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멍 / 성백군
신축건물 부지 둘레에
울을 치고 유지 벽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본다
멀쩡한 유지인데
구멍 숭숭 뚫어 놓은
저 바람구멍, 유지가 아깝다만
돌아보니
내게도 그런 구멍 많다
걸려서 넘어진 것, 비탈에서 미끄러진 것,
구덩이에 빠진 것,
한평생 살면서 없다면 거짓말
때문에 면역이 생겨
지금 잘 버티는 것, 아닐까 싶은데
북망산천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아직 그것이 상처로만 보이니
언제쯤 내 인생
바람구멍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가벼워질 수 있으려나
1136 - 05102021