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 무주 구천동 반딧불 )

2013.11.11 09:33

김사 조회 수:738 추천:42

무주 구천동 반딧불 (아동 문학)


무주 구천동 반딧불                                                    
  
   무주구천동은 산새가 깊고 골짜기마다 우거진 숲과 또 산이 많아서 봄에는 골짜기마다 진달래꽃으로 단장하고 산 전체가 진분홍빛이 되어 분홍 물감을 들인 것 같습니다. 냇가에는 물이 맑아서 물밑에 조그만 피라미까지 보이고 물밑은 화강암으로 된 바위 위로 물이 흐르며, 여름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알맞게 서늘합니다. 가을엔 단풍이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지, 가을 하늘에 불이 타는 듯 합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산에도 지붕에도 나무에도 길에도 온통 하얗게 눈 덮인 동네가 고요 속에 꿈을 꾸고 사는 별나라입니다.  
   한국에서는 산골을 말할 땐 무주구천동이라고 호칭하기도 한 곳, 참으로 아름다운 산천입니다.
이들은 가난하여 여름이고 겨울이고 삼베로 옷을 입고 다닙니다.  삼베옷은 입으면 끝이 돌돌 말려들어 바짓가랑이나, 고쟁이나, 치마나, 적삼도, 저고리의 끝이 말려서 길이가 탐방하게 됩니다. 이 선량들이 입고 다니는 모습은 동양화의 그림 속에 나오는 도인이 앉아서 바둑을 두는 그림의 옷의 모습입니다.
   동생은 일 학년이고 나는 두 살 위지만 동생은 일곱 살에 학교 들어가고 나는 한 살 나중에 들어가서 2학년입니다.  
   내가 언니라고 동생을 데리고 다녀야 합니다. 큰언니는 6학년이라서 나와 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창피하다고 안 데리고 다니면서 따라 가려고 하면 몽둥이로 때립니다. 나와 동생은 아예 언니와는 놀 생각을 못하고 우리끼리만 쌍둥이처럼 붙어 다닙니다.  
   무주구천동에는 아주 아름다운 구천 골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전하여 주기를 아주 옛날에 그곳에서 밤에는 예쁜 선녀들이 내려 와서 멱을 감고 놀다 간 곳이라고 합니다,
   그곳은 넓은 화강암 하얀 바위가 평평하게 되어있고 바위 밑으로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선녀가 내려와서 멱 감았다고 하는 덕유산 밑에 구천 골에는 골짜기에서 아주 시원히 흐르는 강물 있고 그 밑은 고운 모래가 잔디처럼 깔려있고 고운 모래 사이로 각가지 예뿐 고기들이 한가로이 넘나드는 것이 잘 보입니다.    
   이곳은 몇 백년 전에 일본인이 쳐들어와 그 곳에서 일본인과 조선사람들이 싸웠는데 그곳에서 조선 사람들이 구천 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선녀는 멱 감으로 다시 밤에 내려오지 않고 그 때 그 바위와 멱감던 물만 남았다고 합니다.  무주는 군 이름이고 구 천명이 죽은 곳이라서 구천동이라고 하였다고 전하여 옵니다.  
   이 고장에 하나 박에 없는 구천 학교는 아이들이 일 학년에서 육 학년을 다 합치면 백 여명 됩니다. 일 학년부터 육 학년까지 같이 일년에 봄여름 소풍을 갑니다.    
백 여명이 함께 소풍을 가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 구천 골입니다.
소풍을 가는 날에는 우리 집에서는 전날부터 잠을 설칩니다. 모처럼 계란으로 도
시락을 만들어 주시는 날입니다.                                
우리 집 닭이 알을 낳으면 엄마는 아버지 상에만 노랗게 쪄서 올려 주면 아버지는 남기지 않고 다 잡수십니다 .                   -1-
                      
   큰언니는 엄마와 같이 김밥을 싸서 제일 많이 가져가고 나와 동생은 조금만 가져가야 합니다. 여럿이 모여서 점심도시락을 펴놓고 먹으려면 우리 엄마 것이 제일 모양이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빨간 색도 넣고 파란색도 넣고 예쁜데 내 김밥은 노란 계란만 넣어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계란도 삶아 오고 사과도 가져왔고 선생님에게도 드리고 자랑합니다.
어머니가 싸 주신 노란 김밥은 여러 가지 안 들었지만 먹어보면 맛은 다 똑 같습니다... 그런 걸 모르는 아이들은 내 도시락에는 젓가락이 안 옵니다.
   언제나 도시락을 먹고 나면 여자아이들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고사리도 따고 이름 모를 곤충도 잡아서 병에다 넣고 남자아이들은 멱을 감느라고 요란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선생님은 한시간 동안 자유시간을 주지만 한시간 지나면 여자와 남자로 패를 나누어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물론 선생님은 여자 편입니다. 그러면 여자 편이 이깁니다. 나와 동생도 여자 편에서 “청군 이겨라” 목청껏 소리 치고 응원합니다. 여자는 언제고 청군이고 남자는 백군이거든요 .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집에 올 때는 동생 영희는 으레 발이 아프다고 안 가려고 합니다. 나는 동생을 으레 업어서 오다가 나중에는 끌고 집으로 옵니다. 피곤하고 지쳐서 집에 오면 씻지도 못하고 이불을 덥고 잡니다. (무주구천동은 여름에도 시원하여서 밤에 이불을 덥고 자지요)
   그 다음날은 학교를 못 가는 날이 됩니다. 아침 열시 나 되어야 눈을 뜨고 엄마 배고파합니다. 엄마는 나와 동생을 위해 엄마가 물에 밥을 말아 들고 들어와 누어 있는 우리에게 밥을 떠서 먹여줍니다. 둘이 누어서 학교를 쉬고 엄마가 떠 먹여 주는 밥을 먹고 난 나와 동생은 좀 더 방에서 빈둥거리다 누어 있자니 밖에 나가고 싶어집니다.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푹 쉬어라 하셨지만 우리는 집을 몰래 빠져 나옵니다. 뒷마당을 지나면 조그만 개울이 나오고 개울 앞에는 야산입니다. 그 곳이 우리들의 놀이터입니다. 거기 가면 깨금이 있습니다. 그걸 따다가 까서 먹으면 맛이 있습니다. 많이 익을 때는 맛이 적고 덜 익었을 때에는 껍질이 파랗지만 맛은 더 있습니다. 그걸 까먹으면 고소한 맛이 납니다. 우리들은 열심히 나무사이로 다니면서 따먹고 나면 저녁때가 됩니다.
엄마가 아시면 너희들 아프다고 학교 안 가더니 하시며 야단 칠 것 같아 달음질하여 방에 몰래 들어와 이불 쓰고 누어서 자는 척 합니다. 엄마는 이웃집에 밭 김매 주려고 가셨는데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는 것에 맞추어 저녁 지으러 오시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나는 봄을 좋아합니다. 봄에는 나와 동생은 앞산으로 올라갑니다.
거기 가면 진달래꽃이 산에 가득합니다. 그 꽃잎을 따다가 먹느라고 입술이 빨갛게 물이 듭니다. 엄마는 멀리 가면 문둥이가 숨어서 잡아다가 간을 빼어 먹는다고 하시므로 문둥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우리는 집이 보이는 곳에서 진달래꽃을 따다 먹고 꺾어서 옵니다. 장독에도 올려놓고 방에도 꼽아놓고 부엌에도 갔다 놓아 집에는 진달래 꽃 밭이 됩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름밤입니다. 여름밤은 유난히도 하늘이 맑고, 높고 하늘의 별들은 밤이 새도록 은구슬을 펴서 놓았습니다. 그 하늘을 앞마당 언덕에 누어서 보면 밤마다 내 별과 네 별 하고 세어봅니다. 저 높은 하늘의 별 속에는 누가 사나 궁금하여 마음에 새기었습니다. 이담에 크면 알아보리라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여름밤이면 반딧불들은 떼를 지어 다닙니다. 반딧불은 여러 마리가 무리 져 날아다니면서 불의 씨앗을 여기 저기 에다 뿌리며 난무합니다. 한데 어우러져 몰려다니다가 몇 마리가 기수로 방향을 돌리면 불의 꼬리는 아름다운 선을 그리고 곡예를 합니다. 한 여름밤에 환하게
                                      -2-
불을 밝히는 밤의 향연에 반딧불들은 밤의 연가를 연주하면서 날아다니는 작은 벌레로서 꽁지 부분에 불의 주머니가 있어서 여름밤이면 불을 밝힙니다. 나는 동생과 같이 그 반딧불을 잡으려고 좇아 다니면서 잡아 병에다 가득 채우고 밤에는 환한 빛이 아침에 보면 조그만 개똥벌레에 불과 합니다.
우리 선 조들은 얼마나 가난한지 그 반딧불을 모아서 주머니에 넣어 걸어 놓고 그 밑에서 공부해 과거에 급제하여 형설의 공을 이루었다고 하시는 초등학교 졸업 때 교장선생님의 송별사를 많이도 들었습니다.
우리 집 식구인 엄마 닭은 병아리 잔뜩 품고 헛간에 웅크리고 서서 자고 있습니다. 마당 끝에 있는 돼지우리 속의 돼지는 새끼를 열 마리를 낳고 널브러져 있고 그 옆에 새끼는 엄마를 중심으로 누어 잡니다. 사랑스런 워리는 귀를 쭝 끗하고 눈을 우리에게 향하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개들이라면 반딧불을 보고 컹컹 짖으련만 워리는 저녁마다 보아온 반딧불이 친근하여 귀찮다는 표정입니다.  
   여름밤에는 나는 동생과 있게되고 큰언니는 항상 나와 동생이 따라가겠다고 할 까봐 나 몰래 마실 을 가고 아버지는 학교를 지키느라고 학교에 계시고, 엄마도 동네 누구네 집에 거들어 준다고 나가십니다. 나가시면서 일찍 자거라 일침을 놓고 나가십니다.
   그때부터는 나와 동생은 방문 열고 마당에서 반딧불 따라다닙니다. 마당을 건너서 신작로로 나가면 앞산입니다. 그 앞산에 밤이면 산 전체가 빨갛게 불이 붙습니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에는 앞산의 환한 불이 애장에서(아기 무덤)나오는 불이라고 했습니다.  애장 불은 산은 환하게 하고 별처럼 반짝 입니다. 쳐다만 보지만 가보지 못합니다. 아기 귀신이 나올까 겁이 나 마당에서 뱅뱅 돌면서 마당 언덕에 팔을 베고 누어 하늘 쳐다보고 지쳐서 큰언니나 엄마가 언제 돌아오지 하면서 밤이 깊은 것도 잊어버리고 별 하나 나하나 부르다가 밤이 이슥해야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반쯤 열어놓은 창호지 문틈으로 달님은 찾아와 같이 놀자고 합니다.
눈을 감기 전까지는 저 달 속에 는 무엇이 있을까, 달님은 세상 어느 곳이든 다 가는데... 세상을 다 보게 될 텐데. 달아 너 가는데 나랑 같이 가자고 하면 달님은 나를 데리고 산을 넘고 강을 넘어서 아름다운 공주의 성으로 내려가는 것을 상상을 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나는 양쪽 어깨에 날개가 생겨났습니다. 동생을 보니 동생도 날개 나왔습니다. 나는 놀라서 내 몸을 보았습니다. 엉덩이에 빛이 납니다. 나의 몸이 반딧불이 되어 있었습니다. 동생도 반딧불이 되어 있었습니다.  손을 벌리니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나는 동생 손을 잡고 올라갔습니다. 나와 동생은 팔을 벌리고 지붕 위로 날아서 신작로를 지났습니다.        봄에 소풍 가던 구천 골로 갔습니다.  팔을 벌리니 잘도 날아갑니다. 산도 넘고 개울가도 넘었습니다. 바람은 우리를 보고 씩 웃고 지나갑니다.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별들이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달님도 따라와서  웃어 줍니다. 손만 올리면 하늘이 닿을 것 갔습니다.   나와 동생 몸은 가볍게 뜨고 날개는 저절로 쫙 펴져서 아래로 위로 날수 있습니다. 두 날개는 은빛으로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합니다.
우리의 다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엉덩이에 달려 있는 환한 빛 주머니에서 나오는 불빛은 땅 밑을 밝혀 줍니다, 길이 대 낯 같이 환합니다.
산도 나무도 풀도 나무 위에 자고 있는 새들도 다 비추어 줍니다, 자고 있던 새들도 귀를 쫑긋. 날개를 팔딱거리며 처다 봅니다. 잠자고 있던 토끼도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고 쳐다봅니다. 나와 동생은 구천 골에 왔습니다. 천사들이 멱을 감으면서 나와 동생을 보더니 오라고 하였습니다.
“어머 천사들이네!”
                                    
나와 동생은 눈이 동그래지며 정말 우리가 천사를 보았네 하며 자기들이 반딧불이 된 몸이  부끄러워 나무 사이로 숨었습니다. 그림책에서 본 천사와 똑 같았습니다. 천사들이 옷을 입고서 멱을 감는데도 옷이 물에 젖어 있지 않았습니다, 머리에 쓴 예쁜 머리띠가 무지입니다. 손에든 막대기도 무지개입니다, 무지개를 머리에 두르고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천사들은 웃고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소리가 온 하늘에 퍼져서 은하수까지 가서 모든 별들이 다 듣고 합창을 합니다. 밤하늘에 그 천사의 노래 소리가 온 하늘에 나무에 숲에 구슬을 매어 달아 놓았습니다. 이슬이 되어 들과 산과 온 동네를 촉촉이 적시어 놓고 있었습니다. 나와 동생도 날개를 벌리고 춤추며 구천 골의 산과 들과 강가에 불을 뿌렸습니다. 나와 동생이 뿌린 불은 아름다운 꽃잎에 앉아서 잠자는 꽃의 얼굴에 물감을 그리어 아름다운 색이 되었습니다. 노란 색 파란색, 빨강 색 물감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커다란 손에 나의 날개를 잡았습니다.
“날개가 부러져요. 놓아요. ”하며 소리치며 눈을 번쩍 떴습니다.
“내 날개! 엄마 내 날개.”
“애가 무슨 소리야. 어서 일어나. 학교 늦겠다.”하시며 방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아침 햇살은 달려와 얼굴을 살짝 건드리고 웃고 있습니다.
   나는 다 꾸지 못한 꿈이 속이 상하고 서운하여 눈을 비비면서 반딧불이 되어 날던 것을 생각하며 눈감고 누어 있었습니다.
천사가 멱을 다 감고 노래가 끝이 나고 이슬을 다 만들고 하늘에 올라갈 때 나와 동생도 같이 천사의 옷자락 붙잡고 가려고 했는데... ...
엄마는 다시 와서 이불을 들치고 내어 제치었습니다. 엄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 만남 2 savinakim 2016.07.06 214
» 아동 문학( 무주 구천동 반딧불 ) 김사 2013.11.11 738
12 햇살 한줌 김사 2013.11.11 338
11 아동문학 (이사 가는 날) 김사 2013.11.11 491
10 아동문학 ( 매워새 ) 김사 2013.11.11 449
9 노란 병아리 김사 2014.01.20 707
8 기다림 김사 2014.01.03 198
7 너를 보내면서 김사 2013.12.25 282
6 크리스마스 날 풍광 김사 2013.12.25 201
5 1 흑석 삼동 79번의 사랑 김사 2013.10.24 698
4 어디까지 돌보아야 하는지 김사 2013.10.24 217
3 기다리다 김사 2013.10.24 145
2 아침 뜨락 김사 2013.10.15 243
1 지난 것은 그리움이다 김사 2013.10.15 22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