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서 문 안에서 - 김영교


문 밖에서 보는 사람과 문 안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 죽은 자는 빛이 차단된 문밖에서 그리고 산 자는 문안에서 먹고 마시는 식탁에 동참한다. 사물의 진상에 접근하여 도전하는 사람은 생명적인가 하면 바운드리를 배회하는 저변 형은 삶의 현장에서 쉬이 밀려난다. 주인의식이 결여된 이 사람들은 아직 안 가진 것에 불만을,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데는 인색하다. 문 밖은 없음이고 문 안은 있음이다. 문 박은 모름이고 문 안은 앎이다.


감사하는 가슴은 이기적인 가슴을 딛고 사랑과 포옹하는 특혜를 만난다. 감사표현에 서투른 우리들, 해가 바뀌면 철이 들고 포도주처럼 좀 익어갈까? <댕큐>란 말이나 <댕큐카드>의 의식화를 나이 들수록 기대해보게 된다. 감사할 때 우리 몸속 세포가 기뻐서 손벽치며 감동으로 눈물까지 흘린다. 감사는 생명 에너지다. 건강에의 초청장이다.


초대하지 않아도 세월은 오고 허락하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인공이었던가를 되돌아보는 지난해 무대가 열 두 달로 막을 내렸다. 스치는 세월은 조급한 물결로 삶의 해변을 파도쳐 피안의 행복을 차안의 물가로 끌어 드리려 몸부림쳤다. 허망함을 안고 서있는 마지막 달력에 아듀하는 손짓들이 에워쌌다. 망년회라는 손짓도, 동창회라는 단합모임도 각종단체 행사의 화려한 손짓들이 계속 불러 댔다. 


크리스마스는 쇠잔한 겨울을 활력으로 일깨우는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성자 탄생 바틈 라인을 재인식, 희망을 안긴다. 진리인 그의 길은 푸르다. 오랫동안 푸름으로 부터 유리된 생활에 젖은 반 생명체의 존재, 의식엔 뼈끼리 부딪치는 깡마른 소리가 높다. 여름의 그 무성한 푸름의 행방을 우리는 감히 물을 수 없다. 다 떠나보내고 홀로 남는 빈들의 풍요로움을 낙엽은 지면서 약속한다. 속마음 깊이 상처입고 찬비에 젖어 길바닥에 낮게 달라붙은 그 사연을 차마 묻지 않아도 계절을 몇 바퀴 돌아온 가슴은 이미 알고 있다.


새로 솟는 또 한 해의 바위를 수없이 휘돌아 밀어부치는 힘, 치솟아 올라 내 몸의 물기로 메마른 손등과 속마음까지 적셔보려던 필사적인 물 칼의 휘두름은 차라리 눈물겨웠다. 부딪치며 깨지고 깨져서 홀로되고 혼자이면서 낮아지는 그 아픔 속에서의 만남들은 소중한 의미로 삶을 풍성하게 해 준 지난날들이었다.


자기에게 불이 없으면 남을 덥힐 수 없다. 감사는 가슴에 지핀 불씨 하나다. 감사하는 마음은 푸른 하늘을 우러러 처다 보는 여유다. 폭풍우가 심한 일상이 푸른 하늘을 봉투 안에 잠궜다. 하늘을 가둔 봉투는 터무니없이 쓰레기통에 잘 버려진다. 이제 새해의 아침은 봉투 안에 갇힌 하늘을 꺼집어내는 때이다. 새 해 새 하늘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주어진 새 해 식탁은 부른다. 누리는 일만 남아있는 문 안에서 삶이. 



동창 성기호 작품 - 북한산 시리즈  1/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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