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2014.10.11 08:37

백남규 조회 수:113 추천:1

불교에서는 인생을 고통이라고 본다. 생-로-병-사의 사고(네가지 고통)를 짊어지고 태어나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고 가르치고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욕망이라는 다른 말도 있다.생즉원,생즉원이 인생살이라고 한다. 즉 산다는 것은 욕망이 있다는 것,그러나 그 욕망을 모두 실현할 수는 도저히 없으므로 산다는 것은 원망,슬픔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나는 비교적 행복한 아이였던 것 같다. 남들처럼 열심히(?) 뛰어 놀았고(여름에는 낙동강에서 친구들과 수영,낚시등등으로 즐겁게 놀았다. 겨울에는 썰매며 스케이트타며 여자친구들과 즐거웠었다.) 내 최초의 슬픔은 유치원때였다. 옆집에 살던 친구가 미제 장난감을 들고 와 자랑했다. 그래서 집으로 쏜살같이 뛰어와 나도 친구가 가진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졸랐다. 나는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때 까지 울고 또 울었다. 왠만한 것은 다 얻어 낼 수 있었으나 그 장난감은 끝내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매를 맞았다. 그 장난감은 아주 비싼 것이었고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친구의 친척이 미국에서 선물로 사 온 것이 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2번째 슬픔은 고교 입학시험에 낙방했을 때였다. 시골에서 수재라 칭찬받았던 나는 자존심이 여지없이 뭉개져  남산위에 올라가 오랫동안 울었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려왔다. 그러나  고교시절 부터 나는 교과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희미하게 깨달았다.  아주 불량한 길로 접어들진 않았지만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교과서가 아닌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쁜 여학생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풋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아프고 맵게 경험했다. 그리고 인생이 꼭 즐거운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생각했다. 여러가지 금기의 말뚝이 곳곳에 널려있는 것이 세상이었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공부만 하라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면 행복할 줄 알고 세월만 가라고 학교 담장밖을 그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른이 된다고 누구나 행복해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세상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얻으면 행복하다고 한다. 남보다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명예를 얻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종종 그것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면 도덕,윤리,예의,체면,염치,상식을 무시하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무기들을 생산하고 인간들끼리 싸우고 죽이고 불태우며 살아가고 있다.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근엄한 얼굴을 한 자들이 밤에 몰래 온갖 추잡한 짓거리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우리시대의 비극은 행복의 모습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재물과 지위, 가족의 건강과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사회적 출세와 성공이 확보되거나 보장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기를 쓰고 국민 10명 중 8명이 대졸이라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넓은 집을 차지 하기 위해서 인생을 탕진하고 몇 천불짜리 악어가죽 가방을 가짜라도 들고 다녀야 안심(?)이 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하긴 인간이라는 동물은 온갖 제도와 전통과 관습에서 심지어 유행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나약한 생명체이다. 이런 것들에서 자유,자존,자족을 찿는 사람들이 예나 이제나 없는 것은 아니다. 창조적 예술인과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일단의 구도자들이 그들이다. 자본주의가 시작한 이래 이런 창조적 저항을 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 가지만 물질에 치이고 식상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곧 영혼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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