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속 산행 길 풍경

2021.05.26 17:58

노기제 조회 수: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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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5                                 코로나 19속 산행 길 풍경

 

                                                                                설촌   노기제 (통관사)

 

   집에만 있으라 하니 답답해서 모두 폭팔 직전인 듯 갈 수 있다는 곳으로 모여든다. 일하는 남편의 휴일이니 산행을 택했다. 평상시엔 산행 동아리와 함께 가는 남편이지만 그룹 활동이 제한되어있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못 간다. 이참에 실력 떨어지는 내가 따라나섰다.

   스키장도 못가는 판에 산에서 눈을 만나고 즐길 수 있음이 행운이다. 차를 주차한 후 화장실을 의무감으로 들렀다. 앞에 세 명이나 있다. 나를 이어 뒤로 네 명이 선다. 큰 볼일인지 시간이 한 참 흐른다. 마침, 내 뒤에 선 여자가 앞으로 가더니 똑똑 노크를 한다. 또 한다. 아하, 잠긴 걸 파악한 상황에 길게 섰던 모두는 파안대소 시원하게 웃고 헤어졌다.

   아침 9시가 지난 시각인데 레드박스 주차장엔 빈 스팟이 제법 있다. 집에만 있으라 해서 그러려니 한가한 트레일을 걸으며 자연 화장실을 은밀히 사용했다. 걷다보니 제법 눈 쌓인 곳이 넓어진다.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운 놀이터다. 맘모스 스키장까지 안 가고 가까운 산에서 눈밭을 만나 걷고 있음이 마냥 행복하다. 행여 미끄러질까 미니 크램폰을 내 발에 끼워 준다. 자기는 산행 신발로 요령껏 걸으면 상관없단다.

   샌 가브리엘 피크. 왕복 7 마일 쯤 되려나? 느리게 따라 걷는 나 때문에 정상까지 2 시간여 걸렸다. 그사이 만난 사람은 8 . 한가한 셈이다. 간단한 점심시간에 넉넉한 휴식시간을 보내고 오며 가며 만나는 견공들과 대화를 나누며 하산길이다.

   시간이 정오를 지나는데 이런 시간에 웬 산행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을가. 차림새도 간단하게 숏에다 소매 없는 티 차림이 우세다. 인사하기 바쁘다. 잠간 잊었다. 2 미터 간격. 견공들 만지기, 코로나 19가 무색하게 잊혀진 산행길이다.

   주차장에 닿으니 난리, 난리 이런 난리가. 주차하려 빽빽이 기다리는 차들로 걷기조차 어렵다. 시내까지 내려오는 산길 양쪽 가로 빈틈없이 늘어선 차들이 마치 유원지 찾아온 인파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마주 올라오는 차량의 행렬이 가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퍼질까 조심하라는 공문이 무색하다. 완전 축제 분위기다. 사람들 얼굴에 환하게 피는 웃음꽃이 내게도 전염된다.

   심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 같은 위축됨에 나름대로 분출구를 찾는 행렬이다. 내 속이 뻥 뚫린다. 우리 다 함께 이, 말도 안 되는 재난의 시기를 이겨내자. 누구든 마주치면 그냥 환히 웃어주자. 정다운 인사 한마디 아무 기대도 말고 전하자. 2 미터 거리는 유지 하면서도 포옹이라도 한 듯 상대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힐 수 있다.

   재미있는 영상을 골라 올려주면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낄낄 웃게 된다. 자신이 잘하는 악기나 노래를 집 발코니에서 연주하는 유럽 사람들의 영상에 울컥 감동을 받는다. 내 가족, 내 이웃에게 한 순간이라도 기뻐할 수 있는 뭔가를 건네주자. 곧 끝날 재난임에 확신을 주자.

 

 

 

 

 

   아무도 예측 못하는 팬더믹의 기간이 길지 않을것이라고 희망하면서, 동행하는 삶의 제약을 요령껏 조절하는 지혜를 배워야 할 듯, 너도나도 잘 견뎌야겠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산행도 잊지 말고 기억해야 안전하고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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