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시간

2009.09.02 16:52

고현혜(타냐) 조회 수:1101 추천:138

다섯 살 반인 나의 딸은 벌써 인생의 참 의미를 아는 것 같다.
그 아이와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한다.
"슬기야, 오늘 중 제일 좋은 시간이 언제야?"
그아이는 나를 말꼼히 쳐다보면서 대답한다, "지금. 이렇게 엄마랑 목욕할때."
호기심이 많은 나는 그 아이가 어떻게 대답하나 궁금해서 밤중에 다시 묻는다.
"슬기야, 오늘 중  제일 좋은 시간이 언제야?"
그 아이는 영락없이 똑같이 대답한다.
"지금.이렇게 책 읽는 시간." 그리고 한마디 덧 붙인다.
"그리고 아까 엄마랑 목욕할때."
그 지혜로운 나의 딸에게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어제는 슬기가 링컨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링컨 대통령 친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새엄마가 키웠는데 잘 키워 주었다나.
만일 내가 죽어도 좋은 사람이 이 아이들을 잘 키워주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자기 친구 에마가 다른 학교에 다니는 베스트 프랜드, 밀리아를 보고 싶어해서 자기가 위로 해
주었다고 했다.
"보고 싶으면 서로 보러 가면 되잖아. 괜찮아. 너희들은 베스트 프랜드니까. 서로 볼 수 있을거야."
내가 물었다.
"슬기 베스트 프랜드는 누구야?"
"에마."
가끔 너무 질투심이 없는 그 애를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그 아이의 천성인 것 같다.
스윗하고 낙천적이면서 고운 성품의 소유자.
이제 한 살이 된 인기를 야단치면 슬기가 나를 나무란다.
"엄마! 인기가 못 알아듣지.그리고 아기니까. 소리치지마.내가 인기에게 엄마 말 잘 들으라고 말 할께"
하면서,"까까 꾸꾸 빠빠 "라고 인기에게 말한다.

어린 아이들이 나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
이 지나간 시간들을 그리며 안타까와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시간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일까?
도시락을 싸면서 신문을 읽으려다 빵을 태우고
밥을 푸다가 감자튀김을 너무 익히고
우는 아이를 달래다가 물을 엎지르고
그러다 보면 부엌은 난장판이 되고
하기 싫은 부엌일을 하면서
이 시간 얼른 얼른 흘러라.

그러나 나는 오늘 나의 딸 말을 곰곰히 음미 해 보았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끼며 사는 법이 무엇일까.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지 말자.
매 순간을 아끼자.
빵을 구울땐 온 심혈을 다해 빵을 굽고
글을 쓸땐 글을 쓰자.
이 순간 내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자.

어느새 껑충 커버려 내품 밖으로 삐져 나오는 나의 딸.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나간 시간 뒤에 후회 하지말고 그들을 꼭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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