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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꽃동네- 앙상훈

2021.02.23 14:38

양 상 훈 조회 수:25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꽃동네-

양상훈

 

땅위에 아름다운 꽃이 쉴새없이 피어나는 한 인생에는 삶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사계절을 꽃과 더불어 살아간다. 이 세상에 꽃이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메마르고 황량할것인가. 꽃이 만발하는 초원에 벌과 나비가 분분이 날라 들면 생명의 향기가 스며드는 법. 인생을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무릇 아름다움이란 겉에 찬란하게 드러나 있을 때 보다 깊이 간직되어 향기를 안고 있는 내면성이 더욱 고귀한 가치라서, 보면 볼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그윽한 향기로 더해가는 아름다움이 훨씬 그 생명력이 길어 값진 것이라 하겠다.

 

70년대의 오래전 일이다. 직장동료와 함께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 용담산 기슭에 꽃동네라는 무의탁 촌을 방문한 적이 있다서울에서 용담산을 향해 가는 길에 그 당시 인곡마을에서 비포장도로로 꼬불꼬불한 산 고개를 넘으며 짙은 먼지 속을 뚫고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달려가야만 했다.

용담산 입구의 바위비석에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고 새겨진 표어가 가슴에 다가왔던 감회가 지금도 떠오른다.

그때에 수녀가 안내하는 방마다 기거하고 있는 꽃동네 가족들은 비록 사회에 버려져 의지할 데 없는 가련한 사람들이었으나, 주님의 은총으로 의욕과 소망에 찬 나날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또한 그들에게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며 헌신하는 자원봉사들을 보니 더욱 고개가 숙연 해졌다.

우리 일행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식회원이 되어 자주 방문하고 꾸준히 돕는 일이 고작 이었다.신부 수녀들을 비롯 꽃동네 자원봉사자들과 그날 하루를 뜻 깊게 보내고 방명록과 회원가입 서명을 한 후에 꽃동네를 빠져나온 그때 아쉬었던 일정을 잊을 수 없다.

이 꽃동네는 1976년 오웅진 신부가 음성군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부임해 거지 聖子 최귀동(9071세사망)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오웅진 신부는 부랑인들을 움막에 모은 뒤 걸식 등을 하면서 돌봐온 최귀동 할아버지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하여 그해 바로 시설인근에 사랑의 집(움막)을 짖고 18명의 걸인들을 수용했던 계기가 꽃동네의 초석이 된 것이다.

오신부의 감동적인 사랑의 실천이 808월 청주교구 사제총회에서 한국천주교의 사회복지교육기관을 탄생시켜 성장 발전을 거듭하여왔다그 후 사회각층에서 이들을 돕는 회원들로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 용담산 주변 약30만평 부지를 확보하여 꽃동네터전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신부가 1976년 음성군 맹동면 현지에 사설 사회복지시설을 처음 개설하였고,19839월에 같은 장소에서 첫 건물을 완공하였다.1997년 사랑의 연수원, 1999년 꽃동네현대사회복지대학이 각각 설립하였다.

꽃동네는 현재 충북음성, 경기도 가평, 옥천, 서울시내, 청원, 원주 등에도 새 꽃동네가 설립되어 총 7곳에서 지체부자유자 등 의지할 데 없는 불우이웃 4000명과 함께 수도자, 봉사자 직원1000명이 살아가는 종합사회복지시설로 성장하였다. 또 미국과 필리핀, 방글라데시, 우간다, 인도 등 해외에도 5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 성직자가 올린 봉화의 빛이 거친 산기슭을 사랑의 열매로 변화시킨 위대한 업적에 그저 감탄 할뿐이다. 세상의 빵조각보다 생명의 떡과 영생의 샘물을 더 사모하면서 나아가는 아름다운 십자가의 길, 그것은 평화의 길이요 주님을 본받는 길이 아닐까그것은 자기중심과 욕심에서 벗어나 땅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독수리가 날개 치며 공중으로 향하여 올라가는 차원 높게 위를 바라보는 생활이다(골로세서32)

독수리는 높이 떠서 높은 곳에 보금자리를 만든다.( 욥기3927) 구원을 향한 높이 오르는 믿음, 이것은 승천의 믿음이요 독수리 같은 믿음으로 생애를 가치 있게 만들며 모든 크리스천의 소망이기도 하다.

깊은 물은 소리 없이 흐르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이 넓고 넓은 바다에 이르고 만다.

태산을 움직일 수 있는 신앙이 있다고 외쳐도 성서를 수백번 통독하였다고 자랑하는 신앙인 일지라도 사랑의 실천이 없다면 울리는 징소리와 꾕 과리 소리에 불과하지 않은가.

거창한 목소리로 외치는 요란한 행동이나 화려한 외모보다 소박하고 겸허하게 남모른 사랑의 빛과 향기를 전파하며, 이웃과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야말로 당대에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고 가는 위대한 사람이 아닐까.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