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콩국수
2020.10.23 11:40
냉콩국수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다친 턱이 욱신거린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이 보호해주셔서 살아났다
온 삭신이 쑤시고 아프고 결리고
파김치가 되었는데
믿음의 친구가 손수 콩국수를 만들어
병문 왔다
먹고 싶던 참에
갈아 온 콩물에 얼음을 섞어
토마토 오이 썰어 넣고 콩국수를 만들어
오랜만에 친구와 둘이서 맛있게 먹는다
정말 고마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데
갑자기 엄마가 아른거린다
엄마가
삼복더위에 늘 만들어 주시던 냉콩국수
한국전쟁 때 돌아가신 아빠가
좋아하셨던 콩국수라며 울먹이시던 엄마
고운 국숫발이 엄마의 긴긴 사연인 양
매끄럽게 넘어갈 때마다 엄마의 아픈 가슴을 읽었다
엄마 아빠 안 계셔도
믿음의 친구가 대신 내 노년을 포근하게
감싸주니 그저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뿐인데
시원한 국수에 더위를 잊으니
오늘따라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중앙일보 문예마당 2020년 10월 16일
친구가 만들어 온 냉콩국수 맛있게먹다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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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20.10.24 12:11
-
김수영
2020.10.24 20:25
그러셨군요. 한국전쟁 때 아빠가 돌아 가신후 엄마 혼자서 그 보릿고개 그 시절에 5남매를
모두 대학 보내시고 동생 김영교 시인과 오빠 김동기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을 미국 유학까
지 보내신 정말로 장하신 어머니였습니다. 모든 어머니가 다 그러시지만, 저의 어머니는 참
훌륭했습니다. 어이 그 은공을 잊겠습니까!
-
강창오
2020.10.25 16:06
그 당시에는 일반가정에서 자식하나 대학 보내기도 쉽지 않았는데 5남매씩이나!
정말 예외적으로 대단하신 어머니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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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머 니
훈련소 유격훈련시 rope를 타고 계곡을 뛰어내리기전 훈련관들이 은근이 겁을 주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르니 뛰어내리면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라고.
거이 모두가 어 머 니 를 외치며 몸을 날렸다. 영자야, 옥자야는 뒷전이었다.
자식을 잃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지만 어머니는 자식의 전신에 묻혀진다.
어 머 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