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이 기쁨이 되어

2021.05.26 20:24

설촌 조회 수: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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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9                                 작은 나눔이 기쁨이 되어

                                                                              

 

설촌 노기제 (통관사)

   또 비가 온다. 비닐봉투를 뒤집어쓰고 비를 피해 몸을 가린 홈리스의 모습을 본다.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가난에 대한 옛 어른의 말씀이 내게 아픔으로 스친다. 코로나 19가 이 세상을 뒤집기 전에 있던 홈리스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들이 곳곳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온다.

   우체통에 drop하는 봉투들도 교묘하게 꺼내서 수표를 현금화 한다는 현실에 모든 메일을 우체국에 직접 가서 보내곤 한다. 흔하게 우체국 문을 열어주며 구걸하던 모습이 아니다. 적지 않은 필수품을 바리바리 싼 것들을 곁에 두고, 드나드는 사람들과 눈 맞추려는 미세한 미소가 떨린다. 차마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단어를 삼키는 모습이다.

   마침 손에 쥔 것이 없다. 차안에 지갑이 있다. 얼마나 답답할까. 도움을 청하려 우체국 앞에 진을 치고 앉았지만 입이 안 떨어진다. 코로나 19 피해자임이 확실하다. 입을 열어 구걸을 해도 흘깃 돌아보고 반응 없이 지나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저리 입 다물고 표정으로 말한다면 누가 알아차리려나.

   나도 그냥 지나쳐 차로 가서 시동을 건다. 아쉬운 눈빛을 받으며 차를 빼서 움직여 문 쪽으로 간다. 서서히 다가가 눈으로 불렀다. 내가 다시 내리기엔 번거롭다. 눈치 빠르게 몸을 날려 내게 와서 창밖으로 내민 내 손에서 행복 한 조각 받아 가며 “God bless you Miss, God bless you.”

   쏟아지는 기쁨의 축복 조각들 주워 담기 벅차다. 가슴이 뛴다. 설레임으로 미소가 퍼진다. 순간 아주 예뻐지는 내 얼굴을 거울로 보며 젊고 건장한 청년과 나눈 하나님의 간섭하시는 사랑에 흠뻑 젖어 본다. 내게 허락하시는 고운 마음을 따라 그의 도구로 쓰임을 받는다는 확신이 코로나 19를 이길 면역력이 강화되는 순간이다.

   외출한김에 차도 배불리 채워주자. 현금으로 주유하면 저렴하니까 지갑을 들고 차에서 내린다. 바이스클 옷차림이 잘 어울리는 핸섬한 젊은이가 자전거와 함께 가까이 온다. “Do you have any changes?” 내 앞에 차를 세운 남자가 못 들은 척 가게 안으로 사라진다. 똑같은 물음이 내게 던져진다. 나도 어깨만 으쓱하곤 안으로 들어가 현금을 꺼내 주고 한 손에 얼마를 따로 챙겼다.

   내 앞서 나가는 남자가 진짜 동전 몇 닢을 건네주는 것이 보인다. 손바닥에 전해 진 동전들을 눈으로 세는 모습에 내 얼굴이 달아오른다. , 저건 아니지 않을까. 요즘 동전 몇 닢으로 무얼 살 수 있는데? 한 끼 햄버거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랑을 주면 좋을 텐데. 누굴 탓하고 있나. 오롯이 내 생각일 뿐이다.

   그렇다. 그야말로 changes. 거스름동전도 못주는 사람 있다.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내 마음대로 그만큼의 지폐를 챙겨 건네자. 받는 사람의 기쁨보다도 내게 쏟아지는 그의 축복의 말들로 내가 몇 배 더 기뻐진다. 안 먹어도 난 배불리 끼니를 때운다.

   나의 작은 사랑에 응답해준 두 사람의 값진 축복의 언어들로 나의 하루는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행복이 감미롭게 나를 감싸준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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