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메아리>를 끝내고

2011.08.16 09:28

김영강 조회 수:908 추천:143

   연재소설 <침묵의 메아리>를 끝내고


   이 소설은 2009년 8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12회에 걸쳐 글마루 카페에 연재됐던 중편 “신의 숨소리”를 장편으로 개작한 것입니다. 당시, 독자들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이 장편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년이 지난 지금, Workshop Table에 올라 있는 “신의 숨소리”에 들어가 보니 댓글들이 더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중편을 끝낸 후 계속 구상을 했지만, 장편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루기만 하다가, 어쨌든 한번 도전을 해보자는 심정에 쓰기 시작했는데, 시작을 하고 보니 술술 잘 풀렸습니다.  2010년 1월에 시작하여  6개월쯤 걸려 끝을 냈습니다. 200자 원고지 1200매 정도입니다. 물론, 그 후에 수없는 퇴고를 거듭했지요. 그리고 10월에 글마루 카페에 연재한다고 서곡을 울렸다가 갑작스런 개인사정으로 그만 불발탄을 쏜 셈이 돼버렸습니다. 그 후, 작품연재방이 새로 생기고 주위에서 언제 올라오나 하고 기다린다는 분도 있고 해서 망설이고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내, 2011년 1월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말을 해버려 그 책임감이 제일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애초에는 기간을 만 1년으로 잡아 12월에 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려고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독자들께서 분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30회로 변경을 했습니다. 제게는 Good Sign 이었습니다. 변경을 하고 보니 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쓸 때는 막힘없이 신나게 줄줄 쓰고, 또 수없는 퇴고를 거듭했으나, 막상 카페에 올리면서부터는 독자들의 시선 때문에 겁이 나고, 또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주 올리면서도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신경을 쓰며 노력을 했고, 댓글에 달린 독자들의 조언도 참조했습니다.  
  
   “침묵의 메아리”를 구성할 때, 먼저 도표부터 그려놓고, 거기에 연도를 적당한 간격으로 나열하고, 줄거리의 전환점과 큰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연도를 표시한 다음, 세월의 흐름에 따른 시대의 변천사항과 등장인물들의 나이도 맞아 떨어지게 계산을 해야 했습니다. 단편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으나 장편은 수학과 더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요즘은 단편이고 장편이고 간에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 높은 현대소설들이 많이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쓴 소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줄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 때 수학문제를 풀다가도, 정확한 답을 빠른 시간에 알아내려면 그 풀어나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바 있는데, 소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줄거리의 순서를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엮어나가느냐 하는 과정에 따라 소설의 묘미가 결정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얘기이기에 더 그랬습니다.

   중편의 댓글에 보면, 전회에 걸쳐 팽팽한 긴박감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 그 끈을 놓칠 수가 없다고 모두들 큰 박수를 보내주셨는데, 이에 비해 장편에서는 긴박감이 덜한 건, 사실입니다. 제 능력 부족이기도 해, 다 감수<甘受>하고 있습니다. 사실, 1200매의 긴 장편을 매회 긴박감을 유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나’ 유해주와 강미경은 아주 다른 캐릭터로 등장을 하지만 인간 본연의 깊숙한 곳을 파고들면 동일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성격에 있어서, 남에게 보여지는 바깥 인격은 유해주이고, 포장되기 전의 속 인격은 강미경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비극은 끝나다”의 소설 속 강미경이 소설 바깥으로 튀어나가 변신을 하여 자아를 비판한 것입니다. 즉 애경의 언니인 강미경이 애경의 친구인 유해주가 되어, 애경의 죽음을 똑바로 들여다 본 것입니다.

   너무 착해, 바보 같아서 짜증스럽기까지 했던 주인공 유해주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강미경을 외면하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히며 크리스틴까지도 부정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주인공 해주가 두 여인을 사랑으로 감싸며 책임지고 돌보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인간 본연의 자세인지도 모릅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낼까?” 하고 물었더니 누가 그러더군요. “미쳤어?” 하고요. 그리 하라고 했더라도 저는 물론, 제가 이미 정해놓은 방향으로 갔을 것은 분명합니다만, 기분은 씁쓸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의 일부분,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기댄 채 한참을 더 앉아 상념에 잠겼다.”는 문장에는 어떤 여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여운의 실현성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해주가 실현을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이혜주, 크리스틴에 의해 그 여운이 실현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해주가 미리 실현할 수도 있겠지요.  

   소설이 끝난 후에 몇몇 독자분이 이메일도 주시고 전화도 주셨습니다. 소설이 끝난 것 같지가 않아 아쉬우니 좀 더 계속해달라는 분도 계시고, 항상 일착으로 댓글을 달아주신 달샘님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마무리가 아주 좋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작품이 이미 끝났는데도 많은 여운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서너 분께서는 이렇게, 이렇게 줄거리를 고치면 어떠하겠냐고 조언을 주셨는데, solo 님의 댓글에 동의하시는 분도 있고 다른 의견을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저의 졸작<拙作>, “침묵의 메아리”를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1년 8월 13일, 김영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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