의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한 대추장의 말을 되새겨보면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근래에 내가 정통 인디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 못할 비밀로 인해 걱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추장의 입에서 ‘내가 정통 인디안이라고 인정’하는 말을 들었으니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역시 정통 인디안이다. 정통, 수. 인디안이다.’ 나는 큰 시름을 덜어 놓게 되었다. * 뜻밖의 사건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불과 2주 후의 어느날이었다. -다코타의 5월 중순은 생동감이 솟아 나고 있었으며 불랙힐스의 검은 숲은 짙푸른 숲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대 평원의 초원에는 짙은 색깔의 원색의 꽃들이 마치 비단을 깔아 놓은 듯이 아름다웠다. 그 곳에는 보통 사슴들과 큰뿔 사슴들이 여기저기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겨울 내내 얼어붙었던 눈과 얼음이 봄철이 되어 녹아 내리기 시작하니 샤이엔 강과 미쥬리 강의 수위도 높아져 때로는 범람하기도 했다. 뜻밖의 사건이란? - 접촉하면 접촉 할수록 문제를 일으키는 서 약사가 나의 집으로 찾아 와 나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서 약사로 인해 나는 대추장에게까지 불려가 주의를 받은 상황인데 어쩌자고 그가 나를 찾아 온 것인지 참으로 황당하기만 했다. 더더욱 한심한 것은 전하지 말라는 기독교 전도를 계속하는 그의 마음을 혜아리기가 어려웠으며 무모한 짓이라고 충고를 했는데도 그는 그것이 그의 ‘사명’이라고 대답을 했을 때 나는 기가 막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며칠 전에 일어 난 서 약사의 바보같은 행동으로 나는 죽을 번한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은 이러했다. 알고 보니 그는 병원 근처에 있는 어느 인디안의 가정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경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 밖에 나갔던 여학생이 숨을 헐떡이며 성경 공부를 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피하세요! 인디안 전사들이 이곳으로 몰려 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서 약사)을 죽이겠다고 합니다.” “나를 죽이겠다고?” 서 약사는 밖에 세워둔 차를 타고 인디안 전사들을 피하고자 무작정 달려온 곳이 하필이면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이었는데 나는 몹시 놀라기도 했지만 난처하였다. “아니, 서 약사? 왜 여길 찾아 오는 거요! 나도 난처합니다.” 나는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두 명의 건장한 젊은 인디안 전사들이 나를 보자고 하며 씩씩거리고 있었는데 몹시 화가 난 표정이었다. “닥터.와이트도브? 당신 방에 숨어 있는 서 약사라는 침입자를 밖으로 내 보내 주시오. 저 자는 우리 인디안들을 멸망시키려는 백인들의 앞잡이입니다. 선생님도 아시죠? 대추장, 오레겔의 명령을......” “알고 있소. 알고 있어.” “그러면 우리는 저 자를 잡아 갑니다. 그럼...” 그들은 나의 진료실 문을 열고 서 약사를 잡아 가려고 했다. “잠깐! 무례하군.” “예?” “이것 보게. 모든 것을 꼭 폭력으로 해야 하나? 연방법, 다코타주법, 그리고 인디안 보호구역법등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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