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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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맹장을 앓다

2019.01.29 15:05

전희진 조회 수:52

맹장을 앓다/전희진

 

외롭지 않습니다

배를 움켜쥐니

오른편 아랫배 삼겹살의 통증이 잡힙니다

누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그런대로 견딜 만 합니다

 

아랫배를 누르면

거짓말같이 동백이 툭,

봄을 꺾는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외롭지 않습니다

견딜 만 합니다

 

외로움도 곁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내 외로움의 곁에는

늙지 않고 병들지 않는

뼈가 아주 단단한 젊은 배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를 움켜쥐지 않아도

아랫배를 누르지 않아도

봄의 기술을 터득한  외로움이 

저 혼자 툭, 터져 버렸습니다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