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문학] 11월호에 "이달의 시인'"에 선정됨

2005.10.31 14:11

이기윤 조회 수:1048 추천:109


 
월간 [한맥문학] 11월호 표지와 속표지 앞의 인물사진






190페이지부터 실린 4편의 시.






4편의 시 보기





재생(再生) / 종파 이기윤


      빈약한 가슴
      풍만하게 키우더니
      언제부턴가 통증도 함께 따라 들어와
      유방 속에 크게 자리 잡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아픔
      진단에 따라 암을 도려내고
      절벽된 빈 가슴에 두 손 모아
      하늘 우러르니
      어두웠던 아픔과 두려움 몰아내는
      환한 빛 한 줄기
      가슴에 와 어리다

      빛으로 닦아준 사랑의 길
      그 길 따라 숨차게 달리기하며
      머리털 다시 나는 진통 너머
      본연의 나를 발견하고 다시 태어나
      새 삶을 사랑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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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孵化) / 종파 이기윤


      천방지축 사방에 뛰어다니던
      철없는 언어들
      바람으로 목욕한 알몸이
      알집에 착상하다

      시간을 타고
      긴 동굴 난관(卵管)에서
      몸부림치며 비집고 나와
      백지 위에 빽빽하게 알을 슬다

      사랑의 열기가 알을 품으니
      기도로 껍질을 깨고 나온 시(詩)
      심령의 날개 퍼덕이니
      선율이 온누리로 물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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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 종파 이기윤


      눈 감은 내 안에서
      환하게 열리는 하늘
      장미로 피어나는 당신의 웃는 모습

      꽃잎을 하나씩 제치고 문을 연다
      진동하는 짙은 향기
      촉수로 더듬어
      꽃술에 입맞추니
      단 꿀에 취해
      핑크빛 선율로 설레는 가슴

      우주를 날다가 온
      날개를 접는다
      장미꽃 요람搖籃을 타고
      속삭이는 밀어에 몽롱해진 몸

      행복이 기다리는 꿈나라로
      빠져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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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診療) / 종파 이기윤

      흰 구름 떠가는 푸른 하늘
      흐뭇한 행복이 밀려온다.
      감사의 눈물이
      눈못보는 이웃을 향한 긍휼로
      자전(自轉)하며 외친다
      “시각으로 들어온 현실이
      마음을 가리어 볼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진찰(診察)은
      육안(肉眼)을 감아야
      심안(心眼)으로
      병을 보고
      혈관과 신경을 보며
      바늘끝의 방향과 깊이를 재고
      경락을 겨냥하여 침을 꽂으니
      도망가는 병이 보인다

      하늘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나를 맥진하는 큰 손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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