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失題)

2006.04.25 13:39

이기윤 조회 수:263 추천:27


고등학교 2학년 때 교지에 실린 옛작품


      失 題
      高二 李基閏


    어느 한 지표에
    젖은 안개 미명 속에서
    날카로운 꿈이 터지던 날
    횃불이 하늘을 태우고
    포성이 지구를 뒤흔들어 놓았다.

    찢기어진 지각
    여기 폐허
    끄슬린 벽돌벽 밑에
    형제의 피로 난
    담쟁이가 커나고
    텅빈 장독이
    경사진 노을을 향해 앉았다.

    선열은 피로 쓴 시집을 외이며
    이곳을 향해 발버둥 쳐도
    뜨거운 불길 지난 잿덤이 위에
    벌레를 먹으려는
    벌레들
    하늘은
    이미 뚫어졌는데........

    흰꽃 핀 언덕고개
    뻐꾹새 울음이
    텅빈 항아리에
    메아리를 그리는가.

    해오라비의
    꿈만
    아득히 노을에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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