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7 16:01
라일락의 추억 연선 -강화식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찬바람이 발끝 안으로 모여 밖의 시간을 정지 시킨다
숨 쉴 수 있는 곳과 숨이 멈춘 공간의 온도가 다르 듯
아침 햇살이 야무지게 비추자
자리 털고 가버린 새벽 끝에서
흔적을 찾으려 빈 정원을 서성거렸다
소파에 앉아 옆 사람 흉내 내며 허리 넘어가게 웃다가
다시 눈이 마주치면 더 크게 웃던 벗이 2월에 떠났다
커피 향을 날리며 우리 집 뒷 뜰로 나와
‘라일락 좀 심지’ 했던 작년 여름의 마지막 여행
친구 잃은 여인에게
귀 빠진 날 하루 전
보랏빛 라일락 묘목을 물통 옆 뜰에 놓고 갔다
우울한 병원 주차장에서 문자를 본 마음은 연보라 색깔로 물들었고
현관 벨도 무시한 채 시공을 계산한 문자 때문에 촉촉해진 세포들
나무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각도만큼 시간의 바쁨을 보며
특별한 공감능력에 쳐진 어깨가 들썩 인다
친구 보 듯 하라고 라일락을 키우면서
아니면 생일 선물로...
부재의 설움과 아쉬움을 채워주는 또 다른 빛
감성의 아이콘, 긍정의 지존이 있음에 행복하다
우연을 필연으로 엮어 놓은 일들
향이가 꿈에서 가르쳐줬나?
2022-0218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 | 문학 서재를 열며 [2] | 강화식 | 2017.02.25 | 516 |
38 | 7월의 아픈 뜰 {7월(견우 직녀 달)의 시} [3] | 강화식 | 2020.07.22 | 93 |
37 | 튀르키를 삼킨 눈물 [1] | 강화식 | 2024.02.04 | 92 |
36 | 6월의 우박 {6월(누리달)의 시} [5] | 강화식 | 2020.06.30 | 80 |
35 | 2월의 장마 | 강화식 | 2024.02.04 | 72 |
34 | 이태원의 절규 | 강화식 | 2024.02.04 | 72 |
33 | 자진모리를 향해서 [3] | 강화식 | 2021.04.30 | 63 |
32 | 6.25의 침묵 [2] | 강화식 | 2021.06.14 | 62 |
31 | 임지호를 떠나 보내고 [1] | 강화식 | 2021.07.18 | 61 |
30 | 봄의 경련 (3월의 시) [2] | 강화식 | 2021.03.30 | 61 |
29 | 문명의 딜레마 [2] | 강화식 | 2022.09.07 | 61 |
» | 라일락의 추억 [1] | 강화식 | 2022.02.27 | 58 |
27 | 시인이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 [1] | 강화식 | 2020.10.10 | 57 |
26 | (연작시 3) 제 3의 공간 [1] | 강화식 | 2021.02.20 | 56 |
25 | 12월의 물끄러미 (COVID19) {12월(매듭달)의 시} [3] | 강화식 | 2020.12.17 | 54 |
24 | 8월을 기웃거리는 기억들 {8월(타오름 달)의 시} [7] | 강화식 | 2020.08.12 | 54 |
23 | (연작시 1) 끝나지 않은 연극 [2] | 강화식 | 2021.02.20 | 53 |
22 | 용늪의 비밀 (9월의 2번 째 시) [2] | 강화식 | 2020.09.11 | 53 |
21 | 새해 첫날이 오면(1월의 시) 2021 신축년 [2] | 강화식 | 2021.01.10 | 51 |
20 | 무궁화의 전설 (연선 -강화식) [1] | 강화식 | 2020.10.15 | 51 |
작년 여름 캘리포니아 플러톤에 사는 친구가 애틀랜타 우리집에 왔었다.
9일 동안 같이 뒹굴고 식성이 같아서 좋은 음식 만들어 먹고
웃고 울었던 친구 정향(박향)이 내가 태어난 달 떠났다.
그리고 귀빠진 날 친구는 장례식을 했다.
유난히 결이 다른 우정과 사랑을 나눈 친구였다.
"못다한 사랑과 우정을 하늘에서 완성하자. See you later"
떠나기 3일 전 보낸 글이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