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연재> 침묵의 메아리 29

2011.07.29 12:56

김영강 조회 수:574 추천:132

-토요연재소설-

  침묵의 메아리


  제 29회




   밤새 뒤척거리다 새벽녘에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눈을 뜨니 벽시계가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섯 시간이나 비행기를 탔고, 도착하자마자 30년 동안이나 밀렸던 애기들을 하고, 또 들어주고 하느라  힘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분은 가뿐했다.

   은은하게 퍼지고 있는 커피의 향긋한 냄새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간병인이 잘 주무셨냐고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았다. 어제 보다는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 이미 아침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강 작가님, 어젯밤에 너무 늦게 주무셨으니 늦게 일어나실 거예요.”

   어제 공항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강 작가’라는 말이 내겐 생소하게 들렸다. 아마도 강미경이 여기서는 알아주는 작가로 통하는 것 같았다.

   “언니가 여기서는 소설가로 유명한가 봐요.”

   “네. 한때는 신문에 칼럼도 쓰고, 또 소설이 신문에 나기도 해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그래서 ‘강 작가님’이라고 부르시는 군요.”

   “그것도 그렇지만, 본인이 강 작가라고 불려지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간호원도 의사도 다들 ‘강 작가님’이라고 불러요.”

   간병인은 커피를 따르면서 “어제 저녁도 양식이고 아침도 양식이라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하고 점심 땐 한식으로 준비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녜요. 괜찮습니다. 집에서도 양식 자주 먹어요. 어젯밤 생선, 아주 맛있었어요. 브로콜리도 제 입에 아주 딱 맞았고요.”

   “저희는 늘 양식으로 먹어요. 강 작가님이 건강을 어찌나 챙기시는지 맵고 짠 한국음식은 입에 안 대요. 그리고 모든 재료를 다 유기농만 사용해서 아주 건강식으로 식단을 짜고 있어요.”

   유기농 건강식이라면 시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나도 이력이 난 사람니다.  

   “커피는 하루에 딱 한 잔만 드세요. 커피도 나쁘다고 안 마시다가 의사가 한 잔 정도는 도리어 건강에 좋다고 해서요.”

   나는 어젯밤 강미경으로부터 들은 얘기들을 다 털어놓으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그녀의 현재 정신 상태가 어떤지 꼬치꼬치 물어보고 싶었으나 간병인의 입에서 먼저 무슨 말이 나올 것 같아 참았다. 어젠 시종일관 침묵으로 나를 대했는데 오늘은 그녀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져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난 후에도 어제와는 달리 내게 퍽 신경을 써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간병인은 쉽게 빗장을 풀지 않았다. 음식에 대한 얘기들만 무궁무진하게 늘어놓았다. 적당히 의견이 통합되어 얘기가 무척 잘 통했으나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할 수 없어 내가 넌지시 물었다. 간병인의 신상 문제를 언급하는 것 같아 아주 조심스러웠다.

   “아주머니께선 언니 돌보신 지가 얼마나 됐어요?”

   “4년쯤 됐어요.”  

   “그럼 그 전에는 혼자 사셨어요.”

   “네. 강 작가님이 가정부 두는 것을 원치를 않아 혼자 살았지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은 계속 있었어요.”

   그녀는 내가 궁금해 하는 강미경의 정신 상태에 대한 애기는 하지 않았다.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 듯이 느껴지는 것은 애경의 죽음에서 온 의문과 똑 같았다.  그녀는 강미경의 모습이 너무 처참한 것이 맘에 걸렸는지 변명 비슷하게 말했다.  

   “강 작가님이 보기에는 너무 말라서 병자처럼 보이지만 건강은 아주 양호한 편이에요.”

   “네, 알아요. 어젯밤에도 기운 없는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 에너지가 넘쳐흘렀거든요.”

    “본인이 건강을 위하는 만큼 효과도 큰 것 같아요”

   그녀는 잠깐 말을 끊었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게 다 아들 때문일 거예요.”

   그때 “아줌마” 하고 부르는 강미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얘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다. 간병인이 얼른 방으로 달려갔다.  한참만에 나타난 강미경은 어젯밤, 그렇게 열변을 토했는데도 지친 모습은 아니었다.

   “너 때문에 내가 너무 흥분했나봐. 어젯밤에 한잠도 못 잤어. 내 꼴이 못 쓰게 됐지?”

   강미경은 얼굴에 신경이 쓰이는지 두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고는 뺨을 도닥거렸다.  나는 얼른 그녀를 위로했다.

   “아니에요. 어제보다는 훨씬 좋아지셨어요.

   “거짓말, 하루 만에 어떻게 좋아지니?”

   다행히 간병인이 거들었다.

   “아니에요. 오랜만에 친구 분을 만나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얼굴에 생기가 도는데요.”    

   간병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친구가 아니라 동생의 친구라고 정확히 정정했다. 한데, 뒤이어진 강미경의 말에 나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옛날의 내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너는 옛날 학교 때보다 훨씬 더 멋있어졌어. 학교 다닐 때는 빠짝 말라가지고 쬐끄매서 볼품이 없었잖아. 너도 애경이 모양 눈, 코, 입 다 뜯어 고쳤니? 키도 고쳤나 보네. 옛날보다 훨씬 커졌다 얘.”

   웃음이 나왔다. 애경이를 미국서 처음 만났을 때 “눈코입 다 뜯어 고쳤거든” 한 그녀의 말에 나도 똑같이 물었기 때문이다. “키도 고쳤어?” 하고

   갑자기 생각난 듯 강미경은 뜻밖의 말로 화제를 이었다.  

   “근데, 아줌마, 얠 만나서 기분 좋은 건, 하나도 없어요. 내가 옛날에 얘 애인을 뺏었거든요.”

   간병인도 나도 깜짝 놀라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 바보야. 뺏는다고 뺏겨? 붙잡았어야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으면서도, 나는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나 궁금해서 말을 바로 받았다.

   “발길로 채였는데 어떻게 붙잡아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지고 싶었으나, 이민우를 위해서 보내줬죠.”

   “그러니까 네 말은 ‘이민우를 위해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었다아--’ 그거야? 천만에. 사랑하면 내가 가져야지 왜 남한테 뺏기니? 네가 모르는 게 있어. 그때 이민우가 너 불쌍해서 얼마나 갈팡질팡했는지 알아?”

   어젯밤에 처절하게 토해낸 얘기들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순간, 그 옛날 내가 동거를 제안했을 때 거절을 당하고, 비수를 맞은 듯한 아픈 내 감정에 휘말려 그의 얼굴이 무표정하게만 보였는데, 돌이켜보니 그때 그의 얼굴에는 분명히 균열이 일고 있었다. 그녀의 옛날 얘기는 계속되었다.

    “네가 붙잡기만 했더라도 우리 셋의 역사는 달라졌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질 것까지야 없었지. 그냥 조금만 붙잡아 주었더라도, 나한테 못 넘어 왔을 거야. 내가 무지하게 세게 잡아끌었는데도 첨엔 꼼짝도 안 했거든.한데 내가 탁 임신을 해버렸으니 어쩌겠니? 우리 부모도 허락 안 할 수가 없었고. 모든 게 다 저절로 해결이 돼버렸지 뭐냐.”

   소설을 쓰고 있는가? 어젯밤, "이민우는 널 사랑하지 않았어. 널 농락했어." 등등의 말을 늘어놓으며 그를 천하의 나쁜 놈으로 만들어놓은 것과는 반대로 그녀는 이민우를 완전히 변신시키고 있었다. 임신으로 모든 게 다 해결이 됐다는 말이 쓸쓸하게 다가왔다.나는 지금도 이민우가 강미경을 향해 달려간 줄 알고 있다. 허나, 이제는 다 지난 일, 더구나 그가 죽고 없는 마당에 아무련들 어떠하리. 그녀는 내게 대꾸할 겨를도 주기 않고 진짜 소설의 구절을 읊듯이 바로 뒷말을 이어갔다.    

    “결국은 내가 수초가 무성한 깊숙한 늪에 빠지고 말았지만 말이야. 그게 늪인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난 늪  속에 깊이깊이 가라앉아 버렸어. 키 큰 풀들이 덤불을 이루고 있어 늪으로 가는 길이 무척이나 험했는데 왜 나는 기를 쓰고 늪을 향했는지 몰라. 아마도 늪을 덮은 푸른 이끼가 부드러운 벨벳으로 만든 담요처럼 포근해 보였던 모양이지?”

      독백처럼 이어지고 있는 그녀의 말이 자신의 소설에서 묘사된 부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일 이민우가 너랑 결혼을 했더라면 그리 나쁜 놈은 안 됐을지도 몰라. 우리 셋이 다 행복해 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지, 그랬을 놈이면 너를 버리지도 않았겠지. 인간은 말이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 거야. 그 만남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아도, 또 안간힘을 써서 의지대로 돼도 불행한 만남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행복한 만남이 될 수도 있겠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인생이란 한바탕 꿈이라는 것을 알게 돼. 모든 것은 다 잊히기 마련이고.”

   역시 소설의 한 부분인 것 같은 구절을 계속해서 읊다가 반짝하고 정신이 난 듯 강미경은 나를 빤히 보고 얘길 계속했다.

   “참. 해주야. 너도 말야. 연애한 얘기는 남편한테 비밀로 하는 게 좋아. 알았지? 밝힐 필요가 없는 진실은 묻어버려도 괜찮아.”

   밝힐 필요가 없는 진실들이 두 겹 세 겹으로 쌓여 가고 있었다.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음에도 가슴에 충격이 왔다.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간병인도 알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렇게 옛날 일들은 기억을 하면서 최근에 일어난 일들은 기억을 못해요.”

  다행히 간병인은 나와 얽힌 사연들에 관해서는 호기심도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녀는 간병인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소설을 위해 나를 인터뷰를 해야 마땅했으나 강미경은 소설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나 역시 입을 꽉 다물었다. 나의 의구심은 점점 깊어 갔다.  

   비행기 속에서 먹은 음식이 목구멍에 걸린 듯, 엘에이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답답하고 갑갑했다. 엘에이로 돌아온 후에도 마음이 무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냥 모르고 살 걸, 강미경을 찾아본 것이 후회가 되었다. 가슴 한복판에 모래를 흩뿌려 놓은 것같이 기분이 서걱서걱했다. 가끔, 뭔가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뭉치며 명치를 쥐어박았다.

   “자주 소식 주세요. 저도 자주 연락할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전화하셔야 해요.”

   세상에서 제일 선량한 인간처럼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언니 손을 잡았고, 간병인에게도 간곡히 부탁을 했다. 내 연락처를 두 번 세 번 확인시키면서····.

   도착한 그날, 잘 왔다고 전화를 걸었을 때, 통화를 못 하고 메시지만 남긴 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쪽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안부를 묻지 않았다. 언니의 날카로운 눈빛이 가슴에 날아와 몇 번이고 꽂혔다. 전화를 하여 강미경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내 맘이 편할 것 같아 몇 번이나 수화기를 들었다가 그만 놓아버렸다.

   ‘언니를 괜히 만났어요. 언니가 지금 시커먼 돌멩이가 되어 내 가슴에 얹혀 있어요.’

   이런 내 마음을 감춰놓고 ‘언니,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빨리 건강을 회복해야죠. 그리고 엘에이도 한번 오셔야지요.’ 이렇게는 도저히 말할 수는 없었다. 가슴에 얹힌 시커먼 돌멩이는 계속해서 나를 짓눌렀다.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언니의 음성이 아주 멀리서 길게 끌리듯이 내 귀에 들려왔다.

   “수초가 무성한 깊숙한 늪에 결국은 내가 빠지고 말았어. 그게 늪인지도 몰랐으니까.”

   맨 다리에 감겨오는 수초의 미끈거리고 끈적거리는 감촉이 순식간에 공포가 되어 뒷덜미가 뻣뻣해졌다. 온몸에서 가운이 쏙 빠져 나갔다. 주위는 안개로 덮여 있었다. 안개 속에 여자 하나가 실루엣 드레스를 입고 휠체어에 있었다.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손을 내밀었으나 그녀가 내민 손에는 미치지가 않았다. “좀더 좀더.” 하는 여자에게 허우적거리며 다가가다 보니 나는 어느새 늪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뛸 수밖에 없었다. 힐끗 돌아보니 휠체어가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 전력을 다해 뛰고 있는데 백발마녀의 머리카락처럼 안개가 엉겨 붙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휠체어가 바로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여자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인간의 껍데기가 빨래처럼 휠체어에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풍선에 바람이 들어가듯 껍데기가 슬슬 움직이더니 인간의 모습을 한 실루엣 드레스가 휠체어에 앉았다. 안개가 너무 짙어 얼굴은 보이지가 않고 형체만 보였다.

   “얘. 내가 너 구해줬는데 왜 도망가니? 내가 이렇게 몸이 아픈데도 도망을 가?”  

   분노에 가득 찬 음성이 고막을 때렸다. 온 방안이 쩡쩡 울려 침대까지 흔들렸다. 온몸이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현실 같은 악몽이었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꿈인 것을 확인했다.

   차라리 강미경이 나를 만난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 했으면 싶었다. 유해주라는 내 이름까지도.  

   전화통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철렁했다. 옛날에 이민우의 전화를 기다리던 그 초조했던 심정과는 반대 입장이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나면서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잊고 있다가도 문득문득 누가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이 왔다. 간병인에게서조차도 연락이 없었다. 강미경이 나를 깡그리 잊어버린 것이 확실했다. 버지니아에 다녀와서도 나는 남편에게 아무 말을 안 했다. 그러나 그 장편소설은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 내려가지가 않았다.

   그런 중 어느 날, 나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았다. 왜 그리 놀라고 가슴이 쿵쾅거렸는지 모른다. 버지니아가 아닌 엘에이라 했다. 혹시 나를 만나러 일부러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강미경을 혼자 두고 올 수는 없었을 텐데, 혹시 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를 꼭 만나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말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으나 나는 아주 정겨운 어조로 그녀를 반겼다. 일러준 대로 카페엘 들어서니 대낮인데도 실내가 어둠침침했다. 날씨도 우중충했다. 그녀의 입에서도 뭔가 침울한 얘기가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언니는 지금 혼자 계세요?”

   “아녜요. 간병인이 새로 들어왔어요. 저는 이 주일 전에 그만두었어요.”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제가 엘에이로 오게 됐어요. 얼마 전에 딸이 여기로 직장을 옮기게 되어 같이 살려고요.”

    나는 잘됐다는 말은 할 수 없어 그러냐고 하면서 화제를 바꾸었다.  

   “언니 건강은 좀 어떠세요?”  

   안부를 묻고는 혹시 나에 관한 얘기가 없었느냐고 덧붙였다.

   “아뇨. 없었어요.”

   “혹시 제가 다녀간 것을 기억 못 하는 것이 아닌가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제가 좀 이상하다고 느껴 묻는 건데, 언니한테 혹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요?”

   그녀가 어찌 생각하든 간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간병인은 애매하게 말을 흘렸다.

   “그렇다고 과격한 행동을 하지는 않아요. 또 남에게 피해주는 일도 절대 없구요.”  

   가타부타 말은 안 했으나 정신질환을 인정하는 말은 분명했다. 잠시 주춤한 그녀는 강미경이 자기 상상을 사실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특히 아들인 제이슨에 대해서는 완전히 상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간병인은 그날 밤, 강미경이 피를 토해내 듯 털어놓은 제이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사건이 났을 때, 제가 거기 있었어요. 신문에 크게 나서 온 버지니아가 시끌시끌했어요. ‘마이클 리’라고 하면 유명한 사업가로 한국 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사회에까지 알려진 이름이었거든요.”

   이민우가 ‘마이클 리’라는 영어 이름을 쓴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강미경이 미셀로 이름을 바꾼 같은 시기에 그도 ‘마이클 리’로 둔갑을 한 것 같다. 이름이 바뀌었으니 신문을 봤더라도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그런 엄청난 사건이 이민우에게 일어났으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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