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여사님 이름으로
2016.10.31 03:50
20160925
집 한 채, 여사님 이름으로
육십 중반에 미국 이민 길에 오른 김 여사. 30대에 이혼한 후, 딸 아들 두 아이를 혼자 힘으로 키웠다. 엇나
간 남편 보란 듯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길러서 맏이인 딸은 결혼해서 남매를 두고 미국에서 산다. 능력과 미모
를 갖춘 김 여사는 탄탄한 직장 생활로 정년퇴직 할 때는 알부자가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아들과 함께 빌딩
서 넛 소유하고 은퇴 후의 삶을 잘 꾸리며 살았다. 부러울 것 없이 미국 딸네 집을 오가며 여행도 즐기면서 풍
족한 삶을 살던 어느 날.
아들이 잘 꾸려 나가는 줄 알았던 김 여사의 재산에 구멍이 뚫린 사실을 알았다. 사업이란 게 다 그런 거지.
어차피 자식들에게 물려 줄 재산이니 상황을 따지고 실패 이유를 채근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한 가지 아들
에게 못을 박았다. 그중 반은 누나 몫이니 잠깐 빌렸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누나에게 갚으라고.
오랜 직장 생활 끝에 매달 지급 되는 은퇴 연금으로 지내다가 미국 이민을 결심 한 김 여사. 8년 함께 해 온
반려견 테디를 데리고 딸이 살고 있는 엘 에이로 둥지를 옮겼다. 한국에서 받던 연금을 미국에서 받도록 정리
했으니 우선 그에 맞게 살 수 있는 작은 방 하나 얻어 테디와 산다. 딸네 집 오가며 두 손주들 시중도 들고 딸
사위 끼니라도 챙겨 주면서 한국애 있는 아들이 좋은 소식 보내오기만 기다리며 산다. 일 년, 이 년, 세월은 빨
리도 간다.
믿고 의지 할 하나님과 꾸준히 만나면서 신실하게 교회 생활을 하던 중, 중신이 들어왔다. 그 동안 많은 사
람들이 김 여사를 지켜 본 모양이다. 60대 중반이면 젊은 나이다. 아직도 평준화 되지 않은 미모다. 겁나게 의
리의리한 학벌을 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80대 초반의 아버지를 걱정하는 두 딸이 접근 해 왔다. 한껏
높인 공손한 말씨, 학력과 미모에 대한 존경심, 바닥까지 낮아지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지극한 효심으로 아버
지를 거두어 달라는 부탁. 자기들은 가진 게 돈 뿐임을 비치면서 집 한 채 김 여사님 명의로 당장 해 드리겠으
니 빠른 시일 안에 결심 해 줍시사 하루에도 몇 번 씩 졸라대는 열성에 흔들린 김 여사.
일단 허락을 했으니 그 다음 단계는 집 한 채 김 여사 이름으로 등기를 해야 하는 것이거늘 그 집으로 옮겨
살림부터 합치고 가족끼리 모여 밥 한 번 먹고 끝이다. 두 딸들 수시로 드나들며 살림살이 지적하고, 아버지를
위해서 이래라 저래라에 생활비도 안 준다. 십 수 년 연상 할아버지가 주는 반찬값으로 자기돈 보태서 알뜰하
게 살림 살아 주고 있다.
테디와 집세 걱정 없이 편히 좀 살아 보리라던 소박한 소망 때문에 자존심 쓰레기통에 던져 뚜껑 꼭 닫아 치
워 버렸다. 조급한 사람들이 약속 한 것 다 실천 할 때까지 잠잠히 기다리라고 다짐을 했던 내 말에, 그러면 자
신이 너무 초라해져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던 김 여사. 날마다 찾아와 김 여사 아니면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막
무가내 였던 할아버지까지도 버럭증에 군 출신다운 거친 말투가 일상이 되어 버렸다면서 얼굴을 돌리는 김 여
사.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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