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파트 4

2012.01.24 12:55

연규호 조회 수:581 추천:24

11. 숨겨진 비밀을 알고 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세 사람은 외로움에서 벗어나 사랑이라는 용광로 속으로 함께 녹여진 철광석과 같았다. 용광로란? 붉은 불길이 솟구치며 온도가 100도, 500도, 1000도 이상으로 올라가 그곳에 무엇을 집어 넣던 붉은 물로 변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용광로라고 한다. 인간 용광로에 한스, 수지 그리고 매기는 하나의 쇳물이 되었다는 말이다. “한스 그리고 매기! 나는 너희들에게 들려 줄 나의 비밀이 있어. 나의 비밀을 듣고 나면 너희들은 나를 너와 똑같은 그런 사람으로 이해하리라. 마치 용광로에 같이 녹아 하나의 쇳물이 되듯이...” “이모?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게요? 우리는 이모를 멀리 저 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라고 생각하며 흠모하였는데...무슨 비밀을 말하려는 게요? 이모?” “뭐라고? 저 밤 하늘의 별이라고? 아냐, 아냐, 나도 너희들과 똑 같은 미천한 존재였어. 미천한....” “미천한?” “그래, 미천했던 나의 비밀을 너희에게 들려주마! 그러면 너희들은 나를 더 잘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 수지가 말하는 그 비천한 비밀이란 그녀가 어떻게 되어 세상에 태어 낫는가 라는 ‘출생의 비밀’이었다. 그녀가 그녀의 비천했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강석호 오빠가 이곳 신시내티로 왔을 때 그를 통해 들은 것이었으니 불과 5 년전이었다. -(수지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지도 어느듯 21년, 그러고 보니 수지의 나이가 30이 되었을 때였다. 남편, 아리스테가 죽은 후 어렵사리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겨우겨우 과목을 이수하는 가 했는데 어느듯 졸업을하여 의사가 되었다. 거기에다 행운이 겹쳐 데이톤에 있는 굿 사마리탄 병원에서 인턴과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나이 30이 되었으니, 수지의 양부모, 포스터씨나 아리스테의 부모들도 한결같이 이젠 재혼을 하여 새로운 인생길을 찾으라고 권유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 무렵이었다. 1986년 8월이었다. -오빠, 강석호가 수지를 만나 청혼을 하려고 태평양을 넘어 신시내티에 왔다고 하였다. (“수지? 오빠가 너를 보러 여기 신시내티에 왔어.” “예? 오빠가? 신시내티로?” “수지 너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싶어서.” “나와 결혼을 하겠다고?” 수지는 놀랐다. 사실, 이보다 몇 년전 석호 오빠를 만난 것이 남편 아리스테를 자살로 이끌어 준 원인이었으나 이젠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수지는 혼자 사는 미망인이었으며 강석호는 당당한 외과전문의사이며 미혼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석호 의사는 당당한 외과 전문의사로서 평택과 안성 주민들을 위해 경기도 도립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 휴가를 내어 이곳 미국으로 수지를 만나러 왔다고 하였다. 강석호 의사는 외과 전문과정을 마친 후,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되는 길을 버리고 시골에 있는 도립병원에서 진료를 하였는데 그것은 어렸을 때 살았던 고향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더욱이 많은 선배들이 부잣집 딸, 권력층의 딸, 교수의 딸을 소개하였건만 그는 맞선 보기를 거부하였으며 연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였다. 노적가리 속에서 손가락을 걸며 약속하였던 김수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고 하였는데 정작 그녀는 멀리 미국으로 이민 갔으니 남들이 볼 때, 강석호란 사나이는 분명, 바보같은 존재였다. 놀라운 사실은 강석호 자신으로 인해 수지의 남편 아리스테가 자살하여 죽었으며 그가 죽은 후, 수지는 어렵사리 의과대학에 입학하였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5 년후, 강석호는 수지가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음을 알게 되었으며 이젠 당당하게 그녀를 찾아가 청혼을 하리라고 결심을 하였기에 그는 데이톤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이번에는 수지를 만나 청혼을 하리라!” 11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로스앤젤스에 도착한 후 다시 비행기를 갈아 타고 신시내티에 도착한 후 데이톤 다운 타운에 있는 스톡스(Stox)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몇 십년의 세월이 흘렀음을 실감하였다. “아- 내가 여기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톤시에 수지를 찾아 왔구나. 수지를...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수지와 결혼을 하리라.....”) * 다운타운에 있는 스톡스 호텔에서 만난 수지와 강석호는 마침내 감격하여 울고 말았으며 결혼을 생각하게 되니 마음이 들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먼 옛날의 꿈을 꾸고 있는 듯 하였다. -1961년, 불과 9살의 코 흘리게 소녀 수지가 미국으로 울면서 입양되어 간지 21년, 길고도 먼 세월이었다. 백인 아버지, 켄터키주에 사는 백인 장교 출신의 부자라고 하였을 때 석호는 부디 잘살아 주기를 기원하였으며 언젠가 찾아가 결혼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었다. 그리고 그는 서울로 올라가 고등학교, 그리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거쳐 세브란스 병원에서 외과 전문의사가 되는 동안 강석호도 많은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예쁜 아기씨라도 있니? 나도 손자를 봐야지....” 어머니는 가끔 석호를 은근히 압박하였다. “예쁜 아가씨? 어머니? 나는 수자만을 생각하고 살았어요.” “수자? 수자는 안돼! 미국으로 입양되어 간 혼혈아이니까...” “혼혈아는 안되나요?” “안될 이유는 없지만, 이왕이면...그런데 안될 이유가 있어.” 어머니는 작은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안될 이유라고요? 그게 뭔데요?” “아- 아냐!” “어머니? 아니라니요? 그 이유가 뭔지 들어 보고 싶군요.” “그 이유를 알면 수자를 단념하겠느냐? 석호야, 알겠니?” “단념하다니요? 수지를 죽을 때까지라도 기다리렵니다. ” “죽을 때까지라도? 그건 안돼! 석호야!” * -마침내, 어머니는 아들 석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하여 수지의 출생 비밀을 들려주었다.- 놀.라.운 비.밀.이.었.다. 놀.라.운.비.밀. “예? 어머니? 수자가 그렇게 불쌍하게 태어났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내가 수자를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수자하고 결혼을 하여야 하겠습니다. 수자의 비밀을 알면 누가 수자하고 결혼을 하겠습니까? 나 밖에는 없습니다. 어머니!” “아니! 석호야! 그건 안돼! ” 어머니는 현기증을 느끼면서 방바닥에 쓸어 졌다. “어머니? 어머니? 눈을 뜨세요!” 잠시 후 어머니는 부시시 일어섰다. 그리고 어머니는 또 다시 말하였다. “석호야? 수자는 안된다. 안돼! 수자는 미국에서 미국사람으로 살아야 하느니라.” 그날 밤 석호는 수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럴수록 그녀와 결혼을 하여 불행했던 그녀를 위로하며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 나는 그녀와 노적가리에서 맺은 약속을 평생동안 지키리라...”라고 결심을 하였다. 이 비밀을 들은 후 5 년동안 석호는 아주 열심히 노력을 하여 외과 전문의사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결혼중매를 받았다. “아냐! 나는 수자만을 생각하고 있어. 가자! 수자를 만나러...가서 청혼을 하자! 수자의 비밀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어. 수자의 비밀은 아무 것도 아니다!” 마침내 석호는 미국, 신시내티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가자! 수자를 만나러. 가서 수자와 결혼을 하리라!” * 이런 길고 험한 경로를 겪고서, 수자와 강석호는 이곳, 데이톤에 있는 스톡스 호텔에서 만나게 되었다. “수자! 나는 너를 지금까지 잊지 않고 살아왔어. 나는 너만을 사랑하였어. 자, 이제 나와 결혼 해 줘!”마침내, 강석호는 33년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자에게 청혼을 하고 말았다. “............” 수자는 대답을 못하고 우물우물하고 있었다. 막상 청혼을 받고 보니 강석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수자 자신은 석호 오빠를 배반하고 아리스테와 결혼을 하였으나 석호 오빠는 수많은 청혼을 물리치고 결혼도 않고 수자를 기다려 왔다니....감격스러웠으나 너무나 미안하였다. 아니 염치가 없다고 생각을 하였다. 어찌보면, 남의 갈 길을 막고 방해하는 것 같았다. “수자? 나와 결혼을 하는거지? 나는 너만을 기다리며 살았어.” “...........” “자, 수지? 여기, 너를 위해 오빠가 작은 반지와 목걸이, 그리고 팬단트를 준비하였어. 받아줘...” 강석호는 머뭇거리는 수자의 손을 잡아당겨 작은 반지를 가운데 손에 끼워 주었으며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었다. “사랑해!” 강석호는 마침내, 수자를 크게 포옹하였으나 수자는 몸을 움추리고 말을 하지 못하였다. “허락하는 거지? 수자!” “예.” 수자는 허락한다는 듯이 그의 품에 안기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난 21년동안 꿈꾸어 보았던 사랑을 나누어 보았다. 그날 밤은 별로 말은 없는 밤이었으나 포도주 향기가 감미로웠으며 석호의 가슴이 마치 넓은 바다와 같았다고 수지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비로서 부부가 되어 함께 한 이불 속에서 잠들었다. * 이른 새벽이 되었다. 수지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밤새 생각을 해 보았다. 옆에서 깊이 잠자고 있는 석호 오빠의 청혼을 받아 들였지만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다. “석호 오빠는 이제 당당한 외과 전문의사가 되었으며 앞길이 창창한데 어떻게 내가 그와 결혼을 한담...더구나 나의 신분도 분명치 않은데...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 났는지도 모르는데....어떻게 태어난 존재인데.....” 수자는 그녀의 출생의 비밀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였다. “나는 양키, 튀기, 아이노코, 그리고 혼혈인데...감히 내가 어떻게 오빠와 결혼을 한담...더구나 한번 결혼도하였었는데....” 밤새 고민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 출생의 비밀을 해결하여야만 할 것 같았다. 아침해가 뜰 때까지 그녀는 잠도 않자고 이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석호가 눈을 떳을 때, 수자는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창 밖을 내어다 보고 있었다. “수지? 굿 모닝!”석호는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 수지는 듣지를 못하였는지 아직도 밖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돌히 하는거야? 수지.” “아-아! ”수지는 아 소리만 냈을 뿐 그 후 더 다른 말이었었다. 석호는 살며시 닥아가 수지를 살며시 포옹하였다. 따슷하였으며 평안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은 불안하기만 하였다. “오빠? 나 오빠를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오빠의 사랑을 받을 만큼 똑똑하지도 않으며 나의 출생이 너무나 궁굼합니다. 아니, 알고 싶습니다. 오빠, 나의 출생의 비밀을 알려 준다면...나 오빠의 청혼을 진정으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뭐라고 출생의 비밀을? 비밀이 무엇인데?” “오빠는 알고 있어. 분명히... 오빠? 오빠가 알려 준다면, 나, 청혼을 받아 주겠어.” “받아 주겠다고, 수지?” “그래. 오빠.” “그런 것은 없어! 수지 너는 아주 당당하게 태어난 귀한 존재일 뿐....” “아냐! 오빠, 나는 알고 싶어. 그래야만 내가 오빠로부터 자유로워 질 것 같애..” “진정 자유로워질 것 같아, 수지?” “그래, 오빠- 제발-” 순간 강석호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미 청혼을 받아 주었으며 긴 밤을 같이 지냈으니 이젠 알려 주어도 괜찮으며 오히려 그 비밀을 알고 나면 더 마음이 후련하리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비밀로 지키고 있었던 수지의 비밀을 입 밖으로 내 밷어야 할 것 같았다. “수지? 나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몇 년 전, 내가 어머니에게 수지, 너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어머니가 나에게 일러주었어.” “예? 오빠의 어머니가 오빠에게 일러주었다고? 왜?” “너와 결혼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알려 주었던거야. 그러나.....” “오빠, 어머니가 나와 결혼하지 말라고?” “아냐! 수자 그게 아니고...나, 그런거 상관하지 않아. 단지 너만을 사랑할 뿐...” “오빠, 알려 주세요. 나, 오빠의 청혼을 받아 드렸으니, 어서...어서요. 나도 알아야 해요. 나의 아버지는 백인 장교도 아니고...켄터키의 부자도 아니라는 것은..그러나 더 이상은 몰라, 오빠.” “수자! 그래, 너의 아버지는 백인 장교도, 켄터키의 부자도 아니었어. 그러나 수지 너는 궂건하며 생활력이 강한 여자야. 그러기에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너와 결혼했어 이렇게. 허락해 줘서 고마워.” “어서 말해줘. 오빠. 나같은 미천한 사람을 사랑해 주다니, 오빠, 고마워. 나 죽을 때까지...” * 수지 디메트리우스의 출생 비밀이란? 석호는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수지(김수자)의 출생의 비밀을 수지에게 들려주기 시작하였다. -백인과 한국 여성과의 혼혈, 김수자의 출생 비밀은 이러했다.- 1945년, 8월 15일...... 2차 대전이 종료되면서 한국은 드디어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분단이 되면서 남쪽에는 대한민국이 수립되었으며 북쪽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되어 혼란을 거듭하다가 1950년 6월25일, 쏘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군은 노도같이 남쪽으로 탱크를 몰고 침범하여 ‘한국전쟁(6.25)’을 유발하였다. 서울은 물론 안성군 공도면도 공산군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공산군의 침략으로 불쌍한 농민들은 그들의 밥이 되었고 애꿎은 부녀자들과 처녀들은 총칼에 의해 그들의 성적 노예가 되어야했다. 밤이 되면 총을 든 공산군들이 갑자기 집으로 들어 닥쳐 처녀나 부녀자들을 찾아 내어 헛간에서 때로는 가족들이 버젖이 보는 앞에서 강간을 하였다. 같은 동족이 짐승같은 짖을 하다니... 문제는 안성군 공도면 석호네 집에서도 이런 비극이 있었으나 쉬쉬하고 살았는데 석호의 어머니도 이런 끔직한 일을 당할 번 하였었다. 그러다가 9월28일 수복이 되면서 유엔군이 들어와 악독한 공산군을 몰아 내어 주었기에 “유엔군은 우리들을 위험에서 구출하여 준 은인이요 해방군이다”라고 안심을 하였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전쟁이란 남자들에게는 한결같이 짐승같은 짖을 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였다. 조선시대, 청나라에 정복당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청나라에 끌려가 강간을 당하였던 조선 처녀들의 일부가 구사일생으로 조국, 조선으로 되돌아 왔을 때, 조선 민중들은 그들 여성들을 환영하기는커녕 ‘화냥년(還鄕년)’이라고 부르며 오히려 침을 뱉었다고 했다. 석호의 친척 아주머니는 이북 공산군에 의해 시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2-3명에 의해 윤간을 당하였는데, 그 아주머니는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가족들 몰래 헛간에 가서 목을 매어 자살을 하여 죽었다고 한다. 마치 옛날 조선시대에 볼 수 있었던 그런 비참한 얘기가 1950년대의 한국에서도 있었다는 말이다. 1951년 3월 말이었다. 1.4후퇴로 잠시 피난을 갔던 석호네도 안성군 공도면으로 다시 돌아 왔다. 말이 3월이지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하였다. 근자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유엔군들도 밤이 되면 총을 들고 시골에 와서 ‘색씨’를 찾는다고 하니 조심하라는 소문들이 떠 돌았다. 얼굴이 흰 미군이 잇는가 하면 얼굴이 몹시 검은 흑인도 있다고 하였다. “아.니.미.군.이? 설.마!” 순진한 시골 사람들은 처음에는 믿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여기저기에서 이런 소문이 들리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불길하였다. * 석호네 뒷집에 사는 이모(姨母)가 있었다. 말이 이모지 사실은 아무런 친척 관계도 아닌 단지 앞 뒷집에 살았기에 이모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었다. 19살의 젊은 처녀로 얼굴이 그런대로 반반하였으며 키도 꽤 커, 시골 처녀 답지 않게 유방도 제법 불룩 튀어 나왔으며 피부도 고운 물 오른 처녀였다. 안성에서 여고를 졸업한 후 집에서 아버지 농사를 도와 주었지만 기회만 되면 안성이나 평택으로 나가 좋은 직장을 구하려고 하였다. 갑작스러운 유엔군들의 ‘밤거리 처녀 사냥’을 피하기 위하여 이모의 아버지는 부랴부랴 집 천장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마들어 놓았는가 하면 집 뒷 편에는 방공호도 파 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루밑에도 구덩이를 파 놓아 사람하나가 숨어 있을 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처녀와 부녀자들은 밤 12시까지 이곳에 숨어 있다가 이젠 괜찮다고 생각되는 밤 늦은 시간에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자고는 아침 새벽에 일어나 숨어야 하는 처참한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늦은 저녁, 말로만 듣던 유엔군 졸병들이 총을 들고 이곳 공도면에 들어 닥쳤다. 얼굴이 검은 흑인과 흰색의 백인 졸병들이 이글거리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들어 닥쳤다. “색씨! 색씨!” 그들은 색씨를 내 놓으라고 총으로 위협을 하였는데 마침 이들은 이모가 사는 집으로 쳐들어 왔다. 마침 젊은 이모가 그곳에 있다가 욕정이 이글거리는 유엔군 병사들에게 잡히게 되었으며 강제로 깔아 놓은 이부자리위로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능글 거리는 욕정의 웃음을 띤 병사가 이모를 덮치려고 하자 이모의 아버지는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안돼! 이놈들! 너희들이 사람이냐? 짐승같은 놈들! 썩 물러 거거라!” “갓댐!” 하는 소리를 지르며 얼굴이 흰 미군 병사가 달려드는 이모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머리를 총대로 내리쳤다. “악!” 소리를 지르며 이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의 동시에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들 유엔군 병사들은 기절하여 쓸어진 석호의 이모를 동물처럼, 그것도 4명이 번갈아 가며 겁탈을 하고 말았다. 이모의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남편의 머리에는 온통 피투성이었다. 총대로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파열되었는지 선지피가 온통 머리와 얼굴에 뒤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뿐인가 남편의 눈동자는 이미 크게 확장되어 있었으며 숨도 쉬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그뿐인가 딸(석호의 이모)은 아래 옷이 갈기 갈기 찢겨저 있었으며 정신을 잃고 신음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여보! 여보!” 이모의 어머니는 소리를 쳐서 불러 보았으나 남편은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얼마 후 앞집에 사는 석호의 어머니가 달려 왔다. 끔찍하고 비참한 살인과 강간의 현장이었다. 온통 피 비릿내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이틀 후 동네 사람들은 허겁지겁 죽은 김씨 영감님을 안성에 있는 선산에 매장하여 주었다. 김씨의 부인(석호 이모)은 갑작스레 발생한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을 못 차리고 몸져 누었으며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김씨 부인은 정신이 돌아 버렸는지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 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나도 차라리 목을 매어 죽어야지. 그리고 너 옥희야(석호의 이모)! 너도 나하고 같이 목매 죽자!”라고 중얼거리고 있으니 부득이 친정인 장호원으로 보내졌다. 동네 사람들은 김 영감네가 천벌을 받던지 아니면 날벼락을 받았다고 단정을 하였다. 엎친데 곂친 격으로 석호 이모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 덜컹 임신이 되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느 병사의 아이를 배었는지도 모르는 처지였다. 분명, 두 명의 흑인 병사와 두 명의 백인 병사가 윤간을 하였으니 그 넷 중의 하나일거라고 사람들은 수근 거렸다. 설령 누군지를 안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4개월이 지나고 보니 김옥희의 배는 점점 불러오기 시작하였으며 토하기도 하였다. 해를 넘겨 1952년 1월, 추운 날, 석호의 이모라고 불리우는 김옥녀는 진통을 하더니 애를 낳았다. 아뿔싸! 백인과의 혼혈인 계집아이였다. 흰 얼굴에 파란 눈을 가진 아이는 한국 사람보다는 백인쪽에 더 가까워보였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서양의 요귀(妖鬼)같아 보였다. 아이를 낳은 미모, 김옥녀씨도 정신적으로 당황하였으며 불안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해 모성애도 없는지 아이를 팽개치고 밖으로 나돌아 다녔다. 결국, 마음이 약한 석호의 어머니, 강씨 아주머니가 김옥녀의 아이를 수시로 돌보아 주었기에 목숨을 이어 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김수자(金秀子)라고 지었다. 동네 사람들은 수근 거렸다. “글세, 지난번에 미국 놈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아기를 낳았어. 제 애비는 미군에게 맞아 죽고 제 에미는 정신이 돌아 버리고...어허, 미국놈 사위가 제 장인을 때려 주인거지..허허! 이게 무슨 놈의 운명이란 말인가?” 동네 사람들은 수자와 어머니, 김옥희를 볼 때마다 마치 못 볼 것을 보듯이 피하였다. 불쌍하게도 수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못 받았으나 뜻밖에도 강씨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으니, 수자와 석호는 오빠 동생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자의 어머니 김옥희는 짙은 화장을 하고는 평택, 서정리 그리고 오산등지에 있는 미군부대와 인근 빠에서 술이나 마시며 미군들과 연애를 하는 것이 취미였으며 일과였다. 그러기에 석호의 어머니, 강씨는 김옥희를 볼 때마다 꾸짖었다. “옥희야? 정신 차리거라. 네 새끼는 어쩌자고 그러느냐?” “그건, 억지라고요! 나는 강간을 당했던거요. 그리고 그놈들은 나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들이란 말이요. 그러니 이 애는 내 아기가 아니란 말이요. 살인자의 새끼란 말이요!” “그래도 네가 나았잖아! 그러나 저러나, 어디를 갔다 오는거여! 설마 너, 양갈보 짖 하러 다니는 것 아니지?” “양갈보? 그래요, 양갈보. 나, 돈도 벌고 복수도 하려구요! 나, 언니처럼 시골에서 농사나 짖고 부엌일이나 하라구요? 나, 못해요!” 수자의 어머니, 김옥희는 큰 소리로 외쳤다.- * “맙소사!---- 맙소사! 석호 오빠! 그만 그만해요! 어머니가 강간을 당하여 나를 나았다구? 어머니가 양갈보였다구? 데이톤에 온 한국 아주머니들처럼, 양색씨 출신이라구? 어머니가 매춘을...매춘을...“ “수지? 자,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 지난간 일이었어.” “잊어 버리라구요? 아, 부끄러워. 결국 나는 미군 장교의 딸도 아니고, 켄터키에 사는 부자의 딸도 아닌, 비렁이 같은 미군 졸병의 딸이었어. 살인자들의 딸이었어...살인자였어!”수지는 절망적이었는지 몸을 떨고 있었다. “수지! 아냐, 아냐. 너는 나의 동생이었어. 나의 동생...” “석호 오빠! 이제, 나는 어떻게 한담!” 수지는 석호의 가슴에 쓸어지고 말았다. * 석호는 순간 몹시 후회를 하였다. 끝가지 비밀을 숨기고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반면, 수지는 그래도 실낮 같은 희망과 기대를 갖고 살아 왔었는데 그녀의 희망은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 수지가 실낮같이 기대하고 있었던 그 장미 빛 같았던 비밀은 다음과 같았었다. (“언젠가는 나의 출생에 대한 비밀이 밝혀 지리라, 그래, 내 어머니의 비밀에는 아름답고 서글픈 사랑이 있었으리라. 마치, 신시내티 인근에 있는 킹즈 아이랜드(King's Island)에서 보았던 동화속의 얘기처럼..나의 어머니가 멋진 백인의 미군 장교를 만나 사랑을 하다가 나를 임신하고, 그 백인 장교와 결혼을 하려고 했건만, 봉건적인 한국의 부모와 이질적인 미국 부모들의 반대로 결혼을 못하고... 후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 후 각각 미국으로 혜어진 로맨틱한 사랑의 얘기였으리라고 기대하고 살아 왔었다.”) * 그러나, 오늘 석호 오빠로부터 들은 수지의 비밀은 정반대의 아주 수치스러운 얘기였다. 오히려 데이톤에 사는 양색씨 출신의 아주머니들보다도 더 못한 수치스럽고 비참한 과거였다. 수지의 마음은 참담하였다. 그뿐인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내색도 없이 수지를 사랑하며 결혼을 하려고 한 석호 오빠가 원망스러웠으며 부담스러웠다. 석호 오빠, 그는 비천한 수지의 과거를 알면서도 수지를 마치 마녀의 성에 같혀 있는 신델레라 공주처럼 받들어 주며 지금까지 지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석호 오빠의 앞에선 수지는 미천한 존재로 보였다. (“아! 나는 석호 오빠 앞에 감히 설 수도 없는 미천한 존재였어. 그것도 모르고 석호 오빠에게 공주처럼 위세를 부리며 살아 왔다니...뿐만 아니라, 나는 석호 오빠의 앞 길을 가로 막고 서 있는 큰 장애 물이 었구나...그리고 나는 허영심에 찬 보잘 것 없는 여자였어.”) 수지는 마침내 석호 오빠의 무릎에 쓰러져 울고 말았다. 석호는 수지를 포옹하며 말했다. “수지야? 잊어버리라고 했지? 다, 지나간 과거였다구. 우리에게는 이젠 희망찬 미래가 있을 뿐이야.” “...........” “수지! 어제 저녁, 우리는 이미 부부의 인연을 맺었어. 그리고 부부가 되었어.” “석호 오빠? 잘 들으세요. 나는 미천한 여자였어. 그리고 오빠의 앞길을 망친 여자였어. 더구나 오빠의 어머니는 나를 딸처럼 길러 주었어, 석호 오빠? 나는 오빠와 결혼을 하기에는 너무나 미천합니다. 그저 불쌍한 누이동생이라고....코흘리개 누이 동생이라구...우리는 오누이로 사랑할 뿐 결혼은 못해...그리고 오빠, 나를 잊어주세요. 부디..” “수지? 무슨 말을 하는거여. 무슨 말을...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너를 기다려 왔어,. 결혼하기로....” “석호 오빠? 나를 잊어주세요. 나는 오빠의 아내가 될 수가 없어. 결혼을 할 수가 없어.” 수지는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수지, 사랑해. 사랑해.” 석호는 사랑한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너무나 뜻밖의 일이었다. -21년만에 만나, 결혼을 하기로 약조하고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희망찬 앞날을 게획하고 있었는데, 수지에게 들려준 출생의 비밀로 인해 수지는 결혼을 단념하고 말다니... “석호 오빠? 나를 잊으세요. 그리고 이곳에서 떠나세요. 부디 좋은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세요. 이 수지는 잊으시고요.” “수지? 안돼! 나는 너와 결혼을 하여야 해. 수지. 나는 너를 사랑해.” “오빠! 난, 산부인과 전문의사가 되어 데이톤에 사는 불쌍한 여성들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수지? 나와 결혼을 하는거야! 나와.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거야.” “석호 오빠? 난, 나의 모든 것을 오빠에게 주었어. 그리고 오빠는 나의 모든 것을 다 가졌어. 이제 남은 것은 고이 간직하고 보존하는 것 뿐이야. 그러니 오빠, 이젠 미국에 더 오지 않아도 돼.” “오지 말라고? 내가 너를 기다린지가 얼마인데...” “그래도 오지마!” “아냐, 나는 너를 기다릴 뿐이야. 그러니 또 다시 찾아 올거야. 수지.” 강석호는 수지를 크게 허깅하며 눈믈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둘은 혜어졌다. * 결국 하룻밤을 같이 하였을 뿐 그들의 결혼은 물거품이 되었다. 결혼을 포기하고 강석호와 혜어진 후 수지는 이를 악물고 산부인과 전문의사 과정을 수련하기 시작하였다. 반대로 한국으로 돌아간 강석호는 사랑하는 수지에게 여러차례 편지를 보냈으며 전화를 하여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였으나 수지의 대답은 한결같이 ‘결혼을 못 하겠다’라는 대답이었다. “석호 오빠, 나는 천한 여자였어. 그리고 오빠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어어. 나는 이제 산부인과 전문의사가 되어 오빠를 도와 주겠소. 그러니 이젠 전화도 편지도 하지 마소.” 마침내 석호도 더 이상 결혼을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그의 머리속에는 ‘데.이.톤.의 한. 호.텔’에서 지냈던 하루저녁의 사랑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수지를 가슴에 품었던 저녁의 추억이었다.’ “수지, 사랑해. 산부인과 의사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어. 4년? 5년? 아니. 평생이라도....” 강석호는 마음에 다짐을 하였다. * 이상의 얘기는 수지가 한스와 매기에게 들려준 수지가 아는 비밀의 얘기였다.- -듣고 있던 한스와 매기도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세상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당당한 산부인과 의사인 수지에게 이렇게 슬프고 비참하였던 과거와 실연이 있었다니, 한스와 매기는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수지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깨끗이 씻어 버리게 되었으며 수지를 오히려 위로하고 싶었다. “수지 의사와 강석호 의사의 순애보와 같은 사랑....무엇보다도 강석호라는 남자의 순수한 사랑이 덧 보이는 구나. 어린 시절부터 불쌍한 수지를 보호해 주며 지켜 주었던 강석호라는 남자!” 매기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 한스는 외로운 사람이었구나. 내가 잘 못하였어. 내가 그를 도와주었어야 했는데...마치 강석호 오빠처럼...” 매기는 한스를 포옹하면서 말하였다. “한스, 사랑해. 그리고 당신은 유명한 야구 선수가 되어야 해. 여기 이토록 참담하였던 과거를 이기고 산부인과 전문의사가 된 수지 이모처럼...그리고 이모를 위해서...” “매기? 나를 사랑한다구? ” “그래, 사랑해.” “고맙다. 매기...야구 선수가 되겠어. 반드시...” 한스는 힘껒 매기를 포옹하였다. * “수지 이모? 아직도 강석호 의사는 이모를 사랑하고 있겠죠.” 한스는 포옹을 풀면서 옆에 있는 수지 이모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아직도.” “그렇다면 어느새, 10년, 아니 13년이 지났군요. 13년이...” “그래.”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젠 결혼을 하면 안될까요?”“ “..........” “결혼을 하세요! 수지 의사님!” 매기도 곁에서 거드렀다. “결혼을 하라구, 매기?” “예.” “그렇다면 매기와 한스가 결혼을 하고 난 후에나....” “예? 우리가 결혼을 하고 난 후에나? 그렇다면 이모? 우리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뜻이군요?” “그래.” 수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매기를 포옹하였다. “사랑해요, 수지 이모!” 매기는 행복하여 울고 있었다. 12. 마침내 프로 야구 선수가 되다. 수지와 매기의 충고를 들은 한스는 마침내 마음을 다시 정리하고 야구 연습에 분발하기 시작하였다. 술과 담배도 완전히 끊고 매일같이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한스는 새로운 사람으로 완전히 변하고 말았다. *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의 마지막, 4 학년이 되면서 야구부에서의 활약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하이오의 3월은 아직도 춥고 음산하였지만 그래도 봄은 시작되고 있었다. 마침내 4월 3일이 되면서 프로 야구팀은 봄 시즌을 시작하였으며 대학야구도 덩달아 활기를 띄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후보 선수로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하는 한스는 불평 없이 그에게 찾아 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쉽사리 이길 것이라고 낙관하였던 톨레도 대학팀이 었는데 상상외로 게임이 풀리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톨레도 대학의 신입생 투수가 상상외로 빠른 공을 던지고 있었으며 볼 콘트롤도 아주 훌륭하였기에 삼자 범퇴를 하고 있었다. 7회 초까지 오하이오 주립대학은 3:0으로 톨레도 대학에 뒤지고 있었으며 선수들도 사기를 잃고 허둥대고 있었다. 참다 못한 고치는 마침내 벤치에서 구경만하고 있는 한스를 불렀다. “나가서 치라, 한스!” “예? 나더러?” “그래, 이 멍청아!” 한스는 방맹이를 들고 타석으로 나갔는데 한스를 괴롭히던 백인 중견수를 대신하여 타석에 나온 셈이었다. 정치인의 아들인 그 백인 중견수로 인해 한스는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 백인 선수는 방맹이를 들고 나가는 한스를 향해 침을 “팩” 뱉아 버렸다. 마침 일루와 이루에 주자가 있었으며 원 아웃의 상황이었기에 한스에게는 큰 부담을 주고 있었다. 과연 투수의 강 속구는 위력이 대단하였으며 커브볼도 콘트롤이 좋아 낙차가 커 결국 2스트라익, 1볼이 된 셈이었다. 투수는 마음 놓고 속임수의 볼을 던졌으나 한스는 속지 않았다. 결국 2 스트라익, 2볼이 되었으며 역시 투수는 회심의 웃음을 웃으며 한스의 몸 가까이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한스는 기회를 잡았다. 밖으로 내 밀 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은 정통으로 맞았는지 “딱”소리를 내며 좌익수를 넘어 펜스에 맞고 떨어지는 2루타가 되었다. “와- 와- ” 소리를 내며 일루 그리고 이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니 3:2가 되었으며 한스는 2루에 우뚝 멈춰 섰다. 코치는 한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잘했어!”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대학 신참인 톨레도 투수는 연속하여 안타를 맞고 보니 갑자기 얼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타자에게는 폭투를 하였기에 한스는 3루로 달려 갔으며 타자는 일루로 진출하였다. 톨레도 코치는 당황하여 투수를 교체하고 말았으며 연이어 오하이오 주립대학은 안타를 치고 보니 게임은 5:3으로 승리를 하게 되었다. 힘겨운 승리였으나 한스의 안타가 승리의 견인차가 되었기에 오늘의 영웅은 바로 한스였다. 이날의 승리로 인해 한스는 중견수로서 기용 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백인중견수의 반발 또한 대단하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 언제부터인지 한스는 데이톤에 살았던 강타자 조지. 포스터의 이층집을 바라다 보며 결심을 하곤 하였다. “나도, 조지 포스터 처럼! 그래, 그가 보유하였던 성적! 타율 3할 2분 1리. 타점, 147. 홈런 52개에 도전하자!(1977년 조지 포스터의 기록)” 그리고 그는 조지 포스터의 집을 바라다 보았다. * 1995년도 가을 대학 야구를 총 결산하는 결승전은 역시, 오하이오(콜럼브스)주립 대학과 클리브랜드 대학과의 혈투였다. (클리브랜드 인디안즈 구장에서 벌어진 경기는 초반부터 투수전이었기에 8회가 되었는데도 점수가 나지를 않았다. 8회 초, 한스는 방맹이를 들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오늘 따라 인디안즈 구장에 와서 한스를 바라다 보고 있을 수지 이모와 연인 매기가 눈에 삼삼하였다. “매기와 이모를 위해 젖 먹은 힘을 다해 방맹이를 휘두르자!” 그리고 그는 클리브랜드 대학 투수를 뚫어지게 바라다보았다. 몇 차례, 공이 날라 오곤 하였다. 마침내 5번째, 볼이 한스를 향해 날아 오고 있었는데 오늘 따라 그 공이 마치 큰 볼로 보였다. 한스는 방맹이를 마음껒 휘둘렀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우익수 쪽으로 날라 가더니 펜스를 훌쩍 넘었다. ‘홈런! 홈런!’ 장내 아나운서가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와! 와!” 오하이오 대학 응원단석에서 큰 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결국 오하이오대학은 1:0으로 클리브랜드 대학팀을 이겼으며 1995년도 우승팀이 되었다. ) * 1996년 봄 시즌에도 역시 오하이오 대학은 한스 던발의 활약에 의해 춘계리그에서도 우승을 하였다. 그리고 5월 20일 한스는 오하이오 대학을 졸업하였다. 졸업과 동시에 그는 피츠버그 파이레츠(Pittsburgh Pirates) 팀에 의해 프로 야구 선수로 선발되었다. (주: 피츠버그 파이레이츠는 내쇼날 리그 동부 팀) 마침내 한스는 어려서부터 꿈꾸었던 미국 프로야구 선수가 되었다. 한스의 이모, 수지와 연인 매기는 기뻐서 울었다. 그리고 그들은 데이톤에 있는 공동묘지로 찾아가 죽은 어머니, 김정희씨의 무덤에 꽃다발을 갖다 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눈물을 흘리며 김정희씨를 추모하며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드디어 해 냈습니다. 프로 야구 선수가 되었습니다.” * 1996년 5월 22일, 피츠버그 신문에 난 한스 던발에 대한 기사를 소개한다. 신문 기사: (피츠버그 파이레츠는 오하이오 (콜럼브스) 주립대학의 중견수 한스 던발을 제일 라운드에서 선택하였는데 그는 타력과 수비에서 발군의 실력을 잦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4년전-- 그의 어머니가 임종을 하는 그 순간에 신시내티 레즈 구장에서 어머니를 위해 승리의 2 루타를 날렸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오하이오 대학의 승리를 위해 마지막 홈런을 날렸다. 그의 타율은 항상 3할이 넘었으며 홈런도 제일 많이 날린 거포(巨砲,Slugger) 선수이다. 그는 우선 피츠버그 제 2군(2群, Minor)에서 루키(일년차) 훈련을 거친 후 성적이 좋으면 1군(Major)에서 뛰게 된다. 한국계 어머니와 흑인 병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미국에 와서 인종 차별과 금전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프로 야구 선수로 피츠버그에 입단을 하는 영광을 가졌으니 피츠버그 구단의 행운이라고 하여야겠다. 피츠버그 데일리 뉴스) * 한스는 어느날 혼자 데이톤 공동묘지를 찾아 어머니의 묘 앞에 무릎을 끓었다. (김정희, Jennifer Dunbar)의 묘라고 쓰여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마침내 프로 야구 선수가 되었습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어머니, 이모가 지금까지 나를 밀어 주었습니다. 어머니 대신....” 순간---멀리서 들려 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스! 고맙다. 나의 꿈을 이루어 주다니...한스, 이젠 나도 눈을 감고 조용히 잠을 자련다.’ “어머니! 어머니!” 한스는 소리가 들려 오는 쪽을 향하여 소리쳤다. * 한스 던발이 둥지를 튼 피츠버그란 도시는 알리게니 호수에서 흘러 나온 맑은 물이 강이 되어 피츠버그를 한바퀴 빙 돌기에 아주 아름다운 강철의 도시이다. 이 도시에 있는 피츠버그 파이레츠는 월드 시리즈 우승 5회, 내쇼날리그 챔피온 9회를 거머쥔 전통이 있는 명문 구단인데, 이 팀에 입단한 한스의 계약금은 45만 딸라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떤 경로로 알려 졌는지는 모르나, 데이톤에 사는 흑인 아버지, 던발에게도 이 사실이 알려졌다. “뭐라고? 내 아들, 한스가 45만 딸라를 받는다? 45만 딸라를.....” 알콜 중독자가 된 아버지 던발은 어머니를 내 쫒고 난 후 아들마저 버리고 다른 흑인 여자와 결혼을 하였지만 거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45만 딸라란 엄청난 돈이기에 그는 아들, 한스에게 찾아 가 돈을 달라고 하였다. “내가 네 아버지이다, 알겠느냐?” “내게는 아버지가 없소, 아버지는 20년 전에 이미 죽었소!” “한스? 내가 네 아버지야. 네가 프로 야구 선수가 되었다니, 반갑다.” “내게는 아버지가 없소. 어머니만 있을 뿐...그러니 어서 가시오!” “아니, 이놈이 아버지를 몰라보다니... 그렇다면 돈이나 좀 달라, 계약금이 45만 딸라라고 하던데...만 딸라만 주거라.” “미안합니다. 내게는 아버지는 없소. ” “아니! 이놈이?” 한스는 끝내 아버지를 모른다고 부인하였다.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오산에 있을 때, 동네 사람들이 수근거리던 것이 생각이 났다. “양갈보의 아들이래, 그것도 검둥이, 아니 깜둥이....” “검둥이면 피도 검을까?‘” “검겠지. 구공탄처럼....” 한스의 외 할아버지는 한심하며 부끄러웠다. 딸이 흑인 병사와 연애를 하더니 검둥이를 낳았기에 동네가 부끄러웠으며 조상에게도 부끄러웠다. “아이구, 동네가 부끄러워, 이사를 가야겠어. 그리고 너, 이년아 너는 어서 미국으로 가거라. 보기도 싫다.” 그리고 1년 반, 한스와 한스의 어머니(김정희)는 두 개의 큰 이민 가방을 들고 미국으로 왔다. 마치 쫒기듯이...그리고 데이톤에 도착하였는데, 이번에는 시어머니와 남편에 의해 또 다시 쫒겨났다.) “어머니! 어머니! 나, 한스가 마침내 프로 야구 선수가 되어 피츠버그로 갑니다.” 그리고 한스는 피츠버그로 갔다. 13. 피츠버그 파이레츠에서. 한스 던발은 짐을 싸들고 피츠버그로 갔다. 이젠 더 이상, 가난뱅이가 아니었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직업 야구 선수로서 였다. 막상 유명한 야구 선수가 되고 보니 한스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성들이 꽤 많았다. 흑인이라고 쳐다보지도 않던 백인 여성들이 한스에게 데이트를 신청하였으며 심지어는 결혼을 하자고 하였다. “아- 이것이 바로 미국의 자본주의 이구나...” 흑인을 마치 노예처럼 취급하던 백인들도 자존심을 내 던지고 흑인 선수에게 사랑을 바치다니... 그런데 한스는 미국 흑인보다도 더 인종차별을 받는 자마이카-푸에르토 리코간의 흑인 혼혈인 매기만이 그의 사랑이었다. 그러기에 한스는 “매기의 추억”을 좋아하였다.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래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아-희미한 옛 추억.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 1997년과 1998년....피츠버그 파이레츠의 제 2군에서의 선수 생활은 아주 성실하게 그리고 의욕적이었기에 2년만에 1군(Minor)으로 발탁 될 수가 있었다. 1998년 2군 시절, 한스는 매기와 정식으로 유서 깊은 데이톤 한인교회에서 한인 목사님의 주례를 받으며 초졸하고 실속 있게 결혼식을 올렸다. 한스와 매기의 결혼식장은 마치 인종 전시장과 같았다. (한국 사람, 흑인, 백인, 혼혈들 그리고 자마이카. 푸에르토 리코에서 온 흑인들까지 다 모였으니 마치 인종 전시장 같았다.) 한스의 결혼식을 보면서 수지는 많은 감회를 느끼고 있었다. -수지는 결혼식도 없이 수지를 낳은 어머니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수지를 길러 준 강씨 아주머니를...문득 수지는 몇 년전 결혼을 하겠다고 데이톤에 와서 하루 밤을 같이 지냈던 석호 오빠가 생각났다. “석호 오빠? 우리도 결혼을 할까? 나, 한스에게 약속하였어. 한스가 결혼한 후 오빠와 결혼을 하겠다고.....석호 오빠? 용서해 줘. 오빠에게 무례하게 청혼을 거절하였던 그 때를, 나, 나는 후회하고 있어요.” 순간 수지는 완전 나체가 되어 석호 석호 오빠와 같이 침대에 같이 누어 있었던 그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아- 아- 석호 오빠가 수지, 그녀의 몸을 감싸주던 그 모습이 떠 오르고 있었다. “아- 오빠.....오빠.....오빠는 이미 나를 사로잡았어. 나를...” - “이모? 무슨 생각을 그렇게도 골똘히 하십니까?” “아- 한스? 축하해.” “이모? 이젠 이모 차례입니다. 강석호 의사님과 결혼을 하세요.” “강석호 의사와?” “예.” 사실이 그러했다. 수지 나이 어느듯 46세가 되었으며 강석호는 49세가 되는 셈이었다. “49세? 오빠는 평생을 나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고 49세가 되었어...” * 한스와 매기는 신혼 여행으로 매기의 조상들이 살고 있는 푸에르토 리코와 자마이카를 찾아 갔다. - 데이톤을 떠나 자마이카로 가는 길은 멀었다. 물론 한국이나 그리스처럼 멀지는 않았으나 비행기를 바꿔타다 보니 하룻길은 마찬가지였다. 데이톤- 쉬카코-마이아미-그리고 도착한 킹스톤 국제 공항에는 이미 저녁 황혼이 찾아오고 있었다. 카리브의 나라, 자마이카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 놓여 있는 정렬의 나라인지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온통 도시를 덮고 있는 듯하였다. 자마이카는 매기의 어머니의 나라이기는 하지만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어머니의 사랑이 그곳에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찾아 온 킹스톤의 한 호텔에서 첫날을 보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카리브 국가가 그러하듯이 원주민들도 검지만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온 흑인들도 역시 검었기에 온통 검은 나라였으며 가난하였다. 비록 호텔에서 보낸 하루저녁이었지만 마치 옛 조상들의 집에 찾아와 하루를 머무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찾아간 몬테고 만(Montego Bay)에서 한스와 매기는 마음 놓고 그들과 비슷한 피부 색깔을 한 자마이카 사람들과 한 마음이 될 수가 있었다. ‘아- 피부 색깔이 이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마침내 그들은 옛날 흑인 노예상과 흑인 노예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큐바에서와 하이티의 뜨거운 태양 빛 아래서 일생을 마감한 헤밍웨이와 반 고흐 그리고 고갱을 이해 할 수가 있었다. 다음날, 찾아 간 푸에르토 리코도 자마이카와 비슷하였다. 이곳은 매기의 아버지의 조상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아주 비슷하였다. 수도 산 후앙은 인구가 많은 도시로 매연이 심하여 그 아름다운 카리브 바다를 오염 시키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빈곤한 나라이지만 그래도 조상이 살던 고향이라고 생각을 하니 따슷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푸에르토 리코 사람들은 자마이카 사람들 보다 다소 커칠어 큰 소리로 떠들곤 하였다. 산 후앙에서 북쪽 바다를 향해 큰 소리를 쳐보았다. “마이아미여, 키 웨스트여! 바하마여!” 그리고 남쪽을 향해 소리를 쳤다. “버진 아이랜드여! 트리니다드와 토바고여!” 마치 이웃 집을 향해 소리를 친다고 생각을 하였다. 매기와 한스는 자마이카와 푸에르토 리코가 마냥 좋았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였다. -검은 피부 색깔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다음날 돌아온 플로리다의 올랜도에서 이틀을 더 묵었다. 검은 색, 흰색 그리고 노랑색이 어울린 인간 용광로의 도시에서..... 신혼 여행을 마치고 데이톤으로 돌아오니 흑인의 장모와 흰색의 혼혈 이모, 그리고 국제 결혼한 데이톤의 여성들이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 이것이 바로 인간 용광로(人間 鎔鑛爐)이구나! 인종 용광로...” 둘은 새삼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 할 수가 있었다. * 뜻박에도-- “한스 던발에게! 결혼을 축하하며. 이제부터 제 일군에서 중견수로 뛰라!”라는 구단주가 보낸 꽃다발과 카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라고? 1998년 9월부터, 1군의 중견수로서 뛰라고! 와! 와!. 한스와 매기는 얼싸안고 소리를 쳤다. 14. 애정(愛情)의 꽃이 다시 피어 날 때. 비록 한스와 매기의 결혼은 당사자에게는 행복한 일이었지만 정작 수지 본인에게는 우울과 외로움으로 인해 잠을 설치곤 하였다. 1998년 가을-- 수지의 나이는 46세가 되었다. 결혼하여 곁을 떠난 조카 한스와 매기를 보면서, 웬일일까? 수지는 그녀의 비밀을 알려 주었던 석호 오빠가 다시금 그리워졌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수지로 인해 49세가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석호 오빠의 길을 막고 있었다고 생각을 하니 죄를 짖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데이톤 교회 목사님이 한국에 사는 강석호의사가 그에게 보내준 편지를 수지에게 보라고 준 편지가 있었다. -사랑하는 목사님! 나, 강석호는 이제 50이 됩니다. 지천명(志天命)이라고 하였지요. 하나님을 정말로 알게 되었지요. 지금까지 형식적인 기독교 신자였는데, 목사님? 50이 되는 날 나 자신을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그리고 진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겠다고 서원을 하였지요. 뿐만 아니라 나는 한국을 떠나 멀리 나를 필요로 하는 가난한 나라로 가 외과 의사로서 그리고 기독교 신자로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내 한 몸 바쳐 봉사를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목사님? 저는 혼자 삽니다. 부모도 없으며 친척도 없으니 어짜피 가벼운 마음으로 멀리 부담 없이 떠나렵니다. 제가 사랑하는 수지가 모르는 곳으로 가서 그녀를 잊고 오로지 의료 봉사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아낌없이 섬기리다.“ 목사님! 나의 사랑하는 수지를 위해 기도 해 주시고, 제가 어디에 갔는지를 비밀로 해 주십시오. 절대로 저의 소재를 알려 주지 마십시요. 건강하십시오. 목사님. 의사 강석호 드림. - “목사님? 석호 오빠가 어디로 갔습니까? 어디로요?” “편지 그대로입니다. 수지씨. 그것은 나도 모릅니다. 아마 짐작컨데는 아프리카로 간 듯 합니다.” “아프리카로?” 웬일일까? 수지는 후회가 되었다. 급히 한국으로 편지를 쓰기도 하였고 전화를 하여 석호 오빠의 행방을 알고자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수지는 석호 오빠가 평택 외과 병원을 경영하고 있었음을 그곳 간호원의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 수지 의사님! 닥터. 강석호씨를 찾는 군요? 닥터.강을? 그는 결혼도 않고 홀로 살며 많은 사람들을 도와 주며 살았지요. 그는 50이 되면서 진실한 크리스찬이 되었지요. 그리고 그는 멀리 아프리카로,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말을 쓰는 서부 아프리카의 말리(Mali)라는 나라로 의사, 선교사로 갔습니다. 말리라는 나라는 아시다시피 회교도가 많은 옛 불란서의 식민지였지요. 그리고 그 나라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과 말라리아(Malaria) 환자가 많습니다. 말리에 있는 국립병원에 가서 5년간 봉사하기로 하고 갔습니다. 물론 월급도 사양하고 자비로 갔습니다.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른답니다. 감사합니다. 간호사. 김순애 드림.” “뭐라고? 말리? 말리? 말리가 어디에 있나?” 수지는 깜짝 놀랐으며 책상에 쳐 박아 두었던 아프리카 지도를 꺼내 보았다. “말리! 아, 여기 있구나. 서 아프리카에 있구나.” -(말리? 뜻밖의 나라였다. 사하라 사막 남쪽, 가나, 토고 나이제리아의 북쪽, 세네갈의 동쪽 그리고 니제르의 서쪽에 있는 바다가 없는 나라인데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은 나라였다. 옛날에는 말리 제국으로 인근 국가들을 통치하던 시대도 있었으나 프랑스에 의해 식민지가 되어 많은 세월을 보냈으며 지금은 비록 독립 국가이기는 하나 프랑스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수도의 이름이 바마코(Bamako)라고 하여 인터네트를 찾아보니 인구가 너무나 많아 경제적으로 아주 빈곤한 도시였다. 강석호가 말리에 갔다면 분명 바마코에서 외과 의사의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였다. “왜, 말리라는 나라에 갔을까? 왜 하필이면 프랑스말을 사용하는 말리에?” 수지는 밤새 말리라는 나라를 연구하다가 밤늦게 잠을 잤다. (꿈 속에서도 수지는 아프리카를 찾아 갔다. 토고, 가나 그리고 아이보리코스트라는 나라를 방문하였다. “아이보리코스트? 아! 켄터키에 살 때, 포스터 농장에서 일하였던 불랙 죠 아저씨의 조상이 그곳에서 노예상인에게 사로 잡혀 왔다는 곳이 아닌가?” 그리고 조금 서쪽에 있는 나라, 리베리아(Liberia)의 수도, 몬로비아에서 하루를 묵는 꿈이었다. 상아 해안이라서 그런지 코키리들이 여기저기에서 거닐고 있었다.) “아니? 내가 왜? 아이보리코스트에 왔을까?‘’ 말리를 생각하다보니 아프리카가 꿈속에서 떠 오르고 있었다.) “석호 오빠? 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잊으려고 아프리카로 갔군요?” 수지는 석호 오빠가 아프리카로 간 것이 웬지 마음에 부담이 되었으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 오빠, 나를 용서해 주세요. 나를....” 그리고 그날 수지는 크게 결심을 하였다. “가자----말리로! 석호 오빠를 만나러...가자!” 1999년 1월 초, 수지는 말리에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즉시 여행사를 찾아 서 아프리카에 있는 말리의 수도 바마코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입하였다. 1999년 1월 25일, 마침내 수지는 신시내티 공항을 떠나 뉴욕으로 그리고 프랑스 빠리로 가는 비행기 속에 있었다. 대서양을 바라다 보며 수지는 지나온 세월이 무상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빠리 공항에 내려 인근에 지정된 호텔에서 하루 저녁을 지냈다. 호텔에서 바라다 본 빠리의 밤 경치는 듣던 그대로 아름다웠기에 세느강과 에펠탑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세느 강가에서 바라다 본 에펠탐의 휘황찬란한 조명을 바라보다 미라보 다리 밑으로 흐르는 세느 강물을 바라다 보았다. 마치 켄터키 다리(로브링 다리)아래로 흐르는 오하이오 강을 바라다 본다고 생각을 하다보니 지나온 50년의 세월이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 가 버린 듯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빠리 공항을 떠난 에어 프랑스는 지중해를 가로 질러 사하라 사막을 넘어 마침내 말리의 수도 바마코(Bamako) 공항에 도착하였다. 무더운 날씨였으며 건조하였다. 뉴욕이나 오하이오에는 눈이 내리는데 여기는 초여름과도 같아 두꺼운 옷을 벗어야 했다. 마치 시골 비행장과도 같은 바마코 공항에서 가까스레 입국 수속을 하였으나 막연하였다. “석호 오빠는 어디에 있을까?” 여행사에서 지정해 준 바마코 시내에 있는 마리오트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바마코란 도시는 마치 1960년대의 서울과 같았으며 매연까스가 코를 찔렀으며 전기 시설이 여의치 않아 가끔 절전이 된다고 하였듯이 도심 사거리에는 전기 신호등이 별로 없었었고 교통 경찰이 일일이 신호등 노릇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알아 낸 것은 바마코에는 두 개의 국립 병원이 있었는데 강석호 오빠는 제 2 국립 병원에서 몇 개월 전부터 외과 의사의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수지가 강석호를 찾아와 전화로 불렀다. “석호 오빠? 나, 수지가 여기 바마코에 왔어.” “수지라고? 바마코에?” “오빠가 보고 싶어서, 여기 바마코에 왔어.” “보고 싶어서? 수지?‘ “엉, 오빠가 보고 싶어서.....” 잠시 후 덜덜 거리는 택시를 타고 제 2 국립병원으로 달려 갔을 때, 그 곳 정문에서 석호는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택시에서 내린 수지를 보자 활짝 웃으며 크게 허깅을 하였다. “수지! 보고 싶었어....” “나도....” 수지가 본 석호 오빠는 몇 년전 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으며 강한 햇빛에 노출되어서 그랬는지 그의 얼굴은 검게 탓으며 여워 보였다. 뿐만 아니라 머리칼도 희끗희끗하였으며 머리칼도 많이 빠져 대머리가 완연하였다. “오빠-많이 늙었네. 늙었어.” 수지는 마침내 참고 있었던 설음을 이기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그래, 그래. 늙었어.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9살 소녀 수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노적가리속에서 안아 보았던 코 흘리개 김수자의 가슴을 나는 느끼며 살고 있어.” “노적가리에서 안아 보았던 나를...오빠?, 나도, 나도...” 1960년이었던가? 아니 벌써 40년이 흐른 오늘도, 기억에 남아 있다니... 마치,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니 여기저기에서 새 싻이 돋아나며 덩달아 애정이 꽃피던 그날이 다시 온듯하였다. 에정이 꽃피던 그 시절...몹시도 춥고 배곺았었는데 외롭고 서글펐던 그 마음이 따슷해 지는 듯 하였다. 병원 직원들은 이 신기한 장면을 바라다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였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저 의사, 강석호.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미국에서 여자가 찾아 왔는데...애인인가? 아니면 아내인가? 저 여자? 알고 보니 백인 의사라고 하던군... 와! 피부가 천사처럼 희군...” * 미국에서 온 수지 의사가 본 말리 제 2 국립병원은 마치 피난민 수용소 같았으며 여기저기에서 악취가 나고 있었다. 결핵, 문둥병, 매독, 그리고 에이즈 환자가 생각보다 여기저기에서 쉽게 보였다. 병원은 3층으로 되었는데 말이 병실이지 사람을 가두어 둔 수용소나 다를 바가 없었다. 특별히 수술실은 수지의 눈을 의심스럽게 하였다. 수도 시설도 빈약하였으며 전기 시설도 믿지 못하여 발전기가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맹장 수술중에라도 전기가 끊어지면 발전기를 사용하여야 했다. 수지를 더더욱 눈물나게 한 것은 석호 오빠가 살고 있는 의사 숙소였다. 멀끔해 보이는 병원 건물 뒷 편에 프랑스 풍으로 지은 이층 건물이었는데 붉은 지붕이 이채로웠다. 방 한칸에 싱커, 그리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화장실이 붙어 있었으며 방 한구석에는 있는 작은 냉장고의 문이 빠끔 열려 있기에 문을 더 열고 보니 역겨운 냄새가 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먹다 남은 김치 병과 한국산 라면이 몇 개 들어 있었다. 다소 침침한 방에는 전등이 하나 달려 있었으며 삼성 텔레비존과 컴퓨터가 낡은 책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그래도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듯하였다. “아- 세상에- 이럴 수가-” 수지는 한숨을 쉬었다. 이토록 누추한 시설 속에서 5년간을 홀로 살며 봉사를 하여야 한다니...수지는 석호 오빠가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왜 하필이면 말리로 왔나요?” “왜냐구? 이곳에서 홀로 조용히 살려고...너를 잊어 버리려고.... ” “나를 잊어버리려고? 그건 안돼, 오빠! 나, 오빠를 잊을 수가 없었어. 나, 오빠와 결혼하려고 왔어.” “나와 결혼하려고? 그러면 나의 청혼을 받아 주는거야, 수지?” “물론 이지, 오빠!” “고맙다. 수지야.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 수지? 여기 말 리가 어디인데, 회교들이 득실 거리며 테러가 심한 곳, 여기를 찾아오다니...너의 성의를 생각만 해도 나는 너무나 행복하구나.” -(강석호 의사가 경기도 평택의 외과 병원을 버리고 이곳 아프리카의 오지 말리로 찾아 온 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비록 수지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다고는 하지만 강석호는 수지를 생각하며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어느날, 그는 수지가 아리스테라는 사람과 결혼 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날 밤 그는 밤새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년 후, 그는 아리스테가 자살하여 죽은 것을 안 후, 그녀와 결혼을 하려고 미국으로 달려가 청혼을 하였으며 수지도 역시 청혼을 허락하여 스톡스 호텔에서 신혼의 밤을 보냈으나 다음날 아침 수지는 수지의 출생 비밀을 알고 난 후 석호의 청혼을 일방적으로 거부한후 호텔을 나가 버렸을 때, 석호는 세상이 캄캄하였다. 그리고 외로웠다. 그녀의 출생 비밀을 알려 준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였으나 이미 수지는 떠나가 버렸으며 상처만 깊어 지고 말았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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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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