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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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함께' 라는 말

2016.11.28 14:08

채영선 조회 수:49

함께라는 말

                                                                                                     소담  채영선

충청도를 꼭 닮은 미중서부 내륙 이 작은 마을에서는 자동차도 기어 다닙니다.

관광 산업이 발달하고 외부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니는 올랜도 프로리다에 살다가 돌아오니 참으로 답답한 것은 차를 타고 가는 건지 걸어가는 건지 모를 정도의 속도로 골목을 달려야하는 것이었지요.

 

유독 이곳에서 천천히 달리는 이유가 뭘까.’ 드넓은 농토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가롭고 여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사람을 해치는 동물은 전혀 없고 군데군데 남겨 놓은 숲속에는 생각만 해도 미소가 떠오르는 착하고 양순한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슴, 토끼, 너구리, 마못 종류, 칠면조, , 다람쥐,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아름다운 새들이지요.

 

말이나 역마차가 다녔을 초원에 어쩔 수 없이 들어선 고속도로와 하이웨이 그리고 철길, 아마 길을 건너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천천히 달리는 것은 아닐까요. 골목을 달리다가 다람쥐가 길을 건너면 기다리니까요. 11월은 사슴 짝짓기 철이라 더 조심을 하고 다녀야 합니다. 특히 밤에 암컷의 냄새를 다라 수컷이 길로 돌진을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집 앞 골짜기에서 무리로 다니는 사슴을 봅니다. 용의주도한 사슴은 망을 보는 아빠 사슴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 무슨 낌새라도 있으면 급히 다 같이 떠나갑니다. 이사 오던 다음해 다른 도시에 사시는 한분이 어느 저녁 자동차에 친 사슴을 메고 오신 적이 있습니다. 뜻은 감사하지만 정중하게 사양했지요.

 

기운이 없는 병아리를 전기밥통 위에 올려놓아 다시 소생하게 하던 기억이 생생한 저에게는 마주보기 괴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비에 젖은 채 쓰러져있는 다람쥐를 데려다가 땅콩과 딸기 조각을 넣어주었더니 기운을 차려서 박스를 떠난 일이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또르르 구르며 다니고 있을 줄무늬가 또렷한 땅 다람쥐, 땅 다람쥐가 딸기를 좋아하는지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가까이 한다면 모든 동물은 사람에게 다가오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요.

새와 동물과 대화를 나누고 설교를 하셨다는 성 프란시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사람을 의지하고 싶고 사람과 사귀며 살고 싶어 하는 것이 동물의 본능 아닐까요. 어쩌면 사람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를 가지고 사랑을 나누며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빨간 새 카디널 수컷은 여전히 어디 어디하면서 찾아다니고, 암컷은 어디에선가 포르르 날아와 한 가지에 앉아서 사랑을 속삭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날아오며 함께 날아가는 빨간 새 카디널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함께라는 말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