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주저앉기 싫다

2021.08.16 22:06

노기제 조회 수: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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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이대로 주저앉기 싫다

                                                                                     노기제 

    “,

   둔탁하게 엉덩방아를 찧는 소리에, 아 다행이다 안심했는데 갑자기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맑고 높은 소리가 이어지며 뾰족한 통증이 덮친다. 큰일이다. 순식간에 피가 흐르는 듯한 느낌에 얼른 손을 머리에 얹었다. 손바닥이 젖는 기분이지만 아직 정신을 잃은 상태가 아닌 것이 감사해서 서서히 손을 머리 아래쪽으로 쓸어내리다 눈앞으로 당겨 본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손바닥이 의심스러워 다시 조심스레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로 넣어 살살 눌러보며 뭔가를 찾아내려 했다. 겁먹고 손가락을 옮겨 찬찬히 살펴본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묻었다. 머리가 터지진 않았나 보다. 어찌 그리 빠르게 통증이 온단 말인가. 너무 아프다. 균형을 잃고 주저앉으며 무거운 머리가 반동으로 윗몸 전체를 뒤로 끌고 갈 때, 목이 머리를 팽개친 모양이다. 오른쪽 머리 윗부분이 부풀어 혹이 만져진다.

   코로나19 상태가 수그러들 낌새도 없고 집콕 생활에 피폐해지는 감정선을 나름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염두에 두고 바닷가로 가본다. 방구석에서 뉴스만 접하며 조심조심 바깥세상을 피해 가는건, 세상 돌아가는 사정 모르는 멍청이 생활이었다.

   파킹장도 모두 오픈 상태이고 차들이랑 사람들이 북적인다. 코로나19 가 뭐냐는 듯, 거리낌 없이 활보하고 자전거 타고, 롤러 블레이드가 줄지어 달린다. 한 가지, 마스크 착용한 모습에서 아직 팬더믹에 잡혀 있는 상황이 감지는 된다.

   혹시나 하고 챙겨 온 스쿠터와 롤러 블레이드가 있다. 스쿠터는 나이 더 들어서도 탈 수 있으니 롤러 블레이드를 타자. 오륙 년여 처박아 놨던게 찜찜해서 잠깐 망서려지긴 했지만, 몸이 기억해 주려니 자신하며 신었다.

   아, 다르다. 예전에 했듯이 앉지도 않고 선채로 신으려는데 잘 안 된다. 이건 아니지. 다시 해보자. 역시 아니다. 수건을 깔고 바퀴가 고정되게 해서 신었다. 가쁜하게 다리가 받아주지 않는다. 긴장한 듯 뻣뻣하게 힘겹게 무게를 느낀다. 오랜만에 신어서 그러려니 차에 손을 의지하고 몇 바퀴 돌아본다. 몸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무릎을 굽혀서 탔는지. 선 채로 탔는지. 양팔도 엉거주춤 방향을 잃었다.

   파킹장이 여유가 있기에 바닥이 좀 거칠지만, 그 공간에서 몸을 풀려고 했다. 뭐가 자꾸 걸려서 넘어지려 한다. 아예 전용 도로에서 타자. 사람이 많아서 겁도 나지만, 흐름을 따라 타면 된다. 무릎을 굽힌 상태. 허리 펴고 일어서지도 않은 폼이 대단히 엉거주춤 인 것 같다. 이게 맞는 건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바닥이 매끈해서 속도가 제대로 붙는다.

   오랜만이니 속도는 잡아야 한다. 내 몸을 control 못하면 사고 날 확률이 높다. 살살 타면 균형을 놓쳐도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는 것으로 끝내진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으로 명령을 보낸다. 잘 가는 듯했다. 순간 바퀴가 탁 멈추면서 몸이 그대로 앞으로 퍽 가슴을 바닥에 부딪는다. 뭐지? 손바닥도 바닥에 긁혔다. 왼쪽 팔꿈치도 쓰라리다.

   사람이 많아 북적대는 레인을 벗어나 댄스와 음악이 공존하는 특별 루트를 따라가다 그만 댄스 전용 바닥으로 들이대는 순간 바퀴가 멈춘 거다. 다행히 아무도 내게 방해받지 않았다. 두어 명이 여전히 발을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그들의 댄스는 이어지고 있으니 어서 이 공간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어느새 전용 도로로 다시 합류하려는 찰라. 쿵하며 엉덩방아를 찧는다고 생각된 순간, 다시 탕하는 맑고 높은음이 귓전을 치는데 머리가 아파졌다. ? 걸릴 것도 없었다. 속도가 붙어서 발이 제 먼저 달리면서 엉덩이가 따라가지 못했나? 다행히 오른쪽으론 모래밭이다. 주저앉은 채 두 다리를 모래밭으로 쫓아내고 편히 걸터앉았다. 머리가 깨졌는지, 피가 나는지 한참을 손가락으로 진단하는 동안 손주뻘 되는 아이들이 번갈아 다가와 묻는다. 괜찮은지, 뭔가 도와주길 원하느냐고. 얇게 웃어주며 안심시켰다.

   이렇게 이 운동도 접어야겠구나. 그냥 벗어 버리고 돌아오려다 챙겨 온다. 청소하러 오는 사람 딸들이 있다고 스키부츠도 고맙다고 가져갔으니 필요할지도 모른다.

   시멘트 바닥에 세게 부딪쳤으니 겉은 말짱해도 안에서 출혈이 있다면 심각하다. 응급실을 가야하나. 어지럽거나 구토 증상이 생기면 서둘러 119를 불러야 한다. 남편은 주말 산행중이다, 잠자다 실신하면 그대로 끝이란다. 밤새 이상구박사 강의를 작게 틀어 놓고 기도하며 자는둥마는둥 연휴를 넘기고 안정권으로 들어섰다.

   버린다. 남을 준다. 싸 놓은 롤러 블레이드를 꺼내 방에서 신어 본다. 아직 탈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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